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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관점에서 교종 방한의 의미를 시시각각 전하고 있다. 언론들도 저마다의 관점으로 방점을 달리 찍는 모양이다. 분명한 것은 대통령과 교종이 비교되었고 이 곳 추기경과 그가 달리 보였으며 대형교회 소속 교인들은 자신들 목사와 그가 너무도 이질적으로 여겨졌을 법하다. 주교단을 대상으로 가난한 교회를 역설했던 그의 설교문 한 단락이 통째로 생략된 채 소개된 것은 그의 존재가 정작 신/구교를 막론한 종교집단에 있어 불편한 진실이었음을 증명한다.
세월호 참사가 있던 슬픈 부활절, 그에 대해 침묵했던 다수 대형교회 강단이 교종에 대해 사이비, 이단 운운하며 그 존재의미를 부정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하지만 교종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고통은 결코 중립적일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만류에도 불구하고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달고 모든 미사를 집전했다. 이 땅의 주교들 옷자락에서 정작 노란색이 보이지 않은 것에 견줄 때 너무도 다른 모습이었다.
교종은 팽목항 까지 900Km를 왕복한 두 아버지의 십자가를 본국으로 가져갔다. 이곳에서 만이 아니라 자기 땅에서도 한국의 고통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 그 중 한 아버지는 자식 잃은 고통 속에서도 은총을 경험했다. 세례를 받고 그리스도의 제자가 된 것이다. 자신의 한 맺힌 절규를 노란 봉투 속에 담아 교종에게 전한 광화문 아버지의 야윈 얼굴에서도 스치듯 기쁨이 엿보였다. 자신의 손가락 중 하나를 어린 정박아의 입속에 넣고 한참이나 빨게 했던 모성조차 보였으니 그의 자발적 공감능력에 우리 모두 무릎을 꿇어야 했다.
아시아 청년들에게 전한 메시지, 깨어나 저항하라는 외침은 체제 밖 사유를 가르친 예수정신의 되새김이었다. 체제 안에서 절망치 말고 환상과 저항을 통해 체제 밖, 곧 하느님 나라를 사유하라는 것이다. 시복식의 강론 역시 간단명료했다. 그들의 순교를 기억하며 이 시점에서도 순교자의 삶을 살라는 것이다. 안락한 종교 공동체에 안주하는 것에 만족치 말고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라는 가르침이었다. 제자를 만들지 못하는 교회는 그리스도를 한갓 이념이나 신화로 만드는 것과 다름없다는 본회퍼의 말과 정확히 중첩되었다.
이제 교종은 더 이상 이곳에 없다. 그리고 실상 그는 우리의 난제들을 정치적으로 풀 수 있는 힘을 갖지 못했다. 상상하고 기대하듯 구세주일 수 없는 것이다. 그의 메시지를 가톨릭이란 한 종단의 틀에 제한시킬 이유도 없어 보인다. 우리 모두가 종파를 넘어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공감하며 환호했다면 그의 메시지는 모든 종교 심지어 무신론자들과도 소통할만한 보편성을 함의했던 탓이다. 그럼에도 우선 가톨릭 신자들에게 하고픈 말이 있다. 이처럼 교종을 우리 민족 구성원 모두가 환호했다면 그가 품었던 이 땅의 고통을 잊지 않기 위해서라도 광화문 광장으로 다시 발걸음을 옮겨달라는 부탁이다.
교종은 떠났으나 그가 있듯이 모두들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고 세월호 유족들이 마음 곁으로 달려오라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그가 남긴 사자후, 메시지의 본뜻이었음을 가톨릭 신자들은 기억해야 옳다. 공적인 광화문 광장에서의 가톨릭의 시복식을 이 땅의 종교들은 맘껏 존중하며 지켜보았다. 누가 봐도 시복식의 장소로는 적합지 않았음에도 말이다. 하지만 이후 가톨릭의 모습이 이렇듯 바뀐다면 우리 백성들은 못난 정부의 가톨릭 눈치 보기를 용서할 것이며 이후라도 가톨릭교회를 더욱 사랑하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본 글의 주된 관심은 교종의 교회에 대한 염려에 있다. 제목이 적시하듯 교종은 교회가 달라지지 않는다면 세상 역시 변할 수 없다고 믿었다. 가톨릭교회의 추문이 끊이질 않았던 탓이겠으나 이는 개신교회의 경우도 조금도 덜하지 않았다. 그가 한국 주교들에게 일갈하며 전한 비판적 메시지는 개신교내 다수 대형교회들의 실상에 대한 고발과 같았다. 무엇보다 교회가 일반적인 사회 공동체들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는 것이 첫 번째 지적이었다. 돈의 가치를 앞세워 교회 역시 ‘빌어먹지’ 않고 ‘벌어먹는’ 단체가 되어 버린 탓이다. 성숙 없이 성장한 교회의 실상에 대한 은유적 표현일 것이다.
