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는 눈, 이에는 이” - 사람들 사이에서 복수와 보복의 대명사로 사용되고 있는 표현이다. 지난 6월 중순 헤브론 부근에서 이스라엘 청소년 3명이 실종된 데서 비롯된 사건에 대해 이스라엘이 취해오고 있는 입장이 그것이다. 이스라엘 측은 “형제의 수호자”라는 작전명으로 대대적인 수색작전에 나섰고, 30일 한 동굴에서 그들은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소식이 퍼진 7월 1일, “하마스의 소행이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가 낸 성명은 신호탄이 되었다.

▲ 팔레스타인 소년이 이스라엘군 탱크를 향해 돌을 던지고 있다. 년간 수백명의 팔레스타인 소년들이 이렇게 돌을 던진 혐의로 구속 수감된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이라는 표현은 본래 눈을 상하게 했으면 똑같이 눈을 상하게 하고, 이를 못 쓰게 만들었으면 똑같이 이를 못 쓰게 만들도록 하라는 법규의 한 부분이다. 이렇게 신체상의 상해에 대해 똑같이 처벌하도록 규정한 고대의 형법을 탈리온법(lex talionis)이라고 한다.

“탈리온”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주전 450년경에 편찬된 로마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열두 판에 기록되었다고 해서 흔히 십이판법으로 알려진 이 법의 8판에는 “만일 사지를 부러뜨렸는데, 그와 화해가 되지 않았다면, 그렇게 하라”는 조항이 들어있다. 여기서 “그렇게 하라”(talio esto)는 말은 똑같이 처벌하라는 뜻인데, 이 talio에서 탈리온이라는 이름이 생겨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사람들이 본래 “똑같이”라는 뜻으로 사용했던 말을 어느 사이엔가 복수나 보복의 개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학자들마저 복수나 보복을 뜻하는retaliation을 써서 학술용어로 삼아왔고(the law of retaliation), 우리말로도 동태보복법 또는 동해복수법 따위로 번역해왔다. 그러나 탈리온의 개념은 동태가형(同態加刑)으로 파악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탈리온법의 이해에는 더 큰 문제가 있다. 복수와 보복의 대명사가 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표현은 고대 형법 어디서도 발견되지 않고, 오로지 성경에만 나오기 때문이다. 바꾸어 말하면, 지금 사람들은 성경의 어구를 내세워 복수나 보복의 뜻을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성경이 복수나 보복을 부추기나 한 듯 말이다. 이러한 성구의 오용과 곡해는 탈리온 법규가 지니는 법정신을 올바로 파악하지 못한 데서 기인한 결과일 것이다.

탈리온법의 대표적인 어구인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표현은 성경에서 모두 네 번 나타난다(출 21.22-25; 레 24.19-21; 신 19.15-21; 마 5.38-42). 이 네 본문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일관된 법정신을 읽을 수 있다. 그것은 복수나 보복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과는 정반대인 생명 중시와 선대(善待)라는 가르침이다.

출애굽기 본문은 주의가 필요하다. 남자들끼리 다투다가 옆에서 거들던 임신한 부인을 가격한 경우인데, 수많은 번역성경이 그 결과를 “유산”이나 “낙태”로 읽고 있다. 역본들처럼 이 본문을, 태아는 죽었지만 돈으로 보상하면 된다는 뜻으로 파악해야 한다면 그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부분의 원어 “워야츠우 여라데하”는 어색하고 자세히 살펴 읽어야 하지만, 문자적으로 “그래서 아이가 나와서 그녀가 낳았다면”으로 읽을 수 있다. 말하자면 태아의 사산을 뜻하는 유산이나 낙태가 아니라, 미숙아로 태어난 조산(早産)으로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문맥상 그런 뜻으로 읽어야 한다. 그러면 금전적 보상은 미숙아의 양육을 위한 것이 된다. 그러나 태아에게 해가 있을 때는 “생명에는 생명으로, 눈에는 눈으로, 이에는 이로” 갚아야 한다. 이것은, 생명은 생명으로만 충족될 수 있다는 생명 중시의 정신에서 나온 것으로 파악된다.

레위기의 본문은 “자기 공동체 안에서 해를 입힌 자는 반드시 똑같이 해를 입혀야 한다”(레 24.19)고 규정함으로써 동태가형의 법정신을 더 분명하게 나타내고 있다. 신명기법은 한걸음 더 들어간다. 이곳의 탈리온 규정은 악의 근절에 있다. 좀 더 명확하게 표현하자면 악한 의도의 근절이다(신 19.19,20). 나아가 예수는 산상수훈 가운데서 뭇 사람들의 입에 오르고 있는 탈리온 규정의 보복 개념을 뒤엎으신다. “악에 맞서지 말라”(마 5.39). 이 말씀은 보복으로 돌아가는 행태를 금지한 가르침임이 분명하다. 그는 오히려 왼뺨과 속옷과 배나 되는 동행을 말씀하시면서, 선대(善待)라는 대안을 제시하시는 것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동태가형의 법정신을 이상과 같이 파악한다면, 그것은 “남이 너에게 대해 주기를 원하는 그대로 남을 대하라”(마 7.12)는 황금률의 원칙과 결코 다르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동태가형을 황금률의 법제화로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표현을 앞세워 복수하기에 혈안이 된 이들은 성경의 가르침, 우리 주 하느님의 드넓은 뜻을 알지도 못할 뿐만이 아니라 거역하는 길로 내닫고 있음이 분명하다.

김구(金丘, 한신대 외래교수)

김구(金丘)  fonsjugi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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