가난한 자에 대한 사랑이 어떤 결과를 가져 오는지
예레미야 1:4-10, 시편 71:1-6
고린도전서 13:1-13 누가복음 4:21-30
주현절 넷째 주일

오늘은 주현절 넷째 주일입니다. 첫째 주는 “이것을 행하여 나를 기억하라”는 제목으로 성찬식 속에 있는 십자가의 주님을 만났습니다. 둘째 주는 “헵시바라 쁄라라” 라는 제목으로 가나의 혼인 잔치 집에서 포도주의 기적을 통해 “참 기쁨”을 선물해 주시는 주님을 만났습니다. 첫째 주와 둘째 주는 십자가의 희생이 갖는 의미를 민중들의 삶에 기쁨을 주기 위함으로 보고 있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십자가가 우리의 죄를 극복하게 하고, 고난 받는 이웃과 연대하는 헌신이라면, 그것은 결국 혼인 잔치의 기쁨에 비유되는 ‘희락’입니다. 십자가와 기쁨이 주현절 둘째 주까지의 의미였습니다. 셋째 주는 공생애 취임사를 통해 “가난한 자에게 희년의 복음을 선포”하신 주님을 만났습니다. 가난 때문에 당하는 고통에 대해 온 몸으로 애통해 하며 민중의 편을 드셨습니다.

민중들에게 희년의 기쁨을 선물하셨습니다. 혼인 잔치의 비유를 통해 기쁨을 선물하셨던 주님이 이번에도 ‘희년’의 기쁨을 주셨습니다. 가나의 혼인 잔치 집에서는 자신의 때가 아니라고 빼셨지만, 취임사에서는 아주 공개적으로 선언하셨습니다. 대놓고 ‘나는 가난한 자의 편을 들겠다.’ 하셨습니다. 오늘이 주현절 네 번째 주입니다. 주현절 네 번째 주 설교 주제는 사랑입니다.

가난하고 헐벗고 굶주리고 핍박받고 눈멀고 다리 저는 정말 불쌍한 인생들, 그들 곁으로 가신 주님을 만납니다. 부활하신 후에도 제일 먼저 달려가신 곳이 바로 변방 갈릴리가 아닙니까? 궁중에서 태어나신 것이 아니라 마구간에서 태어나셨습니다. 그리고 변방 사람들과 함께 하셨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전부를 십자가에 내어 주셨습니다. 그런 메시아, 이것이 충격이라는 말입니다.

인류의 메시아가 변방으로 가셨습니다. 그래서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하는 구체적인 삶을 통해 사랑을 드러내셨습니다. 사랑은 추상이 아닙니다. 사랑은 아주 구체적입니다. 사랑이라는 말 자체는 보편적이지만 그것을 실천하는 주체는 가장 구체적으로 이웃과 함께 해야 합니다. 지난 시간에 고린도전서 12장을 통해 성령의 은사를 나열하면서 끝부분에서 더욱 큰 은사를 사모하라고 하셨습니다.

그것이 바로 오늘 본문에 나오는 13장입니다. 고린도전서 13장은 사랑장입니다. 사랑의 은사를 사모하라고 했습니다. 하나님은 사랑이시라고 했습니다. 하나님이 온전하심과 같이 너희도 온전 하라, 하셨는데, 우리가 하나님처럼 온전해질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 사랑입니다. 사랑할 때 신성이 우리 곁에 깃드는 것입니다. 윤리적인 실천방법으로는 완벽해질 수 없습니다.

그런데 사랑은 우리를 온전하게 합니다. 사랑만이 온전하게 합니다. 사랑은 하나님이시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현존을 증명하라는 말을 합니다. 하나님의 현존은 사랑입니다. 그것을 마주한 바울은 13장에서 ‘사랑’을 선포했습니다. 사랑의 구체적인 내용을 자세히 나열했습니다. 그런 사랑을 주님이 하셨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바울이 본, 주님의 메시아 됨입니다.

