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1시 세월호 참사 해결을 위한 신학생 농성단을 지지하고 격려하기 위한 거리강연이 열렸다. 강연자는 낙산교회 김희헌 목사가 나섰다.

▲ 낡은 세계관에서는 창조란 더 이상 일어나지 않고 정해진 질서에 순응하는 것이 '선'이 된다. 그러나 낡은 세계관은 종교성이 깃들 수 없다는 것이 김희헌 목사의 설명이다. ⓒ에큐메니안 고수봉

감신대와 한신대 신학생들이 지키고 있는 농성장에 방문한 그는 “창조와 혁명을 말했을 때, 혁명은 우리 교회 현실에서 왠지 멀리 떨어져 있는 개념이라고 생각하는데, 창조 자체가 혁명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연을 시작했다.

김 목사는 “얼마 전, 세월호 사태에 대한 목사들의 발언이 문제가 됐다. 같은 신앙 안에서 왜 정 반대의 해석이 나오는가?”라고 질문하며, “신앙인을 분열시키는 이유는 신학적 세계관이 충돌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가 말하는 두 가지 세계관은 ‘하나님의 힘’에 대한 설명을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일방적인 방식’과 ‘관계적인 방식’으로 말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해석에 따라 기독교의 세계관은 완전히 엇갈린다는 것이다.

▲ 낙산교회 김희헌 목사. ⓒ에큐메니안 고수봉

그의 설명에 의하면 일방적인 방식, 즉 ‘힘의 신’에 대한 신앙은 17세기 철학과 과학자들에게 그대로 전수되어 기계론적 세계관을 형성시켜 냈다. 그는 “기계론적 세계관에서는 전지전능한 하나님이 한 번의 창조로 세상을 완성했다. 만약 완성되지 않았다면 전지하지 않았거나 전능하지 않은 것”이라며 “이 세상은 하나님이 만든 질서와 법칙 안에서 기계적으로 움직이면 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세계관과 하나님 이해는 신학적으로 맹점을 가진다. 그에 의하면 “신이 완전무결한 창조를 했다면 이 세상에서 신과 동행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 섭리나 응답이 필요 없는 세계이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으며, “예정된 길을 걸어갈 뿐이라고 한다면 자신의 모든 타락에 대한 신학적 보증이 되기 때문에 종교성이 깃들 수 없는 세계관”이라고 비판했다.

김희헌 목사는 “관계론에서는 하나님이 이 세계에 대해서 우리의 고통을 아시고, 들으시고, 그것을 변혁하기 위하여 이 역사 속으로 뛰어드신다.”며 “하나님과 동행한다는 것은 화육하고 있는 하나님을 증거 하는 일이 된다.”고 전했다.

그런 인식에서 심판의 대상인 ‘악’도 기계론적 세계관에서는 ‘질서에 저항하는 세력’이 되지만, 관계론적 세계관에 있어서는 “하나님의 은총이 (저항의) 사건 속에서 발생하고, ‘악’은 새로운 사건을 발생시키지 못하도록 하는 ‘과거 질서의 세력’이 된다.”고 규정했다.

▲ 김희헌 목사는 "기득권자들의 '질서'가 힘없는 민중들에게는 '무질서'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에큐메니안 고수봉

그는 “신학적 세계관을 우리가 어떻게 갖느냐에 따라서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진다.”며 기계론적 세계관의 종언과 새로운 세계관의 탄생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세계관으로 변화되는) 시대의 기밀을 안고서 탄생한 한국 신학자들이 있다.”며, 함석헌, 김교신, 이용도, 김재준을 꼽았고, “이분들의 삶은 과거의 세계관에 의해서 탄압당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리스도를 드러내는 것이 우리 신앙인의 싸움 방식”이라며 “그리스도가 등장하는 것은 역사가 벗겨지고, 과거의 질서를 무너뜨리며, 새로운 질서를 세울 때 가능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과거의 잘못된 자신의 질서가 무너질 때, 질곡의 역사 체제가 무너질 때 그리스도가 나타난다. 과거의 질서가 만들어낸 욕망들이 충족될 때, 그리스도는 나타나지 않는다.”고 정리했다.

끝으로 그는 “기득권자들에게 조롱거리에 불과했던 십자가는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능력이자 지혜”라며, “우리의 삶도 그렇게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선 교회의 미래는 없다.”고 마쳤다.

고수봉 기자  gogo99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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