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바로잡기 운동본부는 앞으로도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원들을 돕기 위한 후원 활동을 지속할 예정이다. ⓒ에큐메니안 고수봉

높은 건물이 즐비한 강남 한복판에 8백여 명의 밥상이 차려졌다. 각 지역에서 상경해 삼성전자 본사 앞에서 농성 중인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원하기 위해 시민·사회단체 ‘밥 한 끼, 양말 한 켤레’ 행사를 준비한 것이다.

삼성서비스지회는 ‘위장폐업 철회’, ‘생활임금 보장’, ‘노조탄압 중단 및 노동조합 인정’ 등을 요구해 왔다. 그러다가 양산센터 분회장이었던 고 염호석 씨가 ‘지회가 승리할 때까지 안치해 달라. 지회가 승리하는 날 화장해 뿌려달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러나 경찰은 일부 유족의 요구를 빌미로 시신을 탈취 화장해 버렸다. 이에 삼성서비스지회는 19일 서울로 상경해 삼성전자 본사 앞에서 노숙투쟁에 돌입, 11일째를 맞고 있다.

서울로 상경해 힘겹게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삼성서비스지회 노동자들을 돕기 위해 각 단체들의 지지와 성원이 이어졌으며, 일반 시민들도 투쟁기금을 보내왔다. ‘밥 한 끼, 양말 한 켤레’ 행사도 지쳐가는 노조원들을 응원하고, 가족과 떨어져 지내고 있는 노조원들에게 따뜻한 밥을 선물하자는 것.

▲ '밥 한 끼, 양말 한 켤레' 행사 전,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노동자들이 투쟁 승리를 염원하면서 각자 그린 그림을 모아 걸개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에큐메니안 고수봉

‘공정사회 파괴 노동인권 유린 삼성바로잡기 운동본부’ 이형숙 상황실장은 “노숙투쟁을 하고 있다 보니 매번 부실한 식사를 하고 있다.”며 “집 밥처럼 맛있고 정성스럽 음식을 함께 나누고자 마련됐다.”고 행사의 취지를 전했다.

그녀는 “일반 시민들과 단체들을 통해 후원이 들어오고 있으며, 삼성전자서비스 투쟁이 해결될 때까지, 고 염호석 동지의 바람이 이루어질 때까지 노조원들을 지원할 수 있는 시민들의 마음을 모아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실장은 “1년도 안된 노동조합에서 세 명이 죽고, 지도부도 구속되어 있는 상황에서 노숙투쟁에 나선 노조원들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지와 후원을 통해) 삭막한 곳에서도 같이 연대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구나 하는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 각 단체에서 보내준 다양한 음식들을 나눠주고 있다. ⓒ에큐메니안 고수봉

이날 행사는 쌍용자동차 노조, 기륭전자분회, 영등포산업선교회, 학교비정규직노조, 전국노점상연합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다양한 단체에서 보낸 각각의 음식들을 함께 나눴다. 음식 종류도 밥, 카레, 소고기국, 닭죽, 유기농 참회, 사골, 김치, 삼겹살, 떡볶이 등 참가한 단체만큼이나 다양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중앙쟁의대책위원장 윤욱동 씨(금속노조 사무처장)는 “삼성의 76년 무노조 정책과 사회, 정치적 영향력이 잘못됐다는 것이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노조 건설로 세상에 알려졌다.”며 “이들의 인간선언이 다양한 계층의 양심적인 세력을 모아 이런 밥상이 만들어졌다.”고 규정했다.

그는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투쟁이)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고, 사회 곳곳에서 무권리 상태로 일하는 노동자들의 문제가 개선되었으면 한다.”며 “이윤 추구만을 위한 성장주의, 자본주의 시스템, 이제는 삼성전자서비스 엔지니어들의 노조를 인정받기 위한 투쟁 과정에서 모두가 다 느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NCCK 인권센터는 ‘오병이어의 기적’이란 모금을 통해 삼성전자서비스지회를 돕기로 했으며, 30일 오전11시 후원금을 전달할 예정이다.

▲ '데모당'이란 단체에서 삼겹살을 준비했다. 음식은 참외, 닭죽, 카레 등 다양했다. ⓒ에큐메니안 고수봉

▲ 각 분회별로 모여 준비된 음식을 먹고 있다. NCCK는 30일 모금한 후원금을 전달할 예정이다. ⓒ에큐메니안 고수봉

▲ 이날 농성장에 통합진보당 서울시장 후보 정태흥 후보자가 방문했다. ⓒ에큐메니안 고수봉

고수봉 기자  gogo990@hanmail.net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