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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이 대박? 5.24 조치부터 풀어라"[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인터뷰] 늦봄 20주기 추모사업, 대중 통일운동의 전환점으로 만든다
고수봉 기자 | 승인 2014.01.13 18:33

1975년 재야의 대통령이라 불리던 장준하 선생이 의문의 죽음을 맞게 된다. 장준하 선생으로 그의 오래된 친구이자 신학자, 목사였던 문익환은 오래전부터 꿈꿔온 민주화와 통일을 위한 길에 투신하게 된다.

1976년 3.1민주구국선언으로 58세의 나이에 첫 번째 수감을 겪은 후, 1994년 1월 18일 세상을 떠날 때까지 20여년을 문익환 목사는 대한민국 현대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1989년에는 질식해 가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평양을 방문, 김일성 주석과 한반도 통일에 관한 대화를 나눴으며, 그 결과로 4.2남북공동성명을 이끌어 냈다.

당시 문익환 목사는 북한 당국자들을 만나 ‘민주는 민중의 부활이고, 통일은 민족의 부활이며, 민중과 민족의 부활은 자주 없이는 성취될 수 없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올해 2014년은 통일의 선구자 늦봄 문익환 목사가 서거한지 2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에 늦봄 20주기 위원회가 결성되어 추모사업과 평화통일 운동을 준비하고 있다. 공동준비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을 만나 준비하고 있는 사업과 내용에 대해 들어보기로 했다.

   
▲ 늦봄 20주기 추모준비위원장 이재정 신부는 대중적인 통일운동을 위해 청년들의 참여를 강조했다. ⓒ에큐메니안 고수봉

통일운동은 '民의 운동'

늦봄 문익환 목사님 20주기 기념사업을 맡고 계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20주기 추모행사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문익환 목사님 20주기는 그를 추모하는 행사에 역점이 두지 않았다. 오히려 문 목사님이 남기신 평화와 통일에 대한 정신을 다시 활성화 시키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그래서 주제도 ‘Restart, 다시 시작하자’로 잡았다. 과거 민주화 정부 10년간 남북 관계가 상당한 진전을 이루었지만, 보수 정권이 들어서면서 완전히 망가졌다. 남북관계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문 목사님이 20년 전 꿈꿨던 평화, 통일운동의 가치와 의미를 살펴보고, 이를 현실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운동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통일운동은 민중들의 바닥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민의 운동’이 되어야 한다는 것인데, 민과 민의 대화의 기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1989년 문 목사님이 방북했을 당시 나온 ‘4.2남북공동성명’에서도 ‘적대적 관계 청산’, ‘상대의 사상과 체제의 존중’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이것이 문익환 정신의 가장 중요한 지점이라고 본다.

이런 의미에서 민을 기반으로 충분한 교류와 협력, 대화가 필수적이며, 통일운동이 대중적인 운동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이 전반적으로 참여하는 대중운동, 이것이 문 목사님이 남겨주신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라 생각한다.

20주기 추모사업을 준비하면서 가장 크게 염두하고 있는 지점은 무엇입니까?

1월 17일 저녁7시 수유리 한신대학 채플실에서 열리는 추모예배를 시작으로 18일 묘지참배, 문 목사님이 참여하셨던 3.1민주구국선언을 준비하고 있다. 민주화 운동이 평화통일 운동과 별개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늘의 시점에서 재해석하는 행사가 될 것이다.

그 후 4월 4.2남북공동성명을 기념해 열리는 학술대회를 준비하고 있는데, 학술적 논의를 넘어서 평화통일 담론의 대중화를 위한 국민토론 형식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6월 1일 생신을 기해서 금년 말까지 문익환 목사님이 꿈꾸었던 8천만 겨레 통일운동의 새로운 출발을 모색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중적 참여이다. 그런 의미에서 준비위원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해 놓고 있다. 준비위원이 모집되면 6개월 간 진행되는 행사에 본인의 의사에 따라 배정할 계획이다. 특히 청년들의 참여가 중요할 것 같다. 분단세대보다 어쩌면 민주화 이후 세대들이 꿈꾸는 통일, 다음 세대들에게 어떤 작품을 넘겨주느냐가 이번 행사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본다.

 

   
▲ 그는 2019년 3.1운동 100주년에 역사적 전환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한다. ⓒ에큐메니안 고수봉

'통일=대박?', 5.24조치부터 해제해야

2000년 6.15공동선언 이후 활발했던 민간교류나 평화통일 운동이 침체되어 있다. 이에 대한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아직도 전쟁체제 속에서 살고 있는 점이다. 우리는 전쟁체제에서 여전히 살고 있고, 이 전쟁체제의 가장 주요한 모습은 ‘국가보안법’이며, 일제 해방 이후 한반도에 진주한 미군이 변함없이 주둔한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우리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 이념적으로는 ‘반공주의’이다. ‘반공주의’는 사람들 속에 하나의 이념적 형상이 되어 이를 건드리면 ‘빨갱이’, ‘반체제’가 된다.

