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큐메니안이 어느새 10년을 헤아린다니, 지금껏 함께 해 온 분들에게 마음을 다해 말씀드린다. “그 간 참 애쓰셨네요, 고맙습니다.”

어렵고 힘들었을 시간을 견디고 건너 최근에 들어서 지면의 내용과 필진들도 변화가 생겨나고 이렇게 제안하는 글을 기획하는 것도 10년에 즈음한 발전적 모색이라고 믿는다.

에큐메니안은 그동안 진보적 기독교운동과 한국기독교장로회 교단의 활동 그리고 우리 사회의 주요 사건들을 알리는 것을 중심으로 채워졌다.

특히나 요즘처럼 큰 사건들이 이어지고 그것이 진행형일 때는 이 신문사에서는 어떻게 보며 무엇이라 말하는지를 알고자 방문이 잦아지고, 때론 공감을 때론 아쉬움을 갖게도 된다. 아쉽고 미흡하다 여겨지는 대목을 어쩌다 만나도, 넉넉하지 않은 제작환경에서 언론사로 헌신한 선교사 같은 몇몇의 노력과 자기 희생에 기반해서 이루어져 왔거니 하며 받아들이곤 했다. 또한 그것은 우리의 책임이자 거울에 비친 우리의 현실과 다름 아니므로.

그럼에도 ‘10년 식당에 내세울 음식 하나 없어서야 되겠는가’ 하는 아쉬움이 없지 않다.

나는 에큐메니안 신문사가 진심을 늘 간직하는 소박한 맛집이었으면 좋겠다고 바란다. 예전 설악산으로 가는 길목에 한 해를 꼽아 일부러 찾아가던 국수집이 있었는데, 맛이 참 좋았고 시골의 정취가 보태져 늘 손님으로 넘쳐났다. 그렇게 번창을 거듭하더니 어느날 커다란 대형음식점으로 바뀌었고, 자칭 단골의 심기가 옹졸해진다. ‘예전 그 맛이 아니야...’ 하며 다시 찾기를 그쳤다. 오장동 어느 냉면집은 바쁠땐 무김치도 올리지 않고 냉면만 담아 내온다. 그래도 맛나고 즐겁다. 여러 곁반찬이 정성스레 보태지는 게 또 인정이겠으나, 그러한 경영이 소위 성공으로 이어질지언정, 나에게는 소박한 처음의 맛과 정취를 잃지 않는게 더 중하다.

전문 기사(棋士)들에겐 이런 저런 말로 표현되는 기풍이란게 있다. 어떤이는 돌부처 소릴 듣기도 하고, 누구는 얼마나 경쾌하고 멋진지 제비라는 별칭으로 기풍이 드러나기도 한다. 그렇지만 방향, 특징, 성격 등은 일정한 경지의 실력을 갖춘 사람들 회사들 그리고 제품에 해당되는 말이다. 전통을 담아 장마당에서 맛뵈는 국밥은 비록 허름한 부엌에서 내오지만 잊을 수 없는 맛과 세월을 간직한 밥이다. 그렇지만 엉터리같은 좌판 음식을 무엇입네 말하기는 곤란하다. 넓어지고 차림표가 빼곡해지고 반찬 수가 늘어나는 것 보다는 ‘그’ 맛과 인심을 이어가는 그런 밥집 말이다.

나는 이 신문사의 지면과 운동으로 기본과 기초에 충실한 그리스도인과 교회를 만나고, 또 함께 지혜와 땀을 모아 만들어 갔으면 하는 바램을 가진다. 도대체 기독교신앙이란 무엇인가를, 무엇이어야 하는가를 그야말로 기초에서부터 알아가려는 시도들, 그것을 충실하게 이어가려는 교회를 찾아 알리는 것. 아니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정직한 목표를 가지고 나아가는 교회이야기, 현장의 목소리도.

특종과 탁월한 기획으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기 보다는

주님 앞에 드러난 우리의 모습에 놀라고

번성하기 보다는 소박한 소임을 끊임없이 이어가는

변화를 꿈꾸는 자들의 통로이자 쉼터 같은 곳. 에큐메니안.

윤병민(목사/예동교회)

윤병민 목사  y7013@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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