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용서하는 것이다

넷째, 사랑은 용서하는 것이야. 용서가 무엇일까? 세상에서 쓰는 용법은 A가 잘못을 하고 그 잘못에 대해서 빌면, B가 용서를 한다는 개념으로 사용해. 예를 한번 들어볼까? A가 B에게 돈을 빌려 가서 못 갚았다고 하자. 이럴 때 A는 B에게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면, B는 용서한다고 하잖아. 물론 세상에서는 그냥 용서하는 법은 없어. 언제 갚는다는 말을 해야 용서를 하지. 그것도 아니면, 무릎이라도 꿇어야 용서를 한다고 해! 무언가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용서한다는 말을 하지.

문제는 성경에서 말하는 용서는 이런 것이 아니라는 곳에 문제가 있어. 마가복음에서 용서를 무엇이라고 하는지 한번 볼까?

“그 때 한 중풍병자를 네 사람이 데리고 왔다. 무리 때문에 예수께로 데리고 갈 수 없어서, 예수께서 계신 곳 위의 지붕을 걷어 내고, 구멍을 뚫어서, 중풍병자가 누워 있는 자리를 달아 내렸다. 예수께서는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중풍병자에게 ‘아들아, 네 죄가 용서함을 받았다’ 하고 말씀하셨다.”(막2:3-5)

중풍병자는 현대의학에서 말하는 그 병이 아니야. 성경에서 말하는 병은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살지 못해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보아야 해. 다시 말해 중풍병자는 사랑하지 못해서 인간성이 마비되어 인간답게 살지 못하는 사람을 뜻해. 성경은 이런 사람을 죄에 빠져서 사는 사람이라고 말을 해. 다시 말해 인간의 한계상황을 극복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뜻이지. 이것은 오늘 본문을 자세히 보면 알 수 있어. 예수님은 중풍병자에게 “중풍병은 물러갈 지어다”고 말하지 않고, 죄가 용서함을 받았다고 말하고 있어. 죄는 하나밖에 없어. 그것은 선악과를 따먹은 죄이고, 하나님의 말씀을 따르지 않은 것이야. 옳고 그름을 구별하고 살면서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말하는 거야. 성경에서 나오는 병을 현대의학에서 말하는 병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성경을 잘못 읽는 거야. 그러면 이야기의 논지가 다른 곳으로 흘러 버려.

놀랍게도 성경에서 “죄”는 늘 단수로만 기록하고 있어. “죄인”도 거의 단수야. 이 말은 죄는 여러 가지 죄가 아니라 오로지 하나의 죄를 말하고 있다는 거야. 이 하나의 죄는 말씀에 순종하지 않는 죄이고, 사랑하지 않는 죄야. 물론 성경에서도 “시기와 살인, 음란과 도둑질, 거짓 증언과 비방”(마15:19)등을 말하고 있어. 그러나 이런 말들은 이것 자체가 죄라고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죄의 현상을 기록해 놓은 것이야.

어쨌든, 사랑에 마비된 상태로 살아가는 사람을 어떤 네 사람이 예수님에게 데리고 와. 예수님은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네 죄가 용서함을 받았다”고 말씀하셔. 그들의 믿음이란 네 사람, 또는 마비된 사람까지 다섯 사람의 믿음일 거야. 믿음이라는 것이 말씀에 대한 순종, 따름이라고 이야기했지? 그렇다면 이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인 거야. 넷, 또는 다섯 사람이 사랑하는 것이지.

이들에게 예수님은 “용서한다”도 아니고, “용서받았다”고 말씀하셔. 사랑하는 것 자체가 용서라는 말이야.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하니까, 율법학자들은 속으로 이렇게 말해. “이 사람이 어찌하여 이런 말을 할까? 하나님을 모독하는구나. 하나님 한 분 밖에, 누가 죄를 용서할 수 있는가?”(막2:7) 참 웃기는 사람들이야. 예수님은 ‘용서받았다’고 말하는데, 배웠다는 사람들이 ‘용서한다’로 받아들이고 있는 거야. 그래서 예수님은 쐐기를 박아.

