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공화당의 이라크전에서의 실책, 재정적자, 그리고 계속되는 부정부패 스캔들로 금년 11월의 중간선거에서는 민주당의 승리가 점쳐지고 있죠?
 
미국 공화당은 지난 10번의 대통령 선거에서 7(일곱)번을 이겼습니다. 현재도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 모두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권좌에 있다보니 부정부패가 엄청 심해져 여러 스캔들에 시달리고 있는데요,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현재 워싱턴의 공기는 썩는 냄새가 사방에 진동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거기에다 정책쪽에서도 실책이 계속되고 있는데요, 이라크전에 대해서는 아예 어떻게 해야할지 아무런 대책이 없는 것처럼 보이고, 국방비는 늘려놓고 부자들에 대해 감세정책을 계속해와 재정적자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경제성장은 된다고 하지만 부자들만을 위한 성장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비지니스맨처럼 실리적으로 정치를 하겠다고 약속한 공화당이 오히려 도날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이 보여주듯이 대단히 이념성이 강한 정책에 집착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요즘 워싱턴에서 미 공화당을 놀리는 유머가 유행하고 있다는데요, 예를 들면 이런게 있다고 합니다.
   “공화당과 타이타닉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뭔지 압니까?”
   “둘 다 침몰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 공통점이고, 공화당과 달리 타이타닉은 그래도 빙산을 피해보려고 마지막까지 노력은 해봤다는 점이 차이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의 정치평론지들은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문제는 이런 승리가 민주당이 자력으로 이룬 승리가 아니라 주도권을 쥐고 있는 공화당의 실책에 의한 반사이익에 따른 것에 불과하다는 점입니다.

▲ 사실 민주당이 70년대 이후로는 이념적으로 수세국면으로 들어갔죠.

네, 정치에 있어서 한 두번의 선거보다 더 중요한 것은 누가 이념적인 헤게모니를 쥐느냐인데요, 과거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 이후 60년대 후반의 린든 존슨 대통령까지 40여년 동안 미국은 이른바 “뉴딜” 정신이라고 해서 유럽 사회민주주의에 가까울 정도로 진보적인 정책 기조를 유지해왔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공화당 정부 조차도 진보적인 정책을 선택하게 되는데요, 심지어 닉슨 대통령조차도 “마지막 뉴딜 주의자”라고 불릴 정도로 지금 기준으로보면 진보적이었습니다.

하지만, 70년대 들어가서 분위기가 바뀌면서, 이념적으로 하이예크나 밀턴 프리드먼의 신자유주의적 이념이 대학에서나 사회에서 주류로 힘을 얻었습니다.뿐만 아니라, 기독교 교회도 과거에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편이었는데, 60년대를 거치면서 공화당쪽으로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80년대 이후에는 결국 “레이건” 정신이 지배하게 되었고, 80년대 이후 유일하게 대통령에 당선되었던 클린턴 조차도 레이건적인 정책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미국의 진보적 시사평론지인 “디센트” 최근호는 미국 민주당이 마치 주도권을 쥐고 치고나오는 적이 결정적인 실수를 하기만을 기다리는 1차세계대전의 프랑스군과 비슷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민주당이 수세에 빠지게 된 것이 미국 공화당의 교묘한 정치전략 때문이기도 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디센트”지는 언젠가 레이건 대통령이 보좌관들에게 했던 말을 하나 소개했는데요, 그는 “우리가 재정적자를 쌓아놓으면 다음에 민주당이 집권하더라도 복지정책 같은 재정팽창적인 정책을 택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공화당은 집권을 하게 되면 군비확충과 부자들에 대한 감세정책을 통해 재정을 악화시켜놓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민주당에게는 정말 좋지 않은 것이, 재정을 확보해서 서민들의 복지에 신경을 쓰겠다는 것이 민주당의 기본적인 이념인데요, 민주당이 막상 집권을 해도 이전 정부가 빚을 너무 많이 쌓아놔 빚 갚는데만 정신을 쏟다보니 증세는 증세대로 하고 서민들에게는 아무것도 해 주지 않게 된다는 겁니다. 세금 많이 거두니 부자들이 기분 좋지 않고, 그렇다고 서민들에게도 해 주는 것이 없으니 민주당에 대한 지지가 낮아질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현 부시 정부도 레이건때와 똑 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다음에 만일 민주당 대통령이 당선되더라도 레이건식의 이념에 맞춰 “작은정부론”을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구도는 민주당으로서는 매우 불리한 구도인데요, 여기서 탈출하지 않는다면 민주당으로서는 앞으로 몇 십년간 비젼이 없게 됩니다.

▲ 상황이 이런데도 민주당이 당면한 대통령선거, 의회선거에 몰입하면서 큰 그림을 그리는데 있어서 공화당에 밀리고 있다고 비판을 받고 있죠.

네, 그렇습니다. 70년대 이후 공화당의 보수주의자들은 진지하게 이념문제를 제기해왔었는데, 이념투쟁에서 자만하게 된 민주당은 당면한 선거같은 전술적인데에만 신경을 써오다 이제는 이념적 헤게모니를 완전히 상실해 버렸다는 것이 이코노미스트와 디센트지의 진단입니다.

예컨대, 부시대통령의 이른바 “테러와의 전쟁”에 대해서도, 존 케리 민주당 대통령 후보 같은 사람은 “사담 후세인이 대량파괴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더라도 이라크침공을 지지했을 것”이라면서 자신이 전쟁지도자로서 애국주의적 정서에 호소하려했습니다. 그러면서, 4만명을 더 이라크로 보내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그러던 사람이, 대통령 선거 끝나고 나서 여론이 이라크전쟁에 반대하는 쪽으로 바뀌니까 이제는 15개월 이내에 이라크 주둔 미군을 전면 철수해야 한다고 입장을 바꿨습니다.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도 자신은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찬성한다고 하면서, CAFTA(중앙아메리카자유무역협정)에는 반대했습니다. 다른 민주당 사람들도 자신들은 “자유무역”을 지지한다면서도, “공정무역”을 지지한다면서 사실상의 보호무역 지지를 표시합니다.

이렇게 미 국민들에게 정직하지 않은 모습을 보이면서 여론의 겉모습만 추종하다보니 미 민주당에 대해 미국 국민들이 의심을 하고 있는 겁니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하나있습니다. 유력한 민주당 정치가에게 누군가 “민주당은 어떤 것도 대변하지 않는다”(Democrats don't stand for anything)이라는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더니, 이 정치가는 “아니다, 민주당은 아무거나 다 대변한다”(Democrats stand for anything)이라면서 자기 당 사람들을 비판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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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규  athenian8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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