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오후2시 조에홀에서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토론회가 진행됐다. ⓒ에큐메니안 고수봉

‘송파구 세모녀’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부끄러움과 죄책감을 남겼다. 이들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우리의 이웃으로 국민을 지켜야할 정부도, 이웃 사랑을 실천해야할 교회도 손을 내밀지 못했다.

무엇이 이들을 극단적인 선택을 하도록 만들었는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한국 사회의 복지, 특히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이들에 대한 대안을 찾기 위해 20일(목) 오후2시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긴급현안토론회를 개최했다.

복지사각지대, 민관협력으로 해소

▲ 정무성 교수. ⓒ에큐메니안 고수봉

숭실사이버대학교 부총장 정무성 교수는 “송파 세 모녀의 죽음은 우리 사회의 허술한 복지체계가 만들어낸 사건으로 자살이 아닌 사회적 타살로 보아야 한다.”며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한 복지 정책에 대한 의견을 전달했다.

그는 먼저 “우리나라 사람들은 빈곤의 원인을 개인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보니 정치적 순위에서도 항상 소홀하게 되며, 복지 증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라며 “정부와 지자체의 복지서비스를 누구나 당연하게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개선이 절실”하다고 전했다.

우선 복지예산 규모가 작다. 그는 “사회보장 지출이 OECD 국가 중 최하위로 전체 지출에 13.1%에 불과해 가까운 일본(42.7%)에도 현저하게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GDP 대비 증가 추세로 본다면 2050년에야 OECD 평균수준에 도달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부족한 복지예산에 더불어 불안정한 사회안전망 서비스도 복지 사각지대를 형성하는데 한몫을 하고 있다. 그는 ‘신청주의 원칙 의한 수급자 탈락하는 사례’, ‘회사 측 사유로 퇴직해야만 혜택 받을 수 있는 실업급여’, ‘2013년 기준 예산의 55.6%만 사용된 긴급복지제도’ 등을 사례로 들었다. 세 모녀의 경우 개인사유에 의한 퇴직으로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는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는데 민관의 협력, 특히 교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교회의 사회적 책임을 높여 시민사회에서 리더십을 발휘해 가야 한다.”며 “한국기독교사회복지협의회 통계에 의하면 교회가 사회봉사비에 재정의 10.6% 밖에 쓰고 있지 않다.”고 책임 의식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그는 “예방적인 차원에서 사회문제에 개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며, 지역에 밀착해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역할을 관과 함께 주도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 엄의식 과장. ⓒ에큐메니안 고수봉

서울형 복지제도, 신규 수급자 발굴 계획 추진

이어 서울시 복지정책과 엄의식 과장은 서울형 복지제도에 대해 소개했다. “정부의 복지안전망 제도의 한계를 벗어나고자 독자적인 복지제도를 실행해 왔다.”며 “소득, 부양의무자 재산 등 기준을 완화해 서울형 기초보장제를 운영했으며,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2만3천명을 신규 발굴했다.”고 전했다.

또한 국민기초수급자 추이가 전국적으로 감소하고 있지만 서울시만 유일하게 증가했으며, 긴급복지 지원도 4천9백여 가구에서 7천6백여 가구로, 77억에서 96억으로 늘었다.

그도 사회안전망이 취약해 지는 원인으로 ‘가난과 생활고를 개인의 책임으로 보는 경향’과 ‘복지를 권리가 아닌 시혜로 보는 시선’, ‘신청주의 한계’, ‘엄격한 선정기준’, ‘복지전달체계의 취약성’ 등으로 꼽았다. 복지 예산이나 제도를 낭비라고 바라보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에 의하면, 서울시의 경우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수혜자를 발굴하기 위해 ‘위기가정 발굴, 지원 특별대책본부’를 운영하고 있으며, 각 구별로 신규 인력을 채용, 260명의 위기가정 발굴 전문 인력 채용 및 배치 등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이를 위해 다산콜센터, 복지 통반장 제도, 나눔이웃, SNS, 지역복지관 등을 적극 활용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4만명까지 발굴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이 밖에도 신용불량자 지원을 위한 상담센터 및 법률센터 운영, 복지제도에 대한 홍보 및 인식 개선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 조준배 관장. ⓒ에큐메니안 고수봉

철학과 기준없는 복지, 사회적 합의 필요

강남종합사회복지관 조준배 관장은  그는 “국민들이 알지 못하는 수많은 복지제도들이 있지만 수혜자들이 제도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복지혜택도 지역마다 편차가 심하다.”며 사회복지안전망에 대한 현장의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우리나라 사회복지제도는 어떤 철학이나 사회적 기준에 의해 만들어지기 보다는 정치인들의 전유물과 같이 여겨졌다.”며 정권마다 달라지는 복지제도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특히 비정상의 정상화 이후 공기업의 지원이 끊기는가 하면, 복지를 위해 증세를 해야 함에도 정치인들은 이를 반대한다. 그럴 때면 그는 “사회복지가 마치 천덕꾸러기 같이 여겨지는 현실에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다.

조 관장은 구체적인 내용으로 부양의무자 제도의 개선, 수급자에 대한 정확한 진단 및 평가, 효율적인 전달체계를 제안했다. “부양의무자 소득 기준이 최저생계비의 130% 소득으로 부양능력을 판단하는데, 실제로 부양의무가 잇는 사람은 대부분 자기 살기 바쁜 사람들”이라며 이 또한 복지 사각지대를 양산시키는 원인으로 꼽았다.

또한 수급자에 대한 판단도 문서나 전산 데이터에 의존하다보니 부양의무자 관계, 즉 부양이행 여부나 실제적 부양능력, 부양의지 등에 대한 명확한 판단이 어렵다는 것이다. 기초생활수급도 6개월간 유예기간을 두는 ‘수급자격 탈락 예고제’로 보완할 것을 제안했다.

끝으로 그는 “공공이나 사회복지 제공자 입장에서는 준비된 복지제도가 많지만 수혜자 입장에서는 맞는 옷이 없는 상황”이라며 “한국형 복지의 체계와 철학, 기준 마련을 위해 정부, 여야, 노사, 복지전문가 시민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통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20일 오후2시 조에홀에서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토론회가 진행됐다. ⓒ에큐메니안 고수봉

고수봉 기자  gogo99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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