“어찌하여 너희는 마음속에 그런 생각을 품고 있느냐? 중풍병자에게 ‘네 죄가 용서함을 받았다’하고 말하는 것과 ‘일어나서 네 자리를 거두어 가지고 걸어가거라’ 하고 말하는 것 가운데서, 어느 쪽이 더 말하기가 쉬우냐? 그러나 인자가 땅에서 죄를 용서하는 권세를 가지고 있음을 너희에게 알게 하겠다. 예수께서 중풍병자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네게 말한다. 일어나서, 네 자리를 거두어 가지고 집으로 가거라.’” (막2:8b-11)

예수님은 죄를 용서하는 권한이 사람에게 있다고 말씀하셔. 그 방법은 “일어나서 자기를 거두어 가지고 걸어가라”고 말하는 거야. 여기에서 말은 단순한 말이 아니야. 참다운 말은 항상 행동을 포함하고 있는 거야. 이미 우리가 “무엇이 말씀인가?”에서 알아보았지. 행동언어, 소리나 음성이 아니라 하나님의 움직임, 그것을 말씀이라고 했잖아. 여기서도 그런 의미야. 예수님께서 말만 하시는 것이 아니라 중풍병자를 데리고 왔던 그 사람들처럼, 그 병에 대해서 책임을 지고 있는 것이라고 보아야 해.

그렇다고 한다면, 마가복음에서 말하는 용서란 용납한다는 의미야. 지은 죄를 용서한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뜻이야. 죄가 없는 인간이 어디 있어. 성경은 “의인은 없다. 한 사람도 없다”(롬3:10b)고 말하고 있어. 우리는 모두 죄가 있지만, 서로 사랑함으로 그것을 이겨보자는 의미야. 이 말을 에둘러 표현하면, “지금까지 내가 너를 사랑하지 않아서 미안해”라는 말이야. 지금까지 우리가 사랑하지 않았지만, 지금부터라도 사랑하자는 말이 되기도 하고, 사랑해도 된다는 허락이기도 한 말이야.

주기도에 이런 말이 나와. “우리가 우리에게 죄지은 사람을 용서하여 준 것같이 우리 죄를 용서하여 주시옵고”(마6:12) 예수님께서 말하는 죄는 ‘우리’가 ‘우리’에게 짓는 거야. 나의 죄, 너의 죄가 아니야. 우리의 죄야. 그것은 사랑하지 않는 죄이고, 말씀에 순종하지 않는 죄야. 그래서 우리는 서로 용납해야 한다는 뜻이지. 우리가 서로 용납해야 하나님께서도 우리의 죄를 용납하신다는 뜻이야. 따라서 용서한다는 말은 네가 사랑하지 않은 것을 용납하고, 내가 너를 사랑하지 않은 것에 대해 잘못을 뉘우치고, 이제부터 사랑하겠다는 말이 되는 거지.

야고보서에 보면 이런 말이 나와. “그러므로 여러분은 서로 죄를 고백하고, 서로를 위하여 기도하십시오.”(약5:16) 야고보가 이런 말을 하게 된 이유는 아픈 사람들 때문이야. 아픈 사람들이 생겼는데, 죄를 고백하라는 말을 해? 무슨 말인고 하니, 초대교회에는 아픈 사람들이 많았어. 오늘날처럼 감기가 걸리고 암이 걸리는 것이 아니야. 형편이 어려워서 먹지 못해 아프게 된 사람들이야. 아픈 사람들 중에는 특히 과부들이 많았어. 과부가 특히 먹고살기 어려웠다는 말이지. 왜냐하면, 옛날에는 오늘날처럼 여자가 경제활동을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야. 그래서 굶어서 아픈 사람들이 많았다는 이야기야. 이런 상황에서 서로 죄를 고백하라고 말하고 있는 거야. 먹지 못하는 사람에게 먹을 것을 주지 않은 것이 죄라는 말이고, 그것을 형제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 죄라고 말하고 있는 거야. 서로가 서로를 용납하라는 말이지.

사도바울은 “피차 사랑의 빚 외에는 아무에게든지 아무 빚도 지지 말라. 남을 사랑하는 자는 율법을 다 이루었느니라.”(롬13:8,개역)라고 말을 해. 사랑이 빚이 무엇일까? 사람들은 A가 B를 사랑하면, B가 빚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 그러나 그런 말이 아니야. 사랑의 빚은 사랑하는 사람이 지는 거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빚이 없어. 사랑하는 사람이 더 사랑하지 못하는 것이 빚이야. 성경은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관심이 없어. 사랑하는 사람에게 하는 말이야.

