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에서 4시간, 마닐라를 경유해 다시 타클로반까지 1시간을 날아간다. 해일에 의해 뼈대만 남은 공항에서는 짐이 뒤바뀌기도 했다.

오전8시, 도착하기가 무섭게 봉사지역에 대한 간단한 브리핑과 아침식사가 이어졌다. 

지프니에 올라탄 선교단원들의 표정은 아직 봐 줄만(?) 하다.

바라용에 도착해 건축 중인 교회에 매달린다. 교회 옆 말라버린 개천에서 흙을 퍼 올리는 작업이다.

잠시의 휴식시간, 귀여운 동네 아이들이 몰려와 노래도 부르고, 즐거운 놀이 시간도 가졌다.

또다시 삽을 짚어든다. 이제 기초공사만 끝낸 교회를 짓는 일은 아직 멀어 보인다.

교회의 바닥 공사가 마무리 되자, 벽돌을 쌓는다. 아이들은 'Tindok, Barayong!'을 외치며 흙을 다졌다.

점심식사 시간이 되면 급식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아이들은 가져온 조그만 그릇에 음식을 담아 주며, 'God bless you'라고 축복한다.

선교단도 예외는 아니다. 현지인들의 음식을, 현지인의 방식으로 맛있게 먹었다. 음식을 만드는 집사님의 솜씨도 일품이다.

하루 일정을 마치고 숙소인 베다니 병원에 도착해도 편히 쉴 수는 없다. 우선 물을 떠와야 씻을 수 있고, 모기와 바퀴벌레와 싸워야 했다.

그래도 아이들을 만나면 힘이 난다. YWCA 참가자들이 학교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바라용 인근에 있는 교도소 급식. 수해로 인해 이곳도 굶주리긴 마찬가지였다.

선교단의 구호활동에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기 위해 동 비사야 교구에서 오찬을 준비해 주었다. 취재를 핑계로 대표들이 참석한 자리에 끼어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잠시 둘러본 타클로반의 상황은 여전히 좋지 못하다. 가족이 죽은 곳에 다시 집을 짓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 해일에 휩쓸려 뭍으로 올라온 배에서 위태로운 생활을 하는 사람들, 여전히 필리핀은 도움이 필요하다.

먼저 왔던 선교단이 지어놓은 주택을 돌아보았다. 급식이 끝난 지역임에도 선교단의 조끼를 보고 반가워한다. 애완용으로 키우는 이구아나와 기념촬영은 덤이다.

교회 건축 마무리 단계, 집집마다 방문해 헌당예배를 알린다. 영어 대신 현지어로 더듬거리며 초대의 말을 전한다.

헌당예배는 아이들을 비롯해 2백여명의 현지인과 초청 인사들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선교단은 특송으로 'Amazing Grace'를 현지어로 불렀다.

마지막까지 의료선교를 펼친 선교단, 한의사 자격증을 보유한 김계자 전도사가 침을 놓고 있다. 선교단장 김해성 목사는 바라용 교회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헌당예배를 끝으로 선교단의 활동은 끝났다. 헤어짐의 순간은 역시 아쉽기만 하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낯선 곳에서 전혀 다른 사람들이 '하나'임을 고백했다는 점이다. 서로 나누었던 시간은 추억이 되고, 추억은 그 시간으로 우리를 초대할 것이다. 바라건대 그 시간 안에 있던 모두가 받았던 큰 체험을 잊지 않길 바랄 뿐이다.

고수봉 기자  gogo99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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