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권위 인권증진행동계획 선포식이 지난 13일 인권위 배움터에서 열렸다. 참가자들이 ‘인권위 9개 운영원칙’이 담긴 종이비행기를 날리며 운영원칙을 공유하는 상징의식을 벌이고 있다. ⓒ 이철우

다산인권센터, 인권운동 사랑방, 천주교인권위를 비롯해 전국 35개 인권단체가 모인 인권단체연석회의(연석회의)는 5.31지방선거를 이틀 앞둔 29일 성명을 내어 “지방선거에서 인권정책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석회의는 “지방자치에서는 주민의 복지와 삶의 질, 그리고 인권을 향상시키는 것이 기본 목적”이라며 “여전히 정치권의 선심성 공약과 특정집단의 이익을 보장하는 개발공약이 난무하는 것을 보고 놀라움과 실망을 금치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한나라, 반인권 공약을 불가피한 조치로 포장

연석회의는 특히 “한나라당은 인간의 존엄을 파괴하는 위치추적장치(GPS) 부착을 선거 공약을 내세우는가 하면, 김문수 한나라당 후보는 법률근거도 없이 CCTV를 각 급 학교에 설치한다는 반인권 공약을 마치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포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석회의는 이어 “이번 지방선거 공약들은 우리 사회의 발전된 인권의식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며 “주민과 노동자의 당연한 일한권리와 쉴 권리는 외면하고, ‘일자리 창출’이라는 단 한마디로 건설공약과 기업 규제완화라는 엉뚱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각 당의 인권정책에 대해서도 각각 지적하고 나섰다. 우선 여당에 대해, “빈곤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양극화 해소라는 물 타기 공약을 내세우는 열린우리당은 국민의 인권이 무엇인지 되새겨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이들은 “정당이나 후보자 차원에서 주민참여 공약 한 가지 제대로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한나라당이 인식하는 ‘참정권’은 그저 주민과 국민이 자기 당에 표를 던지면 그것으로 주권을 행사했다고 보는 전근대적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민주당은 전통 민주세력이라 자부하지만 인권을 향상시킬 실천방략하나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민주노동당이 각종 차별을 철폐하고 주민의 참여를 촉진시키는 공약을 제시해 그나마 다행이지만, 주민의 인권 보장에는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주민의 인권을 실질로 보장할 수 있는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는 후보, 확고한 인권의식과 실천 의지를 가진 후보가 지역 사회 일꾼이 되어야 헌다”고 강조한다.

강금실·김용한 인권친화공약 1위

한편 새사회연대(대표 이창수)도 이날 서울·경기 광역단체장 후보자를 대상으로 인권을 기준으로 한 ‘인권관련 공약평가서’를 발표하고, “대체로 각 정당 후보자들이 인권의 원리인 상호의존성과 불가분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했고, 인권관련 공약을 적극 개발하거나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평가서에 따르면 강금실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와 김용한 민주노동당 경기지사 후보가 인권영역별로 고르게 인권친화 공약을 채택해 각각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김종철 민주노동당 서울시장 후보와 진대제 열린우리당 경기지사 후보가 이들의 뒤를 이어 근소한 차이로 뒤를 이었다.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와 임웅균 국민중심당 서울시장 후보는 특정 인권영역(각각 환경권, 문화권)에 편중된 경향을 보였으며, 진대제 후보와 김용한 민주노동당 경기지사 후보도 인권행정·제도 관련 공약을 적극 채택했다.

한편 민주노동당은 당과 후보자 모두 인권 행정·제도 도입에 적극적이었고, 한나라당과 후보자들은 인권 행정, 주민참여 자치와 관련 공약을 소극적으로 채택하거나 특별히 인식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나타났다.

이번 평가는 각 후보자가 선관위에 제출한 10대 공약과 새사회연대가 ‘인권공약 서약운동’을 통해 각 후보자에 제시해 자율 서약하도록 한 190개 인권공약을 대상으로 했으며, ▲인권행정 일반 ▲인간의 존엄 ▲자유권(시민적 권리, 정치적 권리) ▲사회권(경제적 권리, 사회적 권리, 문화적 권리) ▲법절차적 권리 ▲집단적 권리 등을 기준으로 했다.

이철우 기자  cyberedu@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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