주의 메시아 됨, 주의 현현은 우리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희생을 통해, 즉 십자가를 통해 우리와 연대하시고 기쁨을 주시고 생명을 주시고 소망을 주셨습니다. 그것을 잊지 말라고 날마다 이것(성찬)을 행하여 나(사랑)를 기억하라고 하셨습니다. 사랑을 기억하며 사랑의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영원한 생명이 무엇이냐 바로 사랑입니다. 사랑을 하면 영원히 사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서 우리가 다시 한 번 주목해야 할 부분은, 주님의 그런 취임사를 통해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행보가 시작되자, 사람들은 네가 의사냐, 여기 고향에 왔으니 여기서도 한 번 기적을 보여 봐라, 하면서 비웃습니다. 그런 반응에 대해서 예수님은 고향에서는 선지자가 존경받기가 어렵다고 하셨습니다. 이것은 아마 후대 사람들이 첨가한 내용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후대의 첨가로 본다면, 그런 말이 일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주님은 엘리야와 엘리사 이야기를 하면서 그런 위대한 예언자들도 아무데서나 아무 때나 능력을 행한 것이 아니라, 엘리야는 사렙다 과부에게 집중했고, 엘리사는 이방 사람 나아만 장군을 치유해 준 것이다, 나도 그들처럼 내가 선택한 가난한 사람들에게 집중할 뿐이다, 그러셨습니다. 능력을 여기저기 팔듯이 펼쳐놓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사랑이 아닙니다. 과시입니다. 사랑은 가장 구체적으로 어려운 이웃의 고통을 공감하고 나누고 연대하면서 함께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찌 집중하지 않고 모두를 사랑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자신의 전부를 주는 것이기 때문에 흘리고 다닐 수 없습니다. 주님의 사랑은 보편적인 사랑이지만 가장 구체적인 갈릴리 변방에서, 가난한 민중들과 함께 하는 희생이었습니다.

그런데 보십시오, 아직 취임사를 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성경은 그런 시간적 흐름에 따라 정확히 기록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늘 기사를 통해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아직 절정에 이른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지난 시간에 이어진 오늘 본문 상으로 보면, 이미 사람들이 주님의 사역을 비웃고 공격하고 쫓아내고 낭떠러지에서 밀어 떨어뜨리려고 했습니다.

이것은 엄청난 사건입니다. 가난한 자에 대한 사랑이 가져온 결과입니다. 그래서 주님의 사랑을 대수롭지 않게 봐서는 안 됩니다. “내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주면, 사람들은 나를 성자라고 부른다. 그러나 내가 빈곤의 원인을 물어 보면, 그들은 나를 공산주의자라고 한다.” 이것은 브라질의 대주교 돔 헬더 까마라 신부가 한 말입니다. 손석희 아나운서가 다시 인용하는 바람에 새롭게 회자되었습니다.

주님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단순히 먹을 것만 준게 아닙니다. 가난한 자에 대한 사랑을 통해 가난의 원인을 묻고 대안으로 희년을 선포하셨습니다. 그래서 핍박을 받는 것입니다. 가난한 자에 대한 사랑은 이렇게 위험합니다. 그래서 십자가에 달리셨습니다. 그러나 무서워하지 않으시고 담대하게 나아가셨고, 끝내 포기하지 않으셨습니다. 고난이 오는 것을 감지하셨습니다.

십자가 고난의 예고를 여러 번 하셨습니다. 그러나 멈추지 않으셨습니다. 지속적으로 희년의 세상을 이루기 위하여 실천하시다가 하나님 나라를 저항하는 세력들의 연합에 의해 희생을 당하신 것입니다. 성서의 역사, 기독교의 역사를 봐도 순교의 역사가 아닙니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습니까? 주님의 십자가 정신을 이어 받아 삶에서 계승하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참으로 교회가 서야 할 자리는 어디입니까? 교회협의회는 “흔들리는 교회, 다시 광야로!” 가자고 했습니다. 출애굽의 자리, 광야의 자리, 고난의 자리, 십자가의 자리, 그 자리가 바로 교회가 서야 할 자리이고, 거기서 역설적이게도 생명이 피어오릅니다. 참으로 우리는 깊이 성찰해야 합니다. 깊은 데로 그물을 내려야 하듯이 인생의 깊이를 더해야 합니다.

주님께서 주현절에 우리에게 주시는 메시지는 가난한 자에 대한 사랑의 당파성과 그 사랑이 가져온 결과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말씀해 주십니다. 그런데 그 사랑이 마음 없는 행위가 아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울리는 종이나 시끄러운 꽹과리에 불과합니다. 재산을 나눠주고 내 몸을 희생한다고 해도 사랑이 없으면, 아무 것도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랑은 단순한 희생이 아니라 마음이 먼저 가는 것입니다. 마음이 하나가 되고 마음이 애통해 하고 마음이 먼저 가야 그래야 행위가 온전해진다는 것입니다. 마음이 먼저 간 사랑,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사랑, 그러나 아주 구체적으로 가난한 이웃들과 함께 하는 사랑을 통해 하나님의 현존을 드러내셨습니다. 가난한 자를 사랑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