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포스터 ⓒ MK픽처스

황정민과 류승범이 출연함으로써 더욱 마케팅에 열을 낼 수 있었던 정통 남성 느와르영화다. 완벽한 신구조화로 불릴 수 있을 정도로 캐스팅은 화려하다. 이들 외에도 추자현, 김희라, 이도경 등이 완벽한 조화를 뒷받침한다.

이 정도쯤 되면 캐스팅에서는 다른 대형 블록버스터 작품 못지않다. 그렇다면 승부는 지금부터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길래 사생결단(死生決斷) 즉, 죽고 사는 것을 돌보지 않고 끝장내려고 대드는 것일까. 영화속으로 진지하게 들어가 보자.

마약, 개연성 그리고 도덕적 개인의 고찰

이 영화는 마약을 근절하자는 캠페인을 벌이는 영화가 아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소재가 마약인 만큼 감독이 마약을 바라보는 시각은 중요하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마약의 이미지는 악이다. 물론 마약을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필자가 보기에 이 영화는 마약의 악한 점을 제대로 이용했다는 평을 하고 싶다.

우선 마약과 관련된 모든 이들이 죽거나 피해를 본다. 처음 도경장과 이상도가 협력을 꾀할 때도 사람이 죽고 영화의 끝 부분에도 죽음이 일어난다. 그러나 이러한 잔인한 생각 속에는 감독이 바라보는 시선이 그대로 담겨져 있다.

또한 이상도의 주무대인 유흥가에서도 마약은 검은 돈과 결부된다. 화려한 네온사인과 흥을 돋우는 음악과 춤 뒤로, 뒷골목으로, 자꾸 뒤쪽으로 마약은 손을 뻗친다. 그리고 유흥업소의 여자 종업원을 마약에 환장한 사람으로 만들면서 이는 우리가 사는 안전하고 평화로운 곳과는 동떨어진 곳의 이야기로 만든다. 동시에 관객을 도덕적 개인으로 몰아 평화로운 곳과 마약이 판치는 유흥업소 중에서 선택하게 강요한다.

물론 관객은 나와 다르다는 심리를 가지고 평화로운 곳을 택하고 도덕적 양심을 지키면서 편안한 마음으로 영화를 계속 지켜볼 수 있다. 이는 개연성이라는 부분을 충분히 만족시켜준다. 허구이면서도 주위에서 일어날 것 같은 이야기.

그러나 나와는 동떨어진 이야기. 이 영화의 본질은 작품 속의 이야기가 허구라는 데 있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어느 새 작품 속으로 몰입해서 영화를 즐기고 있다. 마치 현실인 듯 말이다.

교활한 장사꾼과 비열한 경찰

이야기의 두 축인 이상도와 도경장은 영화를 힘 있게 이끌어 간다. 두 인물의 성격이 확실해 영화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흡인력이 있다. 그러나 영화의 결론을 내려야하는 감독은 둘 중의 하나를 포기해야 했다. 확실한 두 인물이 살아있는 한 영화를 끝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한 쪽의 추는 기울어졌고 그로써 영화는 끝이 났다. 둘 모두 자기의 역할에 충실했는데 왜 한 쪽으로 기울어졌을까. 그것이 바로 감독이 영화에서 말하는 메시지다.

이 영화의 전제는 ‘마약은 나쁜 것’이다. 그러나 전제는 영화속에서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도경장이 어떻게 해서 장철을 잡아낼 것인가와 이상도가 어떻게 도경장의 마수에서 벗어날 것인가에 대한 초점으로 이야기를 맞춰간다.

이렇게 되면 결론은 이미 나와 있는 것 아닌가? 만약 도경장이 장철을 잡아넣고 이상도가 도경장의 비호 아래 마약판매를 계속한다면 이 영화가 상영가능 하겠는가? 설령 이상도가 도경장의 마수에서 벗어났다 하더라도 그 기간이 얼마나 갈 것 같은가. 영화속에서 이미 결론은 나와 있다.

왜 이 영화는 관객을 기대하게 하는가

이유는 많을 것이다. 이제 벗겨먹다 못해 알맹이까지 다 먹어버린 애정영화보다 남성미 쭉쭉 흐르는 마초들의 영화를 관객들은 기대할 수 있다. 이 영화에서는 이런 기대감을 저버리지 않는다. 황정민과 류승범은 마초냄새 풀풀 풍기는 남자로 변신하고 게다가 선 굵은 이야기는 관객들에게 이제 호소력 있는 이야기로 다가온다.

▲ 영화 '사생결단'의 한 장면. ⓒ MK픽처스

아까 위에서 영화는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으나 허구인 이야기라고 규정지었을 것이다. 그러나 소소한 이야기를 벌리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니다. 우리는 가지가 많은 화초를 보다가 커다란 대숲에 가보면 숨이 벅차오르는 희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두 인물의 확실한 대립이다. 영화속에서 같이 일하고 협력하지만 그 속은 극과 극 사이를 오간다고 관객들은 인지하고 있다. 그 경계를 넘나드는데 관객은 이 작품의 묘미를 찾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상도의 인간미에 관객들은 몰입한다. 하지만 결국 그의 인간미 때문에 일을 그르치게 된다. 쉬리에서 이장길(송강호)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가

이 영화는 많은 소재를 가지고 있고 그 영향에 의해 이야기하는 주제도 많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으로 살펴본 이 영화의 주제는 ‘사회는 어둠이나 그와 같은 세력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함으로써 뒷골목이나 그 세계를 거부하게 되거나 그를 악의 세력(?)으로 만들어 자신을 도덕적인 인간으로 만들려는 의도가 숨어있을 수 있겠다.

어쨌든 사회는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유지된다. 마약판매상이 죽었다는 뉴스를 들으면 누구든지 잘 죽었거나 그러려니 하고 지나가지 않을까. 그러나 감독은 이와 같은 시선을 교묘히 이용한다. 마지막에 이상도가 도경장에게 보낸 눈빛은 분명 협조의 눈길이었다. 그러나 사회는 이를 용납하지 않았다. 그들은 사회에 적응할 수도 없었고 사회 밖으로 밀려나야 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너무 복잡하고 다양해서 다른 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간간이 매스컴을 이용해서 접할 뿐이다. 우리의 다양하고 복잡한 사회는 자신이 수용할 수 없으면 가차 없이 차단해 버린다는 사실을 다시 우리에게 이야기하고 있는 듯 하다. 그럼 수용할 수 없는 범위를 규정해 우리 스스로 가둘 것인가. 아니면 사회를 유연성 있게 바꿀 것인가. 그것은 인간, 개인 본연의 문제인 듯 하다.

이 영화를 보고 난 후의 느낌은 찝찝하다는 것이다. 이 말은 개운하지 않다는 표현이다. 결론이 확실히 났지만 생각할 문제를 많이 던져주기 때문일까. 영화 ‘큐브’에서 한 명의 생존자가 생겼지만 마음이 씁쓸한 것처럼 말이다. 아마 그 이유엔 영화의 미장센이 마음에 안 들었을 수도 있고 도경장이나 고계장이란 인물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아마도 사회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우리 주위엔 도경장이나 고계장 같은 사람이 많을지 모른다. 우리가 느끼지 못했던 것처럼 어쩌면 그 수가 더 많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쩌겠나. 우린 이 사회의 구성원이고 구성원이라면 그 권리와 의무를 다 이행해야한다. 감독은 어쩌면 마지막에 도경장이 장철을 죽이는 것으로 사회의 역할을 규정지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위에서 말했듯 우리는 그 사실 자체를 모른다.

허준혁  salieri18@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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