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큐메니안

작은교회가 희망이다!

지난 19일 감리교신학대학 교정에서 위와 같은 주제로 ‘생명평화를 일구는 작은교회 박람회’가 열렸다. 60여개의 교회와 선교단체가 참가한 이번 박람회에는 각 지역에서 특화된 교회의 선교활동을 공유하고 나누는 자리였다. 또한 생명, 평화, 정의의 가치에 동의하고 ‘대안교회운동’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작은교회만이 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서도 논의하는 자리로 진행됐다.

이번 박람회는 노동, 여성, 의료, 복지, 지역선교, 문화, 사회운동, 영성 등 다양한 선교영역에서 새롭고 참신한 방식으로 일궈가는 교회들의 모습 속에서 더 이상 사회의 정화기능과 예표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한국 대형교회의 대안으로서의 작은교회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 한무리교회 교인이 너트와 볼트로 만들어진 십자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노동조합을 준비하다가 신분이드러난 한 노동운동가가 교회를 떠나며 '주여 인간답게 살고 싶습니다'라는 노동자의 신앙고백이 담겨있는 글씨를 용접한 십자가를 두고 갔다는 것이다.ⓒ에큐메니안

80년대 열악한 노동현장 가운데 십자가를 세운 한무리교회는 ‘노동현장의 도시화와 한국교회의 질적 하락에 따른 혼돈 속에서 낮아지고 작아지기 위한 대안 모색’으로 ‘교인 100명을 넘지 않는다’는 구체적인 작은 교회 공동체를 지향한다고 밝히며 신음하는 이들을 위한 구제활동과 올바른 시민운동의 전망을 밝히고 있다.

▲ 과천영광교회 교우들이 우진성 목사가 만들어 보급한 '몸기도'를 시연하고 있다.ⓒ에큐메니안

과천영광교회는 담임목사인 우진성 목사가 직접 만들어 보급한 ‘몸기도’를 소개했다. 우 목사는 ‘몸기도’를 통해 단조롭고 말 중심의 한국교회의 기도에 ‘몸기도’라는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교우들은 말과 생각이 아닌 온 몸으로 기도하며 절을 통해 자기의 존재를 낮추는 한국 전통문화를 녹여낸 몸기도를 시연하며 동작 하나하나에 대해 설명을 이어갔다.

▲ 청지기교회 한 교우(오른쪽)가 교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 좌측 옆이 청지기교회 이진형 목사이다.ⓒ에큐메니안

작년 녹색교회로 선정된 청지기교회의 한 교우는 ‘도시 인근 숲속에 예배당이 있어 숲길을 오르면 교회 가는 길이 너무 좋다’며 자랑을 하기도 했다. 이 교회는 청지기 자연학교를 통해 인근 숲에서 생태적 감수성을 일깨우는 생태문화 선교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교회 한 켠에 공방을 만들어 생활가구를 만드는 일도 하고 있고 협동조합으로 카페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 행복한 교회의 소개글ⓒ에큐메니안

여성 싱글로 구성된 행복한 교회는 ‘결혼’과 전통적 ‘혈연가정’으로 구성된 교회가 ‘정상’이라 인식되는 틀에서 벗어나 새롭게 등장하는 다양한 대체 가정에 주목하며 ‘싱글’들의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자긍심을 갖고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자신의 역할을 찾을 수 있게 하는 교회이다.

그 밖에도 독특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교회들이 많았다. 너머서, 새맘, 함께여는 교회는 ‘예배당 전용의 자체 건물을 소유하지 않는다.’는 정관을 명시해 놓고 관리 지출을 최소화해 이웃을 섬기는 활동에 더욱 힘을 쏟는다고 소개했고 향린, 들꽃향린교회는 장로와 목사의 임기제를 소개하며 교회의 민주적인 절차에 대한 사례를 설명하기도 했다.

▲ 색동교회 교우가 담임목사 송병구 목사가 도안한 손십자가를 시연해 보이고 있다. 색동교회는 다양한 십자가가 많은 교회로 유명하다.ⓒ에큐메니안

이렇게 감신대 종합과 1,2층 60여개의 상성 부스가 운영되는 동안 웨슬리관 세미나실에서는 작은교회의 대화마당이 진행됐다.

작은교회의 교회학교 교육, 교회운영을 위한 리더쉽 문제, 생존의 법칙 등의 주제로 진지한 토론과 대화가 이어졌다.

