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민중을 억압하고 탄압하는 억압자의 모습을 보이는 현실 가운데 불가피하게 태동한 것이 민중교회이다.”

▲ 2013년 10월 10일,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장공기념관 2207 강의실에서 민중신학과 교회의 네 번째 세미나가 열렸다.ⓒ에큐메니안

2013년 10월 10일,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장공기념관 2207 강의실에서 민중신학과 교회의 네 번째 세미나가 열렸다. 앞서 세 번의 세미나에서는 김희헌 교수의 강의로 세미나가 진행되었고, 이번 시간엔 정상시 목사(안민교회 담임목사)의 ‘민중교회와 생명선교’ 라는 주제의 발제와 원생들의 논찬과 질의응답으로 진행되었다.

발제를 맡은 정상시 목사는 1987년에 경기도 안양의 ‘박달교회’에서 민중이 억압의 결박을 벗고, 자유와 기쁨을 누리는 미래를 향한 ‘운동하는 신앙공동체’를 지향하였으며, 현재는 ‘안민교회’로 이름을 바꾸어 ‘안민 희망둥지(지역 아동센터)’, ‘안민 사랑둥지(어르신 쉼터)’, ‘안민 나눔둥지(빛과 책 온라인 헌책방)’ 등의 사회적 서비스를 실천하는 신앙공동체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 발제를 진행한 안민교회 정상시 목사ⓒ에큐메니안

정상시 목사는 민중교회 운동 출현 배경의 기점을 1970년 전태일 분신사건과 1971년 광주대단지 사건으로 보며, 이것은 하나의 ‘민중계시 사건’이라고 말했다. 그 후 1980년 광주 민중항쟁 사건 때 ‘세계 미스 유니버스 대회’ 등으로 언론을 장악하고, 비슷한 시기 당대 거물 목사들이 대거 참석한 ‘전두환 국보위 상임위원장을 위한 조찬기도회’를 통해 한국교회 또한 폭압과 억압의 정권에 동참하였음을 말하며, “그 때는 한국교회 치욕의 날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리고 그는 민중교회운동의 전개 과정을 설명하며,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의 변화하는 민중교회에 특징에 대하여 설명하였는데, 그 특징은 다음과 같다.

1970년대 - 민중계시 사건을 통해 민중이 신음하고 아파하는 현장에 세워져 연대하는 교회. 1980년대 -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민중운동과 연대하여 함께 투쟁하고 운동하는 교회. 1990년대 - 경제적 위기와 정체성의 위기 가운데 변화하는 시대와 함께 변하고, 다양한 전문성을 가지는 교회. 2000년대 - 지역아동센터, 이주 노동자 선교센터, 기지촌 선교센터, 장애우 선교센터 등 민중의 삶의 한복판에서 선교하는 공동체로서의 교회.

마지막으로 정상시 목사는 “황금이 만능인 시대에 다시 민중교회가 일어서기 위해선 교회가 말씀과 친교와 섬김을 우선으로 삼는 공동체가 되어야 하며, 새로운 신앙고백으로 모든 성도가 한 마음이 되어 연대해야 한다. 이것이 새로운 시대에 교회가 민중을 섬기는 시작이다.”며 발제를 마쳤다.

학생 논평자들(이성휘, 오세요)은 “현재 국가 기관이 직접 사회복지에 참여하고 있으며, 노동자, 빈민, 농민들의 사회운동도 교회의 도움 없이 스스로 자기 문제를 해결하게 되면서, 과거의 민중교회운동은 설 자리를 잃은 것 같다.”는 첫 느낌을 말했다. 논평자는 발제자에게 다음의 세 가지의 질문을 던졌다.

▲ 학생 논평자. 오세요, 이성휘 학생ⓒ에큐메니안

첫째, 70년대부터 운동권 내부에서의 노래문화는 무리 없이 장착되었고, 민중교회에서도 복음성가제등과 같이 큰 호응이 있는 문화가 있었다. 그러나 90년대부터 운동과 노래(찬양)의 간격이 넓어짐에 따라 민중교회는 사실상 찬양 속에서 이뤄지는 교회의 정서와 멀어졌다. 민중교회가 시대적 흐름을 놓친 사례처럼 보인다. 

둘째, ‘기장 민중교회 운동연합’은 좀 더 폭넓게 ‘생명을 살리자’는 의도로 ‘생명선교연대’로 명칭을 변경하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더 폐쇄적인 운영이 된 것은 아닌가?

셋째, 발제문 가운데 ‘(실제로) 가난한 자와 마음이 가난한 자의 공동체’라는 말이 있는데, 그 말은 보통 경제적 빈곤과 정신적 빈곤을 분리시켜 말할 때 쓰인다. 이 말은 마음이 가난한 자만 강조하는 제도권 교회를 비판하는 것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제도권 교회의 방침에 한 발을 담그는 위험성을 가지지는 않는가?

▲ 생명선교연대 신학위원장 남기창 목사(청암교회)ⓒ에큐메니안

세미나에 함께 자리한 남기창 목사(청암교회, 생명선교연대 신학위원장)는 논평자들의 질문에 ‘당시 민중교회가 맞고 있던 직접적인 시대적 요청이 무엇이었을까’를 되물었다. “당시 민중에게 필요한 것은 그들의 삶을 보호하고, 돕는 운동이었다. 그리고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달라지는 세태에 ‘생명선교연대’라는 명칭 변경은 더 많은 이들을 섬기기 위해 필요한 것이었다. 그 점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고 답변했다.

다음으로 원우들의 질문 시간에 양대종 원우는 “민중교회들이 자신의 모든 것을 다해 일하는데, 왜 교단이나 노회 차원에서의 도움과 조직이 없는지 안타깝다.” 고 말했다. 세미나에 함께 자리한 김성훈 목사(생명선교연대 회장)는 “성공회와 가톨릭은 기장의 민중교회를 본받아 조직적으로 선교 센터를 만들었다. 그러나 기장에서는 총회나 노회에서 지원해줄 수 있는 구조가 잡혀있지 않았다. 그것은 교단에서 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영향력이나 교세가 작기 때문이며, 앞으로 갈 길이 멀다.”고 답변했다.

김희헌 교수는 “발제자가 민중교회 운동을 ‘교회의 본질회복운동’이라고 본 것에 깊이 공감한다. 그것은 민중신학이 성경의 근본적인 가르침(출애굽사건, 십자가-부활사건)에 근거한 신앙의 원점을 회복하고자 한 신학운동이었던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오늘 한국교회의 위기 앞에서, 어떠한 교회운동이 신앙공동체로서의 본연의 모습을 회복해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 우리는 정직해져야 한다. 오늘 맞고 있는 이 위기는 하나님의 ‘권고’ 정도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한국교회의 ‘생존’을 걸고 하시는 ‘협박’처럼 보인다. 교회의 본성회복을 위한 치열한 해석학적인 투쟁이 필요하다.”며 세미나를 정리했다.

다음 세미나는 10월 17일에 진행되며, ‘성서해석과 설교’라는 주제로 이병일 목사의 발제가 있을 예정이다. 시간은 오후 2시 30분부터 5시까지이며, 장소는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장공기념관 2207 강의실이다.

정윤근 객원기자  cyg7777@lycos.co.kr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