그런데 이와는 예외적으로 민주화 정부가 10년간 집권해서 했고, 반공이나 전쟁체제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정권을 빼앗겼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인식의 차이 때문에 더 어려워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지난 6일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하면서 남북 관계에 대해 언급했다. 박근혜 정부의 통일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통일이 대박이다’이란 표현이나 ‘분단 비용보다는 통일비용이 훨씬 싸다’는 얘기들은 외국의 경제기구로부터 시작해서 국내 여러 기관들이 발표했다. 국회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연구 자료를 보더라도 GDP상의 통일비용이 약 6.5% 정도라면, 통일에 의해서 GDP가 약 11.5% 정도가 늘어난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통일은 대박’이라고 얘기하는지 모르겠지만 상당히 건너 뛴 이야기라고 본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5.24조치를 풀어나가는 방법에 대한 논의이다. 또한 더 나아가서는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꿔내는 구체적인 작업과 계획이 필요하다. 이런 제의를 하면 훨씬 현실성이 있다. 그러나 단지 ‘통일’을 하면 우리 경제에 ‘대박’이 오니까 복권 당첨되는 것처럼 막연하게 통일을 얘기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박근혜 정부가 ‘신뢰 프로세스’를 말하는데, 신뢰라는 것은 서로 믿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남북 당국 간의 신뢰를 만들어내는 노력이 있어야 하는데 지난 1년간 그런 노력은 전혀 없었다.

또한 북핵문제는 미국과 북한의 적대적 관계에서 만들어진 산물이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이제까지 합의한 사항도 있다. 2005년 9.19, 2007년 2.13, 10.3합의 같은 6자회담의 합의 사항들이 조금이라도 진전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노력들을 정부가 보여야 한다. 나는 그것이 신뢰프로세스의 중요한 과정이고, ‘국민행복시대’를 만들기 위한 하나의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익환 목사님이 살아계셨다면 현 정국에 대해 어떤 말씀을 하셨을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가장 먼저 5.24조치를 폐기하고, 남북 간의 대화를 하라고 하셨을 것 같다. 문 목사님의 4.2남북공동성명에서 ‘대화 창구의 일원화에 반대하고 민간차원의 대화’를 강화할 것을 말씀하셨다. 민족이라는 개념 속에서 지금도 아마 ‘얘기를 시작해라’, ‘어떤 어려움에도 대화를 하라.’고 하셨을 것 같다.

문 목사님이 1989년 방북 하실 때도 남북이 상당한 교착 상태였다. 그 어려운 상황 속에서 남북 간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고자 하셨다. 빈민문제, 민주주의 등 사회적 갈등 문제의 근본은 분단구조와 체제가 가져온 결과물들이다. 분명히 모든 난제들을 ‘남북 당국만이 아닌 민간차원의 폭넓은 대화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셨을 것이다.

   
▲ 그에게 문익환 목사는 꿈꾸는 사람으로 꿈을 위해서는 어떤 가시밭길도 마다하지 않는 사람으로 남아있다. ⓒ에큐메니안 고수봉
문익환, 그는 꿈꾸는 사람 

문익환 목사님과의 일화가 있다면 소개해 주십시오.

문 목사님은 꿈꾸는 분이셨다. 현실의 조건을 놓고 생각하지 않고 꿈을 꾸면서 그 꿈을 어떻게 이뤄낼 수 있을까 생각하는 분이었다. 그분에게는 통일이 꿈이었고, 통일을 위해서 무엇을 할까 생각하셨다.

문 목사님이 북에 가실 당시 사전에 알고 있던 나는 극구 반대했다. 87년 이후 통일운동이 겨우 조금씩 열리고 있는 상황에서 ‘잘못하면 찬물 끼얹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본인이 꾸던 꿈하고 달랐고, 한계, 조건, 상황을 뛰어넘어 늘 춤추듯이 꿈을 향해서 날아다니시는 분이셨다. 그는 꿈을 이루어 나가기 위한 어떤 가시밭길이라도 가고자 하셨던 분이셨다.

그러니 문익환 목사님은 진정한 예언자, 선구자, 생각을 몸으로 실천하는 분이다. 역사의 한계에 머무르지 않고, 그것을 뛰어넘어 새로운 세계의 꿈을 이루기 위해 길을 찾는 끊임없는 구도자였다.

정말 대단한 분이었다고 생각한다. 통일 문제를 정치권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도 받아들이지 않았고, 일부 통일운동가들의 손아귀에서 전문적으로 끌고 가는 것도 원하시지 않으셨다. 그의 통일은 모든 사람이 함께 고민하고 짊어지고 가야할 역사적 과제로 말씀하셨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한반도의 통일을 위한 한국교회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관한 세계 교회의 기본적인 원칙을 제시한 84년 일본 도잔소 회의에서 85년 스위스 글리온 회의, 88년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한국기독교회 선언’ 등 기독교는 얼어붙은 얼음장을 깨면서 새로운 생명체를 끄집어내는 역할을 해왔다. 그런 의미에서 88년 제2차 글리온 회의에서 남북 간의 교회가 합의했던 희년의 선언, 그 희년 정신과 희년의 역사를 한반도에 정치 현장, 교회에서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구체화 시킬 것은 한반도 평화체제이다. 한반도 평화체제에 어떤 내용을 담고, 그 내용을 달성하기 위해 어떤 작업들이 필요한지 고민해야 한다. 교회가 더 전문적으로 평화체제에 대한 논의를 하고 평화체제를 위한 노력들이 필요하다.

나는 그 목표 지점을 2019년 3.1운동 100주년으로 본다. 100년 전 3.1운동을 기독교와 종교계가 함께 주도해 만들어 냈던 것처럼 한반도 평화체제 역시 종교계가 함께 고민해야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고수봉 기자  gogo99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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