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교단 신학생들도 '박근혜 퇴진'


▲ 감신대 이학열 학생이 '민주의 심장이 멈춰버린 1년, 회복을 선포한다!'라는 제목의 시국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에큐메니안 고수봉

“민주주의를 퇴보시키고 헌정질서를 파괴한 박근혜는 즉각 퇴진하라!”

박근혜 대통령 당선 1주년을 맞은 19일 7개 학교, 5개 교단 신학생들이 모여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기도회를 가졌다.

‘민주주의를 위한 신학생연합’(이하 민신연)이라고 밝힌 신학생 70여명은 오후2시 서울 성공회대성당 6월항쟁진원지 비석 앞에서 “2013년 12월 19일 오늘의 상황은 (로마제국의 지배를 받던) 2천년 전의 억압의 역사와 다를 것이 없다.”며 국가기관에 의해 벌어진 불법 대선개입 사태에 대해 규탄했다.

그들은 “(대선개입) 사실을 가리기 위해 정의를 부르짖는 종교계까지 ‘종북’으로 매도했으며, 정당한 파업을 하고 이쓴 노조원들을 무더기로 직위해제하고 체포영장까지 발부했다.”며 “지난 1년간 불의한 정권, 거짓의 정치는 민주의 심장을 마비시켜 버렸다.”고 주장했다.

이에 민신연은 ‘인권, 노동, 언론, 종교계 탄압의 중단’과 ‘불법 대선개입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했다.


▲ 민신연은 각자의 학교에서 국가기관 불법 선거개입 문제로 시국기도회를 갖고 공동행동을 위해서 모인 신학생들이다. ⓒ에큐메니안 고수봉

목회자들도 신학생들의 시국기도회에 참석해 지지와 연대의 말을 전했다.

고난함께 진광수 목사는 “국가기관의 불법 선거개입이 분명하고 정확한 사실로 밝혀졌지만 청와대, 국정원, 군 사이버사령부 어디에서도 사과한 적이 없다.”며 “도대체 이런 민주주의가 어디 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낙산교회 김희헌 목사는 한국교회의 원죄로 “민주주의를 원하는 사람들을 ‘종북’몰이하며 독재 정권의 하수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맘몬주의에 의해 지난 30년 동안 성장과 축복, 번영을 향해 달려오면서 온 국민을 경제 동물로 전락시키는 개발주의자들의 주구가 되어 왔다.”며 “오늘 이 자리는 한국교회의 원죄의 사슬을 끊기 위해서 모인 자리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 민신연 학생들은 종로5가로 이동, 금식기도 중인 목정평 목회자들을 격려했다. ⓒ에큐메니안 고수봉

서울 성공회대성당에서 시국기도회를 마친 민신연 소속 신학생들은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종로5가까지 거리행진을 벌였다. 종로5가에서 민신연 신학생들은 한국기독교회관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금식기도 중인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목회자들과 함께 기도회를 가졌다.

향린교회 조헌정 목사는 “역사는 항상 깨어있는 소수자가 만들어 왔다. 여러분이 바로 그런 사람들”이라며, “5개 신학생들이 뭉쳤다는 것만으로 후세 역사는 100점, 정치에 불의함을 보고 일어섰다는 점을 보고 200점을 줄 것이며, 학점은 모두 A+”라고 칭찬했다.

한편 민신연은 감리교신학대, 성공회대, 연세대, 장로회신학대, 총신대, 한신대, 호남신학대에서 국가기관 불법 대선개입에 대해 비판해온 신학생들의 연합단체이다.


▲ 민신연 신학생들과 목정평 목회자들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기도회를 진행하고 있다. ⓒ에큐메니안 고수봉

다음은 민신연 시국선언문 전문이다.

민주의 심장이 멈춰버린 1년, 회복을 선포한다!

‘정의를 뿌리고 사랑의 열매를 거두어라. 지금은 너희가 주를 찾을 때이다. 묵은 땅을 갈아 엎어라. 나 주가 너희에게 가서 정의를 비처럼 내려 주겠다(호세아 10장 12절).’

