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평화의 왕이신 아기 예수께서 탄생하신 성탄절입니다. 우리는 이 성탄절 아침에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남기고 간다. 내 평화를 너희에게 준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 같지 않다."(요한복음14:27)고 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묵상하며 평화 없는 세상에 예수 그리스도의 평화가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예수께서는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은 하나님의 자녀라 불릴 것."(마태복음5:9)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는 기독교 신자는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임을 말해 줍니다. 그리고 진정한 평화는 정의의 결과이고 정의에 기초한 평화만이 영원하다는 예언자 이사야(이사야 32:17)의 가르침을 믿습니다.

2. '안녕'은 우리의 일상 언어입니다. 하지만 오늘은 아닙니다. 우리사회에서 안녕한 사람은 소수가 된지 오래이기 때문입니다. 국가기관에 의해 주권을 도둑질 당한 국민이 안녕할 수 없습니다. 국가와 대통령이 외면한 99%에 속한 국민이 안녕할 수 없습니다. 국민이 공권력으로부터 보호받는 것이 아니라 탄압받은 나라에서 국민이 안녕할 수 없습니다. 민주국가에서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결사와 집회, 언론과 사상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나라에서 국민은 안녕할 수 없습니다. 대통령이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국민과 불통하는 것을 자랑스런 불통이라고 말하는 나라에서 국민은 안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 모든 안녕하지 못할 조건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3.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는 국민의 안녕이 위협받고 있는 대한민국을 염려합니다. 또한 수많은 이웃들이 안녕하지 못한 현실에 침묵하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뜻에 어긋나는 것임을 믿습니다. 성직자는 안녕과 위로를 비는 제사장적 삶을 물론, 늘 불의와 불법에는 저항하고 이를 바로 잡는 예언자적 삶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이런 고백과 믿음에 기초하여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는 지난 12월 16일부터 오늘까지 금식기도를 진행했습니다. 우리는 이 기도회를 통해 국민의 안녕을 해치는 권력에 대하여 경고하고자 했습니다. 또한 국민을 안녕치 못하게 하는 요소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을 묻고자 했습니다. 우리는 이 기도회를 정의와 평화, 통일과 인권신장을 위한 투쟁의 전초기지요, 민주화의 성지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회관에서 10일간에 걸쳐 진행했습니다.

4. 이번 금식기도회는 밖으로는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 공안탄압과 종북몰이 중단, 국가기관의 선거부정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제 도입하라는 강력한 요구가 담겨있습니다. 예레미야는 "그들은 내 딸 내 백성의 상처를 대수롭지 않게 다루면서 평화가 없는데도 “평화롭다, 평화롭다!”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박근혜 정권 또한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박근혜 정권은 국가기관이 국민의 주권을 훔치는 범죄행위에 의해 탄생한 정권입니다. 국민과의 약속을 파기한 거짓말 정권입니다. 공안탄압과 종북몰이로 국민을 분열시키는 정권입니다, 헌법적 권리인 언론과 사상, 결사와 집회의 자유를 억압하는 독재정권입니다. 국민의 안녕을 위해 이런 정권은 필요치 않습니다. 따라서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는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이라고 판단하여 그의 퇴진을 위한 금식기도를 진행했습니다. 

5. 이번 금식기도회는 안으로 국민 대다수가 안녕치 못한 오늘의 상황에서 그리스도인을 향한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은 무엇이며, 또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무엇에로 부르시는가를 묻고, 그 가르침에 복종하고, 응답을 결단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따르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성직자는 말과 행실에 있어 그리스도인의 모범이 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기독교 신앙이 예수 따름의 길을 걷는 것이라면 당연히 성직자는 그리스도인들에 앞서 그 길을 먼저 걸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국민이 안녕치 못한 지금, 예수 그리스도의 뜻과 길을 묻고, 그 뜻에 온전히 복종할 것을 다짐하는 것 또한 성직자들이 먼저 해야 할 당연한 책무입니다.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는 그 길과 그 길에서 무엇을 결단해야 하는지를 묻고, 또 결단하기 위하여 이번 금식기도를 진행했습니다.

6. 우리는 이 성탄절에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목회자 금식기도회>를 마칩니다.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에게 있어 지난 10일은 참으로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우리는 수많은 동료와 이웃을 만났습니다. 모두가 안녕치 못한 한국사회의 현실을 염려했습니다. 또 우리의 기도에 뜻을 모아주었습니다. 지난 시기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가 걸어 온 길을 성찰하고 새로운 길을 다짐하는 소중한 기회이기도 했고, 한국사회가 오늘을 사는 기독교인들에게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를 성찰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이에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는 10일 간의 금식기도를 마치며 우리가 기도하는 과정에서 얻은 깨달음과 결단을 기초로 박근혜 정권과 안녕치 못한 국민들에게 호소합니다.

7. 박근혜 대통령에게 권고합니다. 대통령은 국민의 안녕을 위해 국민에 의해 선출된 사람입니다. 따라서 국민 위에 군림하거나 국민의 안녕을 해쳐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후 지난 10개월은 국민에게 고통의 세월이었습니다. 그 기간 동안 국민에게 안녕이란 없었습니다. 그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습니다. 따라서 불안한 국민이 근본적으로 안녕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은 박근혜 대통령이 사퇴하는 것입니다. 국민과 국가의 안녕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 자신의 안녕을 위하여 사퇴해야 합니다.

8. 뿐만 아니라 국가기관의 선거부정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을 위한 특별검사제를 도입하고, 국정원의 폐지 혹은 대대적인 개혁을 약속해야 합니다. 종북몰이와 공안탄압은 즉각 중단해야 합니다. 복지의 확대, 경제민주화, 국민통합, 공기업 민영화 철회, 남북관계 개선 등 본인의 대선공약은 지켜야 합니다. 특히 민영화를 반대한다고 해서 철도노동자 수천 명을 직위해제하고, 불법을 감행하면서까지 노동운동의 심장부에 경찰력을 투입하는 등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은 즉각 중단해야 합니다. 그 후 국민에게 진퇴 여부를 물어야 합니다. 역사상 국민과 싸워서 이긴 권력자는 없습니다.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이 이 모두를 거부한 채 국민으로부터 버림받게 되는 사태를 우려합니다.

9. 안녕하지 못한 국민 여러분께 위로와 격려의 뜻을 표하며 모든 국민들의 안녕을 빕니다. "자애와 진실이 서로 만나고 정의와 평화가 입 맞추리라."(시편 85:11) 말씀하시듯 국민이 안녕할 그날은 올 것입니다. 따라서 그날을 꿈꾸며 안녕하지 못한 모든 이웃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하지만 그날은 분노를 통해서 이룰 수 없습니다. 또한 그날은 정의와 평화를 염원하고 이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의 노력 없이 오지 않습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분노가 아니라 정의와 평화를 꿈꾸는 것이고, 정와 평화를 위해 손잡는 것입니다.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는 이후 이 일에 앞장 설 것입니다. 모든 국민이 안녕할 그날을 꿈꾸며 이 금식기도회를 전국적으로 확산할 것입니다. 그리고 기도회가 이루어지는 모든 곳에서 안녕하지 못한 이웃들과 연대하고 기도하며 싸울 것입니다. 평화의 왕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일에 금식기도를 마치며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는 모든 국민의 안녕을 꿈꾸며 기도합니다.

"산들은 백성에게 평화를, 언덕들은 정의를 가져오게 하소서."(시편 72:3)

 2013년 12월 25일 성탄절에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목회자 금식기도회>를 마치며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