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한신대 신학대학원에서 열린 '만우, 장공' 심포지엄에서 김경재 교수는 만우 송창근 박사의 신학을 중심으로 장공 김재준 박사의 신학을 공통점과 차이에 대해 비교했다. ⓒ에큐메니안 고수봉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이하 기장)가 ‘새역사 60주년’을 기념해 모태가 된 만우 송창근과 장공 김재준 박사의 신학과 비전을 돌아보며, 기장의 새로운 비전을 세우는 학술 심포지엄이 9일(월) 오후1시 한신대 신학대학원 컨벤션홀에서 “만우, 장공의 비전, 기장의 비전”이라 제목으로 열렸다.

행사를 준비한 기장 총회장 박동일 목사는 “기장의 역사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두 분이 만우와 장공”이라며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만우와 장공의 이야기들이 우리 마음속에 핏줄처럼 흐르는 기장의 정신을 깨우길 바란다”고 전했다.

기장 총무 배태진 목사도 “장공 김재준은 WCC 제10차 총회가 있기 훨씬 이전에 장공 김재준은 예수 그리스도 교회가 지녀야할 3대 가치로 정의평화생명을 말했다”며 “오늘 심포지엄을 하는 것은 과거를 회상, 기념하자는 것이 아닌 칠흑의 어둠 속에 쏘아진 조명탄이 되길 바란다”고 인사를 전했다.

심포지엄은 한신대 김경재 명예교수의 강연 후, 패널들의 ‘토크 콘서트’로 이루어졌다. 토크 콘서트 패널로는 김경재 교수를 비롯해, 서재일 목사(원주영강교회), 육순종 목사(성북교회), 김희헌 목사(낙산교회)가 참여했으며, 한신대 신학대학원장 연규홍 교수가 사회를 맡았다.

▲ 주제 강연을 맡은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 ⓒ에큐메니안 고수봉

김경재 교수는 외향형 만우와 내향형 장공의 관계를 이상적인 ‘화이부동’의 실천으로 보면서, 만우를 ‘복음주의적 경건신학’으로, 장공을 ‘개혁주의적 역사참여신학’으로 보는 경향에 대해 설명했다.

김 교수는 “만우는 바다처럼 깊은 영혼의 중심에는 깊은 고요가 있지만 겉으로는 바다의 수면처럼 역동성, 실천성, 추진력, 과감성, 변화성이 있다”고 설명했고, “장공은 산처럼 고요하고 과묵하지만 맘 속 깊은 곳에는 다정다감이 있고, 시혼(詩魂)이 있으며 그리스도에 대한 변절 없는 순애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장공에 비해 크게 연구되지 못한 만우 송창근 박사의 신앙과 신학을 추적해 들어갔다. 만우는 20대 무렵 서울에서 정식 신학생으로서 ‘피어선 신학교(현 평택대학교)’에서 수학했다. 그 후 일본 동야대학 문학과, 청산학원 신학부, 샌프란시스코 신학교, 프리스턴과 웨스턴 신학교 등을 거치면서 근보주의신학에서부터 자유주의신학까지 다양한 신학 조류를 경험했다.

만우는 자신의 신학을 ‘잡종신학’이라고 했는데, 김경재 교수는 이를 “다양한 신학 조류를 자신의 신학으로 형성한 만우는 특정신학의 틀에 박히거나 예속된 신학을 하지 않는 것과 함께 신학지상주의에 대한 도전이자 ‘신학우상화’에 대한 거부”라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만우의 신학과 영성은 ‘피어선 성경학교’ 시절의 영향으로 “신적 거룩과 사랑을 경험하면서 변화되는 중생체험에 기독교 신앙의 기초를 두는 ‘복음주의적 경건신앙’이 만우신학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김경재 교수는 “장공 김재준 박사에게도 성령에 의한 회심, 성 프란시스의 성빈에 대한 흠모, 무소유와 빈민촌생활을 실천한 하천풍언에 대한 동경 등 ‘내면적 경건신앙’을 엿볼 수 있다”며 “만우와 장공의 영성신학 안에는 ‘영혼 내면의 중생체험’이라는 중요한 요소가 공통적으로 간직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만우와 장공은 기독교 복음의 본질은 자유인이 되고, 복음신앙 안에서 자유인은 사랑과 봉사와 정의를 위해 자발적인 생활신앙인이 된다는 신념에 있어서 완전 일치하였다”며 두 사람의 신념이 기장신학의 ‘중심핵’이라고 표현했다.

강연을 마치며 김경재 교수는 “만우, 장공신학은 공통점 못지않게 엄존하는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 위대한 선생의 신학은 후학들에게 역설적 일치로써 ‘생활신앙’과 ‘목회현장’과 ‘신학 교육과정’ 안에서 체현되어야 한다”고 요청했다.

▲ 좌측부터 사회를 맡은 연규홍 교수, 육순종 목사, 서재일 목사, 김희헌 목사. ⓒ에큐메니안 고수봉

토크 콘서트와 함께 진행된 논평에서는 서재일 목사는 “송창근 박사님의 글 중에 납북 전에 번역한 ‘E. M. 바운즈’의 기도의 능력을 읽으면서 장공의 신학적 골격과 만우의 내면적 영성과 신비의 목회를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며 “성장주의에 휩쓸려 타 교단의 흉내 내기보다는 놀라운 신학의 길을 제시한 만우와 장공처럼 새로운 신학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전했다.

육순종 목사는 만우와 장공의 비교가 각각의 신앙을 단순화함으로 불러올 수 있는 오해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만우와 장공은 각자의 자리가 있다. 이 둘을 비교할 때, 만우를 ‘복음주의적 경건신학’, 장공을 ‘개혁주의적 역사참여신학’으로 단설할 수 있다”며 “만우와 장공의 역설적 일치를 위해서는 기장의 역사 참여적 방식도 ‘복음’적 의미와 의식, 신앙적 언어가 나와야 한다.”고 전했다.

▲ ⓒ에큐메니안 고수봉

김희헌 박사는 “김경재 선생님의 강연 마지막의 ‘역설적 일치’는 신앙과 역사, 두 전통의 필요성과 계승에 대해 권면”이지만 “다른 사람들이 붙여놓은 ‘이름’으로는 그 분들의 사상과 심정을 다 말할 수 없다. 이는 현재 자신들의 부분적인 모습에 대한 알리바이로 이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학적 외향의 차이는 분명했지만 시대적 과제에 대한 인식은 동일했으며 시대를 향한 신앙에 있어서의 심정은 매우 동일했다”며 “만우께서 경건을 중시하지만 역사를 몰랐다고 하면 터무니없는 말이며, 장공 선생님이 역사참여를 말하지만 영성이 부족했다는 것은 완벽한 곡해”라고 예를 들어 설명했다. “신학적인 논리를 설명하는 문자에 집착하기보다 그 뒤에 숨겨져 있는 신앙의 심정을 보아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고수봉  gogo99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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