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의 기능이 여러 가지 있지만, 필자에게 두 가지 추려보라고 누군가 요청한다면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하고 싶다.

1. 어떤 사건에 대한 독자적이면서도 간결하고 빠른 전달

2. 한 사건의 계속적인 취재를 통한 의제설정 기능

첫 번째 명제에서 굳이 “독자적”이라는 일본식 조형어까지 써 가며 언급한 이유는 언론‘사’(社)가 가져야 할 시각에 대한 문제이다.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에 얼마나 많은 수의 언론사들이 존재하는지를 헤아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기억하는 것은 그들 언론사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시각에 기인한다.

그저 빠른 소식만을 전하는 것은 재정과 인력을 대거 보유한 대형 언론사가 앞서 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형 언론사들이 모든 사람들에게 환영받거나 그들의 기사를 모두 신뢰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들만의 독자적 혹은 독특한 시각을 담아낸 언론 기사에 눈길을 주고 기억한다.

먼 옛날의 예를 하나 들자면, 20세기 초 ‘러시아 혁명’에서 마르크스의 이론과 레닌의 지도력이 가장 큰 원동력이었지만, 이제는 소수에 의해 기억되고 있는, 이들의 언론 ‘이스크라’의 역할은 저 두 기둥만큼이나 거대한 것이었다. 하지만 재미있는 사실 중의 하나는 이스크라가 추구했던 방향은 기사의 과장이나 빠른 소식의 전달이 아니었다. ‘이스크라’가 걸어갔던 길은 그들이 가지고 있던 분명한 시각에서 출발한 정확한 소식의 건네‘줌’이었다.

부풀려지거나 없는 것을 지어낸 소식이 아니라 그저 작은 일이라도 분명한 시각에 근거한 정확한 전달에 있었다는 뜻이다. 이것이 어느 때는 이 소식을 전해 받는 사람들에게 절망을 주기도 했지만 또 어느 때는 자신들의 가야할 길을 명확하게 해주기도 했다. 결국 이러한 이스크라의 역할이 러시아 혁명의 한 축을 감당할 수 있었던 것이다.

두 번째 명제는 의사설정기능이라는 말보다는 오히려 집중력이라는 말과도 바꿔 쓸 수 있겠다. 다양하고 빠른 소식의 전달도 언론사가 감당해야 할 큰 역할이지만 어떤 한 사건에 대한 집중력은 소수의 인력과 적은 재정으로도 충분하게 이루어낼 수 있는 일이다. 바로 이 집중력이 필요한 지점에 의제설정기능이 따라 붙는다.

왜 어떤 한 사건에 집중해야 하는지, 그래서 얻어지는 혹은 전해주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가 바로 의제를 설정하게 되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필자의 예를 하나 이야기 하자면, 에큐메니안 초창기 시절, 필자는 “KTX 여승무원 정리해고 문제”에 집중을 했었다. 이 사건이 필자의 눈에는 단순히 정리해고의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한국 노동문제의 본격적인 시발점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 사건을 기점으로 노동현장을 그야말로 초토화되는 길을 길어갔다. 이것을 기독교 에큐메니칼 측에서 의제로 설정하기를 바랐던 것이었다.

이미 에큐메니칼 측에서는 오래 전부터 노동문제에 관심을 쏟아왔었고 행동하고 있었지만, 노동시장의 유연화라는 무기를 들고 본격적으로 노동자 정리해고의 시발탄으로 보아주기를 호소했던 것이다. 이를 알리기 위해 여러 명의 여승무원들도 인터뷰 했었던 이들이 점거나 대규모 집회를 하는 곳에는 할 수 있는 대로 취재를 하기 위해 갔었다.

언론사의 집중력을 통해 의제설정이 될 수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는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선택의 문제이지만 언론사로서는 그것까지 염두에 두어야 할 필요는 없다. 다만 그것을 집중력 있게 다가가야 할 시각을 갖추어야 할 필요성은 분명하다. 그렇게 할 수 있을 때 의제설정이 가능해지는 발판을 마련된다.

명제는 두 가지였지만, 그 밑을 흐르고 있는 것은 하나일지도 모른다. 바로 언론사 혹은 언론인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시각의 문제이다. 이것을 잘 전달할 수 있는 필력은 그야말로 기본 중의 기본이니 더 말해 무엇하랴만은.

10여년 세월은 이어 온 에큐메니안이 이제 한 번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시각이 어떤 것인지를 돌아보아도 좋을 때가 아닌가 싶어 어설프게나마 몇 자 써보게 된다.

이정훈 기자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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