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가 지난 1월 19일부터 22일까지 태풍 하이옌에 의해 막대한 피해를 입은 필리핀 타클로반에서 선교봉사를 벌였다. 5개 지역에서 급식 사업을 진행했으며, 태풍에 날아간 집을 건축하기도 했다. 또한 지속적인 선교를 위해 바라용 마을에 교회를 신축하기도 했으며, 이미 기장 총회와 필리핀연합교회(UCCP)는 피해가 심한 비사야 지역에 5개 교회를 건축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UCCP도 한국에서 온 선교봉사단에게 운영 중이던 베다니 병원을 숙소로 내주었고, 불편을 겪지 않도록 많은 도움을 주었다. 기장 선교단이 활동한 지역은 UCCP에서도 동 비사야(Visaya) 교구이다. 3일째 되는 날, 이 지역 비숍인 피아로즈 둘쉐(Pia-rosa Dulce) 목사는 선교단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오찬에 초대했다. 이에 피아로즈 목사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 ⓒ에큐메니안 고수봉

비숍으로써 필리핀에 구호를 온 한국교인들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십시오.
먼저 여기 필리핀에 와준 한국 교회의 형제, 자매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특별히 이곳 타클로반에 있는 우리를 위해 구호선교에 감사합니다. 또한 지원과 기도, 선교사를 파송해 준 것에도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슈퍼 태풍 욜란다(하이옌)에 의한 피해는 어느 정도인가?
한국 언론에도 보도가 됐겠지만 이 지역에서만 사망과 실종이 8천명에 이른다. 지금도 여전히 실종은 1천명, 사망은 7천명으로 폭풍 해일로 휩쓸려 나가 신원확인 조차 할 수 없었다. 게다가 전염병에 대한 우려 때문에 신원확인 없이 그냥 매장한 경우도 많았다.
특히 가난한 사람들이 밀집해 살고 있던 해안가에 많은 피해가 생겼다. 폭풍해일에 대한 이해가 없던 사람들은 해안가 초등학교로 대피했고, 그 중 절반가량의 수장됐다. 피해자는 대부분 노인과 어린 아이들이었다.
90%의 사람들을 이재민을 만든 태풍으로 인해 전기, 수도, 교통 등 기반시설이 거의 모두 망가졌으며, 아직도 복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기본적인 도시 기능, 기반시설 복구만 10년이 걸린다고 보고 있다.

태풍 피해 이후 100일 째를 맞이하고 있는데, 현지의 상황은 어떠한가?
일부 사람들과 가족들은 태풍 피해를 복구하는 활동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외부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다.
타클로반을 비롯해 이 일대에서 대략 90%의 사람들이 집과 재산, 직업, 가족 등 거의 모든 것을 잃었다. 심지어 전문직에 있는 사람들까지도 대부분 직업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예를 들면 베다니 병원(UCCP 운영)의 경우 의사 및 간호사까지 3백여명이 일하고 있었다. 하지만 태풍으로 병원이 문을 닫게 되면서 실직하게 됐다.
농부나 어부들도 소나 농기구, 배, 그물이 유실되거나 파손되면서 생업을 이어갈 수 없는 상황이다. 농경지는 바닷물에 침수됐으며, 산골마을의 주요 수입원인 코코넛 나무는 다 파괴됐다. 현재 생필품 파는 작은 가게 정도만 복구가 됐을 뿐,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생계를 이어갈 수 없는 처지에 놓여있다.
앞으로가 큰 문제이다. 지금까지 유엔이나 여러 기관에서 주는 배급이 있어 버틸 수 있겠지만 향후 3개월 이후부터는 곳곳에서 굶는 사람들이 생길 것이다.

▲ UCCP 7개 교구 중 유일한 여성 비숍인 피아로즈 둘쉐 목사. 그녀는 가장 시급한 문제로 생계수단 복구를 꼽았다. ⓒ에큐메니안 고수봉

피해 지역에 가장 시급하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UCCP에서 봤을 때, 동 비사야 지역 3개 노회가 피해를 입었다. 앞으로의 생각은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생계 수단을 제공하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 유실된 농기구와 농사에 꼭 필요한 소, 어부들에게는 배나 그물을 제공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사람들이 스스로 생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일이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아울러 직장들이 하루 빨리 복구되어야 한다. 학교, 병원, 사업장 등 복구 정상화 할 때까지 사람들은 실직상태에 놓일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서도 전기, 수도 등 기간사업이 정상화되어야 한다.

앞으로 UCCP와 한국교회가 어떤 관계와 사역이 되길 희망하는가?
지금까지 지속해온 한국교회와의 관계와 협력이 더욱 발전되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이는 기본적으로 상호에 대한 존중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는다. 한국과 필리핀 교회가 서로 다른 전통 속에서 성장해 왔기 때문이다. 각 교회가 가진 전통을 존중하고 상호 이해하는 속에서 선교의 사역을 위해 서로 협력을 강화해 나가길 희망한다.

선교봉사를 위해 온 젊은 한국교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이곳 타클로반까지 선교를 위해 온 모든 젊은 교인들이 너무 자랑스럽다. 여러분들이 참여한 선교와 구호활동은 하나님의 말씀을 새롭게 기억하는 기회가 되리라 생각한다. 아울러 고난의 현장에서 하나님의 은혜와 살아계심을 체험하고, 믿음이 크게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고수봉 기자  gogo99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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