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주가 이렇게 말한다. 라마에서 슬픈 소리가 들린다. 비통하게 울부짖는 소리가 들린다. 라헬이 자식을 잃고 울고 있다. 자식들이 없어졌으니, 위로를 받기조차 거절하는구나. (예레미야 31:15)

지금 인류는 피비린내 나는 인종청소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스라엘군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민간시설에 대한 무차별 폭격으로 팔레스타인인 650명가량 사망했고 3,500명 이상이 부상당했습니다. 그중 다수는 노인, 여성, 어린이들이며 사망자의 1/4이 어린이라는 보고도 있습니다. 우리가 보아온 역사상 끔찍스런 전쟁에서도 이처럼 민간인을 무차별하게 학살한 전쟁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이스라엘의 한 국회의원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직접 테러에 가담하지 않았더라도 다 관련되어 있다. 그들은 전부 죽어야 하며 노인이든 여자든, 도시며 시골이며 있는 대로 다 쓸어버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민간인 학살이 실수나, 우연이나, 일시적인 분노의 표출이 아니라 이스라엘이 추구하는 21세기의 야만적 인종청소로 진행되는 것임을 보여줍니다.

구약시대 이스라엘의 역사를 통해서 하느님의 뜻을 깨닫고 소중한 신앙의 뿌리를 키워온 우리 기독인들은 오늘날 그 후손들이 보여주는 이 잔인무도한 살육에 절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히틀러의 나치즘에 의해 수백만 명이 살해당해야 했던 유태인의 피눈물을 기억하고 있으며, 오랜 시간 세계 각지에서 차별받고 억압당했던 유태인의 고난의 역사를 기억하며, 그런 가운데 지혜와 용기를 통해 인류와 화합하는 생존의 길을 찾아온 발걸음을 기억합니다. 그러나 그 속에서 그들은 극렬한 배타적 태도와 군사력과 경제력을 앞세운 폭력과 힘의 논리를 잉태해 왔음을 우리는 이제 분명히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당장 멈추어야 합니다. 이건 전쟁이 아니라 살육이며 광기가 빚어낸 학살입니다. 이러한 무분별한 민간인 학살이 지속되고 있는데도, 이를 중재해야 할 유엔(UN)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고 있고, 그 뒤를 조종하는 미국 역시 ‘강 건너 불구경’식으로 방관하고 있습니다. 깊이 잠들어 깰 줄 모르는 인류의 양심이 팔레스타인의 가난한 민중들을 피가 흥건한 수렁 속으로 밀어 넣고 있습니다.

우리가 고백하는 하느님은 생명과 평화와 정의의 하느님입니다. 처참하게 피 흘리며 죽어가는 가자지구의 어린이들 옆에서 하느님은 눈물 흘리고 계시며, 끊임없이 증오심을 확대재생산하며 한 명의 생명을 백 명으로 되갚으려는 이스라엘의 무한 전쟁 속에서 평화와 정의의 하느님은 온몸에 피를 흘리고 계십니다.

우리는 팔레스타인 민간인의 죽음에 가슴 아파하고 분노하는 세계의 모든 평화애호가와 함께 이스라엘의 만행을 규탄하며, 학살의 즉각적인 중단을 호소합니다. 또한 미국과 유엔은 위선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끊임없이 국제법과 국제관계를 일탈하는 이스라엘에 그에 합당한 제재를 가할 것을 요구합니다. 우리는 팔레스타인에 진정한 평화가 깃들고 정의로운 질서가 수립될 때까지 기도와 행동을 이어나갈 것입니다.

2014년 7월 24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양민학살 규탄기도회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