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앙선관위) 선거2과가 최근 민원인의 정보공개 청구에 대한 회신에서 질의와 어긋나는 엉뚱한 답변을 내놓거나 면피성 답변들을 잇달아 내놓아 스스로 공신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국가기관은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전자문서를 보관 ․ 유통할 때 정보통신망과 행정정보 등의 안전성 및 신뢰성 확보를 위한 보안대책을 마련"해야 한다(전자정부법 56조). 하지만 중앙선관위는 2002년 투표지분류기(전자개표기)를 도입한 때부터 2012년 대선 때까지 매 공직선거 때마다 제어용 PC가 딸린 이 기기를 사용하면서 국가공인 검증을 받지 않았다. 기자는 지난 3월 19일 중앙선관위에 정보공개 청구해 이런 사실을 상기시키며 "투표지분류기(전자개표기)를 10년 넘게 국가공인 검증을 받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질의하였다.
중앙선관위 선거2과는 다음과 같이 회신(3월 27일)하였다.
* 투표지분류기 도입 당시 소프트웨어 산업진흥법 제20조제2항에 의한 소프트웨어 기술성평가기준을 반영하여 엄격한 장비성능 테스트(BMT)와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의 공인인증을 받은바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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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앙선관위 회신 중앙선관위 선거2과의 답변 ⓒ 정병진 | ||
지난 4월 2일 중앙선관위에 다시 정보공개를 청구해 다음과 같은 질의하였다.
* 선관위가 2002년~2012년까지 사용한 투표지분류기는 국가 공인인증을 받지 않았습니다. 납품업체인 한틀시스템이 국립전파원에서 전자파 인증을 받은 사실 밖에 없음을 지난 정보공개청구로 확인한 바 있습니다. 전자정부법 56조에 의해 분명 보안, 안전성에 대한 인증을 해야함에도 중앙선관위가 투표지분류기에 대한 국가 공인인증을 하지 않은 것은 위법행위가 아닌지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앞서 3월에 질의한 내용과 '투표지분류기'의 국가 공인인증이라는 사안은 같지만 질의의 초점은 분명 다르다. 전자는 국가 공인인증을 받지 않은 이유를 물었고 후자는 국가 공인인증을 하지 않은 것은 위법행위가 아닌지 여부다. 그럼에도 중앙선관위 선거2과는 이 질의에 대해 민원회신(4월 10일)에서 지난번 이미 '답변한 내용'이라며 대답을 회피하였다.
선거2과에 연락하여 담당 주무관에게 왜 이런 엉뚱한 답변을 계속 내놓는지 경위를 물었다. 이에 그는 "우리 과에서 숙고하여 내놓은 답변이다. 그 내용 이상 더 드릴 말씀이 없다."는 말만을 되풀이 하였다.
기자는 4월 2일자 정보공개 청구에서 "중앙선관위가 2009년 제작한 투표지분류기의 입찰 자료 기안자와 결재자들에 대해 어떠한 징계조치를 하였는지"도 질의하였다. 선관위는 "투표지분류기는 외부의 어떠한 통신망과도 연결돼 있지 않다"고 오랫동안 홍보해왔다. 하지만 중앙선관위가 나라장터에 공시한 "2009년 투표지분류기 제작 제안 요청서"에 의하면 "분류결과를 인터넷 전용망을 통하여 중앙선관위 서버로 전송할 수 있어야 함"이라는 대목이 있다.
이 서류의 결재자들만도 서기관급을 포함해 모두 7명에 달한다. 중앙선관위는 해당 내용이 기안자의 실수로 잘못 들어갔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여러 결재자를 거치는 동안 왜 '실수'로 넣은 항목을 발견 못하다가 나중에야 납품업체에게서 "그런 기능이 불필요하기에 구현하지 않았다"는 확인서를 받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이에 기자는 '실시간 전송'이라는 예민한 사안을 공문서에 잘못 넣은 기안자와 결재자들에 대한 징계조치가 있었는지 질의한 것이다. 중앙선관위 선거2과는 회신(4월 10일)에서 다음과 같이 동문서답하였다.
* 투표지분류기의 '실시간 전송기능'은 제작당시부터 구현되지 않았음. 기사 관련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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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앙선관위의 답변 중앙선관위 선거2과의 엉뚱한 답변 ⓒ 정병진 | ||
한편 모든 국가공무원은 "성실히 직무를 수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국가공무원법 제56조). 또한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하거나 직무를 태만히 한 때"(동법률 78조 2항)에는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
정병진 목사 naz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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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대300에 씁쓸해 하는 동료들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