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은 이사야서와 고린도전서와 누가복음 세 본문 모두 부르심, 즉 ‘소명召命’에 관해 말씀하고 있습니다. 이사야서는 이사야 선지자가 부름을 받는 장면이고, 고린도전서는 사도 바울의 소명 사건을 말씀하고 있습니다. 누가복음도 예수님께서 제자 베드로를 부르시는 장면입니다. 이 세 가지의 소명 사건을 통해서 우리를 부르신 하나님의 뜻을 어떻게 이해하는 것이 좋을까요?

 

교인들 중에는 이사야나 바울이나 베드로처럼 특별한 계시 사건을 통해서 강렬한 부르심을 경험한 분들도 계시고, 부모와 친구와 이웃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부름을 받은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강렬하나 아니냐 하는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하나님의 부르심을 통해서 이 자리에 앉아 있다 하는 생각은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다양한 분들에게 오늘 본문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요?

 

이사야 선지자는 웃시야 왕이 죽던 해에 환상 가운데 하나님 체험을 합니다. 하나님의 존재감이 얼마나 크게 느껴졌든지 그 옷자락만 해도 성전을 가득 채웠습니다. 그 당시는 성전을 아주 중요하게 여기던 때이기 때문에 그 성전을 가득 채운 하나님의 옷자락만 해도 하나님의 위엄을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하나님을 스랍 천사들이 모시고 섰는데, 얼굴과 하체를 가렸습니다.

 

그리고 서서 노래를 하는데, “거룩하다 거룩하다 거룩하다 만군의 여호와여 그의 영광이 온 땅에 충만하도다.” 그랬습니다. 이사야 선지자는 하나님의 옷자락을 통해서 그분의 거룩함과 영광이 충만함을 경험했습니다. 화답하는 소리로 말미암아 문지방의 터가 요동하고 성전에 연기가 충만했습니다. 하나님의 임재 경험입니다. 나중에 베드로 부분에 가서도 말씀을 드리겠지만, 이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거룩하신 하나님을 만나고 이사야가 깨달은 것은 입술이 부정한 사람이 부정한 백성들 가운데 거주하면서 만군의 여호와이신 왕, 하나님을 뵈었다고 고백합니다. 스랍 천사들이 찬양하는 자리에 합류할 수 없을 정도로 자신은 죄인임을 깨닫습니다. 거룩함의 존재 체험은 역으로 말하면, 나의 죄인 됨을 깨닫는 자리입니다. 하나님의 영광과 거룩함 앞에서 나의 죄인 됨은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절대 아름다움 앞에 자신의 절대 추함을 발견하는 것처럼, 이사야 선지자의 하나님의 존재감 인식은 자신의 죄인 됨을 인식하는 자리였습니다. 그런 내가 어찌 하나님의 옷자락만 닿아도 성전 전체가 가득해지는 영광 앞에서 함께 찬양할 수 있겠느냐 하는 그래서 입술의 부정함을 깨닫는 자리였습니다. 하나님은 성전을 넘어서는 분이십니다. 인간이 지은 성전에 가둬지지 않습니다.

 

그런 하나님을 만났습니다. 나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사도 바울의 고백처럼 죄인 중에 괴수임을 깨닫습니다. 자기 인식이 하나님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거룩함을 체험하는 순간, 나는 아무 것도 아니구나, 미미한 존재이구나, 그런 나를 사랑하셔서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해 주시고 인간으로 살게 하셨구나, 하는 체험을 하는 것입니다. 은혜의 체험이요 거룩함의 체험입니다.

 

스랍 천사 중에 하나가 와서 부젓가락으로 집은 제단 숯불을 이사야 선지자의 입에 대고 그 부정한 입술을 지졌습니다. 보라 이것이 네 입술에 닿았으니 네 악이 죄하여졌고 네 죄가 사해졌다, 그랬습니다. 죄 사함의 은총을 입습니다. 죄인 됨을 깨닫지 못하는 자는 죄 사함의 은총을 알 수가 없습니다. 다시 말하면 이사야는 하나님의 현존을 경험하면서, 자신의 죄 됨을 깨닫고, 죄 사함의 은총까지 받았습니다.

