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월) 오전 생명선교연대(회장 전성표 목사, 이하 생선연) 회원 목회자들이 밀양을 방문했다.

▲ 멀리 보이는 송전탑이 126호기이고 그 왼쪽 밑 터가 127기 공사현장이다.ⓒ에큐메니안

밀양 765kv 송전탑반대 대책위원회(이하 밀양대책위) 부북면 평밭마을에 살고 있는 한옥순 할머니는 생선연 목회자들을 반갑게 맞이하며 대책위 숙소 위에 있는 129호 송전탑 자리로 안내했다.

그곳에는 텐트가 들어섰고 그 밑으로는 큰 구덩이가 파져있고 그 위로 천막이 덮여있어 움막을 연상케 했다. 한 할머니는 구덩이를 가리키며 "이곳이 우리 무덤이라고 생각하며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생선연 회원들은 움막으로 들어가 한옥순 할머니로부터 이야기를 들었다.

▲ 129호 송전탑 자리에 천막을 세우고 그 앞에 구덩이를 파놓았다. 할머니들은 돌아가면서 천막과 구덩이에서 밤마다 자리를 지킨다고 했다.ⓒ에큐메니안

한전이 신고리핵발전소에서 경남 창녕군 북경남변전소까지 90.5㎞ 구간에 세우려는 송전탑 161개 중 126번째부터 132번째까지 총 7개의 송전탑이 부북면을 관통하는데 그 밑에 위치한 평밭마을을 비롯한 부북면 대책위 주민들은 10여 년 전부터 뇌경색, 암 등의 질병을 치료하면서 전원생활을 하러 들어왔다. 이들에게 머리위로 초고압인 765kv가 흐르는 송전탑이 들어선다는 것은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임은 자명했고 주민들은 송전탑 건설을 막기 위해 9년간 한전과 경찰과의 싸움을 해오고 있다.

▲ 한옥순 할머니는 129호 송전탑 자리에 파놓은 구덩이에서 잠자리를 만들어 대책위 할머니들과 매일밤 이곳을 지킨다고 했다. 구덩이를 팔때 한전이 미리 손을 써 밀양지역 포크레인은 부를 수 없어 부산에서 포크레인을 불러 팠다고 했다.ⓒ에큐메니안

밀양을 비롯해 송전탑이 지나가는 청도군과 창녕군에는 이미 송전탑이 들어서 있고 청도에는 전선도 들어온 상태이다. 한전은 밀양 송전탑 경과지 30곳 마을 중 25곳 마을과 합의를 완료했다고 밝히며 합의가 안 된 상동면 4곳 마을과 부북면 1곳인 평밭마을 주민들과 합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전내부 보고를 통해서도 사람과 가축에게 위험요소가 있다고 밝혔음에도 한전은 비용절감을 위해 공사를 강행하고 있고 밀양대책위는 분당에서 진행된 송전탑 지중화사업이나 송전선로 우회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생선연 목회자들이 방문한 날 마침 한전 관계자들을 만나고 왔다는 한 할머니는 한전으로부터 사실상 공사재개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할머니는 “(한전 관계자들에게) ‘오늘이라도 들어온나, 붙어보자, 우리는 붙어보고 죽든지 살든지 하는 게 우리 소원이다.’켔어요.”라고 말했다.

▲ 생선연 목회자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있는 한옥순 할머니. 할머니는 밀양대책위 부북면 대책위원 이남우 대책위원의 부인이다.ⓒ에큐메니안

한옥순 할머니는 오랜 싸움에 많이 지쳐있다고 했다. 10년 가까이 되는 시간동안 많은 주민들이 한전이 주는 합의금에 이탈하는 모습을 보면서 좌절감을 느끼고 한전과 경찰의 행태를 보며 분노가 치민다고 말했다. (2012년 1월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면서 분신한 이치우 어르신 마을인 보라마을 주민들도 최근 한전과 합의했다.)

“2년 전부터 세상이 싫어요. 인간이 싫어요. 한전과 정부도 정말로 싫고 죽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근데 지금은 모든 것을 다 놓고 있어요. 하나님이 내 목숨을 가져간다면 여기서 죽을 것이고...  모든 것을 초월했어요. 여기 있는 할매들 전부 그렇게 마음을 먹고 있어요. (공사 들어온다면) 죽음을 각오하고 죽기 아니면 살기로 여기서 싸울 겁니다. 그날부터 단식에 들어갈 겁니다. 너무 거대한 한전과 정부와 붙을 라니까 이 방법 밖에는 없습니다. 단식을 할 것이고 그때그때 상황이 일어나는 대로 만반의 준비를 다 해 놓았습니다.”

▲ 움막 한켠에는 인화물질이 가득했다.ⓒ에큐메니안

최근 정신과 치료를 받아 약을 처방 받기도 했다는 한 할머니는 마지막 남은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함께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 밀양대책위 부북면 장재분 대책위원이 주변 송전탑 건설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에큐메니안

밀양대책위 장재분 위원은 천막에서 보이는 126호 철탑을 가리키며 현재 송전탑 건설 상황을 설명했다. “우리 마을처럼 피해가 큰 마을이 없어요. 집 위치를 생각하지 않고 공사를 강행한 거예요. 청도는 처음에 합의해 이미 철탑이 들어섰고 전선도 걸쳐있어요, 그걸 보면 가슴이 먹먹하고 힘이 빠져요. 저기서 사람이 어찌 살까…….”

▲ 구덩이에서 이야기를 마친 뒤 천막에서 다른 대책위 할머니들과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있다.ⓒ에큐메니안

그 밖에도 주민들을 괴롭히는 게 더 있는데 바로 헬기 소음이다. 모든 얘기를 마친 후 전성표 목사가 기도를 하려는 순간 하늘 위로 헬기가 자재를 싣고 굉음을 내며 날아가는데 기도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장재분 위원은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계속되는 헬기 굉음에 소가 유산되고 집이 흔들거리는 등 많은 피해가 속출했다고 한다.

▲ 현재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장재분 대책위원(가운데)ⓒ에큐메니안

장 위원은 한전에서 밀양주민들에게 ‘대책위 사람들이 투쟁하는 이유는 보상금 더 받으려는 것’이라는 유언비어를 퍼뜨린다며 밀양주민들로부터 그런 오해를 받게 될 때 더 힘들다고 말했다.

▲ 생명선교연대 회장 전성표 목사는 밀양 할머니의 상처난 마음 보듬어주시기를 간구했다.ⓒ에큐메니안

이야기를 마친 후 생선연 회장 전성표 목사는 “이곳을 무덤삼아 지키고 계신 할머니들에게 힘과 능력주시고 기쁨마음 주셔서 깨어진 마음 보듬어 주시고 건강 잃지 않게 하시고 할머니들이 창조질서를 보전하는 길에 하나님께서 함께 하옵소서.”라고 기도했다.

▲ 천막 옆에 환경단체에서 설치해 준 태양열 발전기가 눈에 띄었다. 장재분 대책위원은 신고리원전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나르는 송전탑 반대 투쟁을 하면서 그 대안으로 태양열 에너지로도 살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에큐메니안

작별인사를 하며 밀양대책위 할머니들은 3월 말이나 4월 초에 공사를 재개할 예정인데 그 때 도움을 청할 테니 내려와 도와달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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