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병섭 목사 2주기를 맞아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22일(토) 혜화동 함춘회관에서는 ‘허병섭 목사 2주기 추모세미나’가 개최되었고 25일(화)에는 전북 무주 푸른꿈고등학교에서 추모행사가 열리고 기일인 26일(수) 오전 11시 마석 모란공원에서 추모예배가 열릴 예정이다.

▲ 허병섭 목사 2주기 추모 세미나에 앞서 추모의 시간 중 권호경 목사가 추모사를 하고 있다. 권호경 목사는 "허병섭 목사가 서울에서 빈민운동을 하던 시절 갈등도 많았는데 무주로 내려간 허목사는 매우 평온해 보였다."고 기억했다.ⓒ에큐메니안

22일 오후 3시 함춘회관에서 열린 2주기 추모 세미나에서는 허병섭 목사의 빈민운동 제자그룹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주민운동정보교육원(이하 코넷) 소속 트레이너들이 발제자로 나섰다. 이들은 지난 1년 반 동안 허 목사의 저서 ‘스스로 말하게 하라’의 리뷰과정을 거쳐 만든 결과물을 민중교육의 관점에서 해석하여 발표했다.

1부 추모행사는 오용식 목사가 진행했고 권호경 목사가 추모사를 맡았고 2부 세미나는 이충현 코넷대표가 사회를 맡았다. 이날 행사에는 문동환 박사 내외, 권호경 목사, 이철용 장로 등과 녹색대학, 동자동 쪽방촌, 관악사회복지, 성동주민회, 인천 동네야놀자, 동월교회 교인들, 자활실무자, 기빈협, 코넷 등의 활동가들이 함께 했다.

발제를 마친 후 청중간의 토론의 자리가 이어졌고 마지막으로 허병섭 목사의 스승인 문동환 목사의 코멘트로 행사를 마쳤다.

▲ 2부 순서로 허병섭 목사 2추기 추모 세미나 <'허병섭의 민중교육' 다시보기>가 시작되었다.ⓒ에큐메니안

민중사실과 민중소외, 민중의 이야기, 민중문화

▲ 최종덕 트레이너

‘주민사실과 민중교육’을 주제로 발제한 코넷 최종덕 트레이너는 “일찍이 허병섭 목사는 민중신학에 대해 민중의 요소가 빠져있다고 비판했다. 중요한 것은 있는 그대로의 민중상, 즉 ‘민중사실’이라고 지적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민중사실’을 알기 위해서는 민중이 되어야만 가능하다고 말한다.

민중사실은 민중의 언어와 감정, 의식으로 표현되며 때로는 강렬한 삶의 의지로 나타나는데 이러한 민중사실을 제대로 접하지 않는다면 민중을 왜곡하고 거역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최 트레이너는 이러한 민중사실에 기반을 둔 주민교육의 주제와 방법, 교재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정리했다.

▲ 강인남 트레이너

‘주민소외와 소외의 극복’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한 강인남 트레이너는 현 사회를 소외당하면서 소외를 느끼지 못하는 시대로 규정했다. 그리고 소외를 당하는 민중들의 두 가지 얼굴 즉, 기회주의적이고 자기비하, 비굴과 좌절의 얼굴과 집단과 조직을 통해 소외를 극복해 나가는 주체로서의 민중의 얼굴을 함께 갖고 있다고 말한다.

강 트레이너는 “허 목사는 철저히 민중과 살아가면서 스스로 소외를 느꼈다.”며 주민과 함께 살면서 그들의 소외를 함께 느끼고 그들로 하여금 스스로 말하게 하는 것이 소외를 극복하는 가장 빠른 길임을 강조했다.

▲ 한재랑 트레이너

‘인생이야기와 민중교육’을 주제로 발제한 한재랑 트레이너는 허병섭 목사가 넝마주의 집단에서 한 달간 생활하며 그들 스스로 그들의 이야기를 하게 만드는 것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고 타인의 이야기를 통해 ‘너’를 이해하고 나아가 ‘우리’가 주민운동의 주체임을 깨닫게 되는 이른바 ‘인생이야기 학습’의 중요성에 대해 말했다.

‘인생이야기 학습’은 처지와 상황이 비슷한 사람들이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임을 인식하면서 주민운동을 조직하게 하고 한 사람에 대한 이해를 넘어 세상을 이해하게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생이야기 학습’이 현장에서는 한 개인의 역사가 그 시대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반영임을 통찰하는 데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 최영선 트레이너

‘주민문화와 민중교육’을 주제로 발제한 최영선 트레이너는 허병섭 목사가 발표한 ‘민중극에 관한 연구’에서 밝힌 바와 같이 기독교의 먹물근성 즉, 종교적 선험이나 교리적 독선을 비판하며 교회를 놀이판으로 개방하며 민중문화운동을 전개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최 트레이너는 그러나 대다수를 비주체적 관람자로 소외시키고 있는 자본주의사회에서의 민중문화운동의 어려움을 지적한다. 코넷에서 진행하는 CO교육에서도 문화교육이 적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개별화되고 소외된 비주체적 주민문화는 극복되어야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 발제를 마친 후 청중들 간의 토론이 이어졌다.ⓒ에큐메니안

“허 목사처럼 선포하진 않았지만 목사직은 거짓”… “궁극의 목표는 생명문화공동체”

마지막으로 문동환 박사의 종합 코멘트가 이어졌다. 문 박사는 허병섭 목사가 지적한 민중사실에 대해 중요한 지점이라고 평하면서 모든 것이 ‘민중사실’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 박사는 허병섭의 민중교육을 이야기 하면서 “교육은 변화를 초래하는 과정인데 나또한 그 과정 끝에 90이 다 되어서 목사직이라는 것이 거짓임을 깨달았다. 허 목사처럼 선포하지는 않았지만 목사는 웃기를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며 다소 충격적인 이야기로 코멘트를 시작했다.

문 박사는 모세가 히브리 노예를 보고, 예수가 갈릴리 민중을 보고, 허병섭 목사가 하월곡동 민중들을 보고 느낀 공통을 감정은 ‘아픔’이었다고 지적하며 그 아픔으로 인해 그들이 왜 그러한 고통을 당하는지 진실을 알기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이어져 왔다고 말한다. 그 결과 모세는 미디안 광야 40년 끝에 출애굽을 택했고 예수는 30년 방황 끝에 공생애를 시작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 목사는 예수가 말했던 구하라, 찾으라, 두드리라 했던 것처럼 끊임없이 민중현실의 본질을 찾기 위한 끊임없는 구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 마지막 순서로 종합 코멘트를 하고 있는 문동환 박사ⓒ에큐메니안

문동환 박사는 마지막으로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생명문화공동체라고 제시했다. “예수가 다윗문화를 거부하고 찾아 나선 새 길은 교회가 아니라 생명문화공동체였다.”고 말하며 그 공동체 문화의 지표는 ‘나눠라, 섬겨라, 그리고 모든 것에 신명을 부과하면 안 된다’임을 제시했다.

문 박사는 “궁극적 관심의 초점은 생명이며 생명문화운동은 도시에서는 불가능하기에 허 목사는 농촌으로 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발제를 맡은 트레이너를 포함 허병섭 목사와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여러분은 문턱에서 문을 두드리고 있다.”며 격려하기도 했다.

모든 행사를 마친 후 돌산교회 김성훈 목사는 “내년 허병섭 목사 3주기에는 민중교회와 민중선교를 주제로 세미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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