▲ 웨슬린관 세미나실에서 진행된 대화마당1. '작은교회, 교회학교 교육 어떻게 하나?'ⓒ에큐메니안

첫 번째 대화마당 ‘작은교회, 교회학교 교육 어떻게 하나?’라는 주제로 진행된 대화마당에서는 작은 교회가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문제를 공유하고 작은 교회만이 할 수 있는 교육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대화마당 참가자들은 대체로 교육에 대한 어려움은 적은 숫자와 교사 수급문제, 프로그램의 부제 등을 꼽았다.

▲ 대화마당 참석자들이 그룹별로 토론을 진행한 후 다함께 모여 종합토론을 진행하고 있다.ⓒ에큐메니안

목사와 전도사, 교사 등이 모여 자신의 교회 사례를 나누며 언급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했다. 아이들 숫자가 적은 문제는 작은 교회들 간의 네트워크를 통해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문제가 해결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 또 어른예배와 어린이 예배를 분리하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어린이들이 예배 예전에 참여하는 것도 좋다는 의견도 있었다. 근처 교육시스템이 잘 갖춰진 대형교회에 아이들을 맡기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다. 반면 보수와 진보를 떠나 아이들에게 일상적인 성서교육을 위한 질좋은 어린이 성경 개발이 되어야 한다는 의견 등 다양한 의견들이 표출되었다.

대화마당을 준비한 우진성 목사는 “이번 기회를 계기로 작은 교회 교회학교 운영에 대한 새롭고 참신한 대안을 마련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 그러한 단초를 마련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갈무리 하며 앞으로 교회학교 교육에 대한 지속적인 논의를 가져가자고 제안했다.

▲ 모든 부스행사를 마친후 노래하는 공동체 브라운 워십의 노래와 연주로 토크 콘서트가 진행됐다.ⓒ에큐메니안

오후 3시 모든 교회 부스가 정리되고 100주년기념관 앞에서 브라운 워십의 토크 콘서트 “작은 교회, 희망을 노래하다!”로 작은교회 박람회 모든 순서를 마쳤다.

이정배 교수는 이 자리에서 “교회개혁 500주년이 되는 2017년을 한국교회가 이런 모습으로 맞이해서는 안 된다는 고민을 함께하는 이들이 오늘 여기 모여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작은 교회가 희망이 됨을 노래했다.”며 이날의 성과를 정리했다.

▲ 토크콘서트 자리에서 이정배 교수(감신대)가 작은교회 박람회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에큐메니안

또 이 교수는 “목사의 크기가 교회의 크기가 되고 교회의 크기가 목사의 크기가 되는 것만큼 예수를 모욕하는 일이 없다.”며 “길들여지는 목회가 아니라 체제 밖에서 일하고 그곳에서 상상하고 희망을 찾는 일을 계속 해 나갈 것이다. 힘들었지만 이 자리에서 같은 마음을 갖고 있는 이들을 만나 많은 힘을 얻었다. 앞으로도 이 발걸음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가겠다.”며 희망찬 메시지를 전했다.

박람회에 모인 많은 교회들의 공통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작음’과 ‘공동체’, ‘섬김’ 이었다. 여기에 기초해서 각기 교회 성원이 갖고 있는 달란트를 발휘해 다양한 선교활동으로 이어가고 있었다.

한국교회의 사향길에서 새로운 희망의 단초를 작음과 공동체를 통해 한국교회가 다시금 하나님 나라를 향한 발돋움을 하게 되는 자리였다.

이날 박람회에 참여한 교회는 강남향린교회, 겨자씨교회, 과천영광교회, 낙산교회, 너머서교회, 더함공동체, 독립문교회, 들꽃향린교회, 마당교회, 브라운워십교회, 삭개오작은교회, 새롬교회, 새맘교회, 색동교회, 샘터교회, 서울교회, 성공회길찾는교회, 성공회원주교회, 성공회희년교회, 성공회회원교회, 성수삼일교회, 시냇가에심은교회, 아름다운마을교회, 아산송악교회, 안민교회, 언덕교회, 여울교회, 예수이야기교회, 예인교회, 예지교회, 인천평화교회, 일벗교회, 참실희년교회, 좋은만남교회, 좋은샘교회, 주안에하나교회, 청지기교회, 트립티카페, 평화의교회, 푸른마을교회, 하늘품교회, 한무리교회, 한백교회, 함께여는교회, 해인교회, 행복한교회, 향린교회, 홍천동면교회 등 50여개 였고 참여한 단체는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 고난함께, 교회개혁네트워크, 교회개혁실천연대, 교회2.0목회자운동, 기독청년의료인회, 기장여교역자협의회, 나눔의집협의회, 작은교회세우기연합(SCF), 농목연대, 생명선교연대, 예장여교역자협의회, 인천내일을여는집, 일하는예수회,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KSCF) 등 15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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