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8일, 태풍 하이옌의 강풍이 몰고 온 해일은 삶의 뿌리를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유엔개발계획(UNDP)을 비롯한 세계 각지의 구호 활동으로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폐허 속에서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여전히 필리핀은 도움의 손길이 절실해 보인다.

▲ 선교봉사단이 나누어 주는 급식에는 항상 현지인들이 장사진을 이루었다. ⓒ에큐메니안 고수봉

한국기독교장로회(이하 기장) 총회는 강풍 해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필리핀 레이테주 타클로반에 1월 19일부터 22일까지 ‘필리핀 태풍 피해 복구를 위한 선교봉사단’을 파견했다. 선교봉사단은 총 5그룹으로 각각 한 주간 구호활동을 벌였다.

마지막 5기 선교봉사단은 16(일) 오후10시35분 인천공항을 출발해 마닐라를 경유, 타클로반에 도착했다. 하루를 넘긴 17일 오전6시 경 타클로반에 도착한 선교봉사단이 처음 목격한 것은 해일이 삼킨 공항의 모습이었다. 공항의 외벽과 지붕은 강한 바람에 사라지고 간신히 남아 있는 공항은 수화물을 찾기도 어려워 보였다.

선교봉사단의 숙소는 베다니 병원이었다. 베다니 병원은 필리핀연합교회(UCCP)가 운영하는 병원으로 레이테주에서 가장 큰 병원이었지만 해일로 인해 큰 피해를 입어 문을 닫은 상태였다.

UCCP에 파견된 선교사 정해동 목사의 설명에 의하면, “강풍 해일로 인해 70% 이상의 사람들이 이재민이 되었으며, 구호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도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며 기본적인 주거, 식량 등의 부족을 전했다. 또한 ‘정부의 인색한 태도’도 피해복구를 더디게 만드는 원인으로 꼽았다.

▲ 교도소라고 수해를 피할 수는 없었다. 바라용 지역에 위치한 교도소에서도 선교봉사단은 급식을 진행했다. ⓒ에큐메니안 고수봉

이처럼 기본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만큼 선교봉사단은 주로 ‘급식활동’, ‘주거복구’가 주요 활동이었으며, 5시30분 새벽기도회를 시작으로 7시부터 5시까지 구호활동을 벌였다. 특히 레이테주 팔로 지역의 바라용이란 곳에는 선교봉사단이 교회건물을 재건하는 일을 벌이기도 했다.

바라용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준 욱사드(Jun Ugsad) 목사는 선교봉사단을 환영하며 “이곳에 오면서 얼마나 끔찍한 피해를 입었는지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큰 재해에도 우리는 살아남았다. 이것은 하나님이 주신 두 번째 삶”이라며 “모두가 즐겁게 웃을 수 있는 날이 올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바라용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한 5기 선교봉사단은 수해를 입은 교도소와 학교를 비롯해 가정 급식을 도맡았으며, 한국으로 떠나는 전날까지 교회건축에 매달렸다. 선교봉사단이 철수하더라도 교회가 마을에서 선교를 지속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 밖에도 학교를 방문한 선교봉사단은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해 종이접기, 체육활동, 말씀 나누기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바라용 지역 학교 아이들도 낯선 선교봉사단의 교육 프로그램에 적극 동참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 태풍으로 사라진 바라용 교회(Jun Ugsad 목사)를 위해 예배당을 새로운 자리에 신축해 헌당예배를 드렸다. ⓒ에큐메니안 고수봉

교회건축을 마친 바라용 교회는 21일(금) 헌당예배를 드렸다. 예배에는 건축을 함께 도왔던 마을 아이들을 비롯해 주민 2백여명이 참석했으며, 필리핀에서 구호활동을 벌이고 있는 아라우 부대에서도 참석해 축하의 인사를 전했다.

말씀을 전한 선교봉사단 단장 김해성 목사(지구촌사랑나눔)는 “우리는 피부색, 인종, 배경도 다르지만 우리를 영적 존재로 만드신 하나님 앞에 하나”라며 “우리 모두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고 하나님의 자녀가 되자.”고 설교했다.

6박7일간 필리핀 타클로반에서 선교봉사를 마친 단원들은 22일 오전6시30분 마닐라를 경유해 인천공항에 오후10시 입국했다.

끝으로 선교봉사단에 의해 교회를 새로 건축받은 바라용 교회 준 목사가 전하는 감사인사이다.

▲ 바라용 교회 준 목사. ⓒ에큐메니안 고수봉 준 욱사드 목사(Pastor. Jun Ugsad) 안녕하십니까? 하나님께서 주신 복으로 인해 감사를 드릴 수 있는 것은 저의 기쁨입니다. 바라용에 있는 교회의 목회자로서 한국에서 오신 여러분이 우리를 도와주셔서 매우 기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돕기 위해 특별히 바라용 교회를 건축에 여러분을 사용하신 것을 믿습니다. 우리를 도울 사람들을 멀리에서 보내주신 주님께 감사합니다. 슈퍼 태풍 욜란다(하이옌)가 우리 지역을 덮쳐서 황폐화 되었을 때, 우리는 속수무책이었고, 어디로 가야할지 몰랐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한국에서 온 사람들을 사용하여 우리를 돕게 하셨습니다. 여러분께서는 교회를 세우기 위해 많은 돈과 시간과 노동을 드려 열심히 도와 주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주님과 한국에서 오신 여러분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게다가 지금 물가가 많이 비싼데도 교회를 짓기 위한 모든 비용을 지불하시고, 많은 수고와 노력을 아끼지 않으신 것에 대해 정말 감사합니다. 제 힘으로 태풍으로 무너진 교회를 다시 세운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을 텐데 말입니다. 우리지역에 태풍이 왔지만, 기적도 함께 일어난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여러분의 앞날을 축복하실 것을 믿습니다. 필리핀 사람들과 특별히 바라용 바랑가이(*)는 여러분 모드에게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 김해성 목사님의 지도력에 감사드리며, 한국기독교장로회에 매우 감사합니다. 필리핀 사람들에게 사랑을 전해 주어서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우리는 여러분의 도움을 잊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는 하나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신 것처럼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저는 우리가 한 하나님을 믿으며, 하나님 안에서 한 몸, 한 민족, 한 소망 안에 있음을 믿습니다. 하나님께서 여러분을 축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아멘! * 바랑가이: 필리핀의 도시와 자치체를 구성하는 최소의 지방 자치 단위

고수봉 기자  gogo99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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