예컨대, 부모는 자식을 사랑하잖아. 평생을 몸 바쳐서 자식을 먹이고, 입히고, 돌보는 것이 부모야. 그래놓고도 뭐라 그래. “애야 내가 너에게 잘해 주지 못해 미안하다”라고 말하잖아. 사랑의 빚은 언제나 사랑하는 사람이 지는 거야. 자식은 빚이 있는 것도 몰라. 물론 그 자식도 부모가 되면 알 수도 있겠지만...........

용서(容恕)라는 말을 한자로 보면, 참 재미있어. 얼굴 용(容)에 용서 서(恕)자가 합해져서 된 말인데, 용서 서(恕)자는 다시 같을 여(如)와 마음 심(心)이 결합해서 된 말이야. 풀이하자면 얼굴을 보고 같은 마음으로 있는 상태가 용서야.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니라 같은 마음을 가지는 것이 용서라는 뜻이야. 그래서 용서한다는 말은 하나가 된다는 말이야.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어.

“그때에 베드로가 다가와서 예수께 말하였다. ‘주님, 내 형제가 나에게 자꾸 죄를 지으면, 내가 몇 번이나 용서해 주어야 합니까? 일곱 번까지 해야 합니까?’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일곱 번까지가 아니라, 일흔 번을 일곱 번까지라도 해야 한다.’”

베드로의 질문이 잘못되었어. 내 형제가 죄를 지으면 자기에게도 죄가 있다는 것을 베드로는 몰랐던 거야. 그래서 “형제가 나에게 죄를 지으면”이라는 표현을 하는 거야. 오늘날 교회가 사랑이 없어서 이 말을 이해하기 참 어려워. 그러나 참으로 형제는 너와 나가 없는 거야. 형제의 허물은 내 허물이 된다는 말이지. 그래서 형제의 허물은 덮고 가야 하는 것이 용서야. 그런데 오늘날에는 형제의 허물을 드러내고 그것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을 용서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워.

그런 베드로에게 예수님은 일흔 번을 일곱 번이라도 용서하라고 말씀하셔. 이 말을 현대교회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말씀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그래서 ‘좋은 말씀이야’라고 생각하는 정도로 말씀을 받아들이지. 그러나 예수님의 의도는 단순하게 좋은 말을 하려고 이 말을 한 것이 아니야.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말씀하신 거야. 형제를 사랑하기만 한다면, 가능한 이야기야. 서로가 하나가 된다면, 아주 지키기 쉬운 이야기라는 말이야.

요한복음에 보면, 예수님께서 잡히시기 전, 유언과 같은 기도를 하는 내용이 나와. 그 기도 중 한 대목이야. “우리가 하나인 것 같이, 그들도 하나 되게 하여 주십시오.”(요17:11b) 제자들을 향한 예수님의 간절한 바램이지. 물론 오늘날 우리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말씀이고. 예수님이 이렇게 기도하시는 것은, 우리가 하나 되지 못하면, 하나님과 하나 될 수 없기 때문이야. 우리가 흔히 ‘구원, 구원’ 하는데 정말로 구원을 받으려면 우리가 하나 되어야 하는 거야.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지. “내가 너에게 하늘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요,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마16:19) 베드로에게 사랑하라고 주신 말씀이고, 용서하라고 주신 말씀이야. 그런데 이 말을 베드로에게 무슨 큰 권한이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지. 예수님은 이 터 위에 교회를 세우시겠다고 말씀하신 거야. 그래서 교회는 용서하는 곳이고, 사랑하는 곳이야.

사랑에 대해서 연구하려면 평생을 쏟아 부어도 모자랄 거야. 사랑은 연구해서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야. 만약에 연구를 해서 사랑이라는 말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연구해서는 방법이 없어. 연구해도 답이 없는 이유는 사랑이라는 말이 머물러 있는 말이 아니기 때문에 그래. 정의할 수 없다는 말이야. 사랑은 오로지 내가 몸으로, 여기에서 구체적인 너를 사랑하는 것이기 때문이야. 이것을 반드시 명심하자.

문동수 목사 litho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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