 

이 놀라운 사건 후에 하나님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이사야 선지자에게 직접 말한 것이 아니라 회의 성격으로 누가 우리를 위하여 갈꼬 하셨습니다. 그 소리를 들은 이사야 선지자가 내가 여기 있나이다, 나를 보내소서, 합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여전히 지금의 시국에 누가 우리를 위하여 갈꼬 하시면서 회의하십니다. 그 때 그 목소리를 소명으로 듣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주여 내가 여기 있나이다, 나를 보내소서,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 가운데로 가는가 하면, 듣기는 들어도 깨닫지 못하고 보기는 보아도 알지 못하는 백성들, 그런 마음이 둔한 백성들 가운데로 보내서 귀를 열고 눈을 열고 마음을 여는 사역입니다. 회복이요 치유요 생명이요 부활입니다. 언제까지 해야 합니까?(11절) 나라가 완전히 멸망할 때까지, 남은 자가 얼마 남지 않을 때까지 해야 합니다.

 

쉽지 않은 사역의 길에 소명으로 나섭니다. 그것은 내가 나서는 것 같지만, 하나님의 존재 체험을 통해서 거룩함을 깨닫고 나 자신이 죄인 됨을 깨닫고 죄 사함을 얻어 나도 거룩한 존재로 거듭날 때 하나님의 소리가 들립니다. 누가 우리를 위하여 갈꼬 하는 음성이 들립니다. 그 귀가 열리고 소명으로 인식하여 나서는 사람, 그런 사람을 우리는 크리스천이라고 합니다. 

 

그 사람이 바로 사도 바울이 아닙니까? 사도 바울은 오늘 본문 상으로 보면,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사건을 통해 하나님의 현존을 체험합니다. 그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밝히기 위해서 게바에게 보이고 야고보에게 보이고 오백여 형제에게 보이고 자기에게도 보였다고 고백합니다. 그런 주님의 부활 체험을 통해서 하나님의 현존을 경험하고 자신의 죄인 됨을 이사야 선지자처럼 깨닫습니다.

 

나는 죄인 중에 괴수라고 고백합니다. 그것은 하나님을 체험하지 않은 자는 깨닫지 못합니다. 다시 말하면 자신의 죄인 됨을 깨닫지 못하는 자는 하나님을 제대로 만나지 못한 것입니다. 어쨌든 바울은 그런 자기에게 하나님께서 부활로 나타나 보여 주셨고, 죄인 됨을 깨달아 10절에 보면, 나의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라 그랬습니다. 그런 깨달음이 있어, 생명과 부활 사건을 전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바울의 소명이었습니다. 그가 전한 것도 부활사건입니다. 부활사건은 생명을 전하는 것입니다. 오늘 읽은 누가복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수님께서 베드로를 부르시는 장면인데, 베드로가 다른 어부들과 함께 그물을 씻고 있었습니다. 밤 새워 그물을 던졌지만 한 마디로 잡지 못했습니다, 라는 고백 속에 고기를 잡지 못해 허탈한 가운데 있는 베드로를 발견합니다.

 

그들은 고기잡이를 하는 어부입니다. 고기잡이에 베테랑입니다. 그런데 한 마리도 잡지 못했습니다. 그 때 주님이 다가오셔서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리라, 하셨습니다. 선생님 우리가 밤이 맞도록 수고를 하였으되 잡은 것이 없지마는 말씀에 의지하여 그물을 내리겠습니다, 라고 고백합니다. 그랬더니 고기가 너무 많아 그물이 찢어질 정도였고 두 배에 가득 실었습니다.

 

동무들을 불러 내릴 정도로 만선이었습니다. 그 때 베드로가 하나님을 만납니다. 주님을 통해서 하나님을 만나고 납작 엎드립니다. 주여 나를 떠나소서, 합니다. 처음에는 선생님 그랬습니다. 그냥 동네에서 훌륭한 선생님으로 봤습니다. 그런데 만선 경험을 하고 나서는 자신이 깨졌습니다. 자기 경험이 무너지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만났습니다. 주여, 그랬습니다. 주님체험입니다.

 

나는 죄인입니다, 라고 고백합니다. 이사야 선지자가 하나님의 영광과 거룩함을 체험하고 자신의 죄인 됨을 깨달은 것처럼 베드로 또한 그렇습니다. 바울은 어떻습니까? 마찬가지로 죄인 됨을 깨닫습니다. 야고보와 요한도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 때 주님께서 저들을 부르십니다. 두려워하지 말라, 앞으로는 너희가 사람을 취하리라, 하셨습니다. 사람 낚는 어부가 된다고 하신 것입니다.