이천여 년 전 이스라엘은 로마제국의 지배를 받았습니다. 제국의 지배아래 세움 받은 이스라엘의 정치인들과 종교지도자들은 서로 야합하여 하나님의 백성들을 착취하고 억압하였습니다. 바로, 그곳 억압의 땅, 착취의 현장에 예수께서 오신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하나님의 이름으로 불의한 현실을 고발하는 예언자의 전통을 따라 모든 착취와 억압을 고발하셨습니다. 그리고 무너진 하나님 나라의 정의를 다시 세우기 위하여 자신의 삶을 모두 내어던지셨습니다. 그러나 권력을 잡은 자들은 예수를 로마제국의 질서를 위협하고, 이스라엘 땅에서 혼란을 야기하는 반역자로 지목했습니다. 결국, 예수께서는 제국의 질서를 위협한 반역자의 오명을 쓰고 십자가 위에서 죽임을 당하셨습니다. 하나님의 나라와 정의를 위해 사신 예수님의 삶이 불의한 자들에게는 정치적인 위협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30년 전 대한민국 역시 과거 이스라엘의 형편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군부독재, 인권탄압, 민간인 학살, 언론 탄압, 조작된 선거 등, 불의와 억압이 만연했습니다. 하나님의 나라와 정의가 사라진 대한민국이었습니다. 그러나 1987년 6월 10일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이곳에서 불의를 고발하고 억압을 폭로한 대학생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독재타도>, <민주쟁취>를 외쳤습니다. 결국, 그들의 외침은 억압과 살인의 현장의 땅을 뒤엎는 기폭제가 되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정신을 소생시켰습니다.
그러나 2013년 12월 19일 오늘의 상황은 이천년 전의 억압의 역사, 그리고 30년 전 탄압의 역사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총체적 대선개입이 사실로 밝혀지고, 중립을 지켜 국민의 권익을 보호해야할 ‘국가기관’이 특정 정당과 인물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것도 모자라 시민사회와 진보정당들을 탄압했습니다. 그리고 이 사실들을 가리기 위해 박근혜 정부는 언론을 탄압하고, 정의를 부르짖은 종교계까지 종북으로 매도했습니다. 정당한 파업을 하고 있는 노조원들을 무더기로 직위해제하고 체포영장까지 발부했습니다.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던 핵심 정책들을 손바닥 뒤집듯 엎어버리기를 반복하고 공적 자원을 자본에 넘기기 위해 국민을 우롱하였습니다. 이렇게 지난 1년간 불의한 정권, 거짓의 정치는 민주의 심장을 마비시켜 버렸습니다.
따라서 민주항쟁의 역사를 계승하고 예수를 주로 고백하는 민주주의를 위한 신학생 연합은 독재의 전조, 유신으로의 회귀를 중단시키고 하나님의 나라와 정의를 선포할 것입니다.

이에 우리 민주주의를 위한 신학생 연합은 아래와 같이 요구합니다.

하나, 현 정부는 인권탄압, 노동탄압, 언론탄압, 종교계탄압을 즉각 중단하라!
하나, 불법대선개입에 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 특검을 실시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
하나, 민주주의를 퇴보시키고 헌정질서를 파괴한 박근혜는 즉각 퇴진하라!

세상은 십자가의 형벌로서 예수께서 선포하신 하나님의 나라와 정의가 실패했다고 조롱하였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예수를 부활하게 하시어 그 분의 선포가 옳았음을 만천하에 알리셨습니다. 우리는 이를 신앙합니다. 세상이 조롱하고 가능성이 없다고 비웃는 것들을 넘어서 반드시 승리한다는 하나님의 역사를 믿습니다.
마라나타! 주여 속히 오시옵소서!

민주주의를 위한 신학생 연합 일동
감리교신학대학교 국정원 사태 대책 모임, 성공회대학교 신학전문대학원 성직자양성과정 원우회 일동, 성공회대학교 신학과 '민주주의를 위한 모임 촛불하나', 연세대학교 신학대학원 제53대 학생회, 장로회신학대학교 시국선언 평학생 모임, 총신대학교 시국선언 평학생 모임,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학생회, 한신대학교 신학과 학생회, 호남신학대학교 시국선언 평학생 모임

고수봉 gogo99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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