 

그 전에도 주님을 알았습니다. 베드로와 다른 제자들도 알았습니다. 그런데 하나님 체험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제 하나님을 만났습니다. 죄인임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사람 낚는 어부로 부르셨습니다. 물고기 낚는 것을 목표로 둔 삶에서 사람을 낚는 삶으로 목표와 가치가 달라졌습니다. 돈이 목표였는데 이제 사람이 목적이 되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부활의 삶이요 생명의 삶이요 눈을 뜨고 귀를 여는 삶입니다. 

 

육지에 배를 버려두고 예수님을 좇았다고 했습니다. 이런 신령한 체험을 통해 존재의 변화를 경험하고 나니, 하나님의 부르심이 이해가 되고 깨달아졌습니다. 그래서 누가 가면 좋을까 했는데 제가 가겠습니다, 라고 고백합니다. 물고기 낚는 삶에서 사람을 낚는 삶으로 변화되었습니다. 그 가치가 얼마나 크고 놀라운지, 하나님의 거룩함을 통해 나의 거룩함을 발견했습니다. 아멘입니다.

 

그래서 소명 사건은 하나님의 현현과 자신의 깨달음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존재가 바뀌어 물고기에서 사람으로 옮아가는 것입니다. 그것이 기쁨입니다. 물고기가 목표였던 삶에서 사람을 목표로 하는 삶으로 옮아가면, 제일 먼저 제기되는 문제가 사람을 낚을 수 있는 성품이 되는가 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해야 자기 한계를 넘어 ‘사람을 낚을 수 있는 품성’으로 변화되느냐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베드로의 고백 속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제 경험으로 밤을 새워 고기를 낚았지만, 아무 것도 잡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선생님 말씀에 의지하여 그물을 내리겠습니다, 라고 고백하는 이 성품입니다. 제 경험, 제 의지, 제 실력 모든 것을 동원해서 해 봤지만 아무 것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의 ‘말씀’에 의지하여 그물을 내리겠습니다, 라고 순종하는 자세입니다.

 

신앙생활 하다 보면 교인들 중에 자기 직업이나 실력에 따른 성격이 분명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세상에서는 이렇게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렇습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그런 경험과 실력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이요 하나님의 뜻입니다. 그래서 베드로는 말씀에 의지하여 그물을 내렸더니 그물이 찢어질 정도였습니다. 놀라운 수확을 하고 나니 선생님이 주님으로 보였습니다.

 

여기서 전환이 왔습니다. 선생님이 주님입니다. 그분이 나의 주인이고 메시아이고 하나님이십니다. 바울의 고백처럼 나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내 안에 주님을 주인으로 모시기로 했습니다. 주님의 뜻에 순종하기로 했습니다. 거기서 생명이 일어납니다. 부활 사건이 거기서 재현됩니다. 내가 아니고 주님이 생명으로 역사하십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감동이 내 안에서 일어납니다.

 

사람을 낚을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사람을 낚는 것이 목표가 됩니다. 사람에 대해 인내할 수 있고 용서할 수 있고 배려할 수 있고 수용할 수 있습니다. 사랑의 힘이  일어납니다. 경험주의의 오류를 넘어서 하나님의 말씀에 의지하여, 진리에 근거하여 살아가는 삶으로 전환됩니다. 삶의 깊이가 달라집니다. 깊은 데로 그물을 내리는 삶이 됩니다. 물고기가 목표가 아닌 사람이 목적이 되는 삶이 됩니다.

그런 제자로 저희를 불러 주셨으니, 내가 어떤 상황에서 계시를 받고 부름을 받고 이 자리에 나왔든지 결국 우리는 모두가 하나님의 뜻에 따라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그물을 내리는 인생입니다. 그 힘으로 사람을 사랑하는 힘이 일어납니다. 내 안에서 내 주인이 작동합니다. 말씀하시고 인도하십니다. 그 뜻을 받들고 순종하여 하나님 나라의 지평을 사랑으로 넓혀가는 사람 낚는 어부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