둘째는 교회가 신비(영적) 차원만을 강조하며 예언의 누룩의 역할을 잊고 있다는 질책이었다. 이는 <영적 파산>을 썼던 신학자 존 캅의 지적과도 유사하다. 개인적인 종교성, 영성에 안주하여 사회적 역할을 잊은 교회를 영적으로 파산된 상태라 일컬은 것이다. 교회의 신비성은 예언자성과 결코 나뉠 수 없다. 세 번째로 교종은 시종일관 가난한 교회가 될 것을 주장했다. 성장과 번영의 유혹에 굴복하여 빈자를 소외시켜 그들 발걸음을 교회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교회를 ‘악마적’이라 하였다. 십일조 못하는 교인을 구원받을 수 없다하며 교인 자격을 박탈하는 교회들을 향한 경종이라 할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가난을 경험했던 교종의 눈에 교회의 복음화는 바로 이런 모습들이었다. 이런 삶을 창조하는 것이 그리스도의 신비한 몸으로서 교회의 현존이었고 세상을 향한 기쁜 소식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그는 교회의 복음화 없이는 세상의 복음화 없다 했으며 그럴수록 복음화 되지 못한 교회와의 선한 싸움을 시작했다. 왜냐면 교종은 교회 복음화에 가장 걸림돌을 사제들이라 여겼던 것이다. 적어도 가톨릭교회에서는 2차 바티칸 공의회 50주년을 맞으면서 이점을 반성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작금의 개신교회들에 있어 목사들 스르로 그리 생각하는 양심적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 모르겠다. 세월호 대 참사, 유족들의 고통이 바로 눈앞인데 성지순례, 선교란 이름으로 집단 외유를 떠나는 성직자를 향한 이들의 눈길이 두렵지 않았다면 그런 자신이 장애물이었음을 숙지할 일이다. 신학자들 역시도 조금도 다르지 않다.
학문한다는 미명으로 현장에 발길 한번 하지 않는 그들에게서 복음의 빛을 기대하기 어렵다. 신학의 언어가 교회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불통되는 이유인 것이다. 교종이 떠나간 자리에 우리들 과제만 가득 쌓여있다. 그가 잠시나마 우리의 희망이었듯 우리 역시 그의 희망이 되어야 할 것이다. 신/구교를 막론한 교회의 할 일이 너무도 많다. 누가 더 가난한 자의 벗이 될 수 있을지, 아니 누가 더 가난하게 될 것인가를 위한 선한 싸움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것은 예수를 믿고 따르는 우리들 자신에게 해당되는 물음이기도 하다. 영생을 구하다가 가진 것 팔아 이웃에게 주라는 말씀 듣고 근심하여 돌아간 사람처럼 되어서는 아니 될 일이다. 우리에게 기도는 이런 일을 감히 할 수 있도록 절실하게 구하는 일이어야 할 것이다. ‘주여 우리의 믿음 없음을 도와주소서.’
지난 며칠 동안 세월호의 고통과 교종의 따뜻한 눈빛이 교차되며 이 땅의 사람들 마음을 부드럽게 변화시켰다. 많은 이들이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는 다른 삶이 이 땅에 펼쳐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거듭 강조하는 바, 이를 위해 사실(fact) 규명은 절대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이것 없이는 한걸음도 나갈 수 없고 한 치도 달라질 수 없다. 한국 교회가 민족의 복음화를 원한다면 이 일부터 앞장서야 할 것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시대의 징조를 포착하는 일에 어둡다면, 자기 영역에만 안주한다면, 고통 하는 이들과의 공감력을 상실한다면 우리들 교회의 미래는 없다. 교회가 공적 힘을 잃고 사적기관으로 변질될 경우 그것은 맛 잃고 버려질 운명에 처해 질것이다. 민족으로부터 버림받기 전에 먼저 그를 품는 넉넉한 도량의 교회가 되기를 준비하길 소망한다. 이에 이 땅의 생명 평화를 꿈꾸는 젊은 목회자들이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작은 교회가 희망이다’란 주제로 아주 소박한 작은 교회 박람회를 계획하고 있다.
신학적, 교파적 차이를 넘어 즉 새로운 에큐메니즘 차원에서 시대에 저항하는 새로운 교회 상을 정립하고자 하는 것이다. 지금껏 알려지지 않았을 뿐 교종께서 전한 소중한 가치를 살아낸 개신교 목회자들이 의외로 많았다. 참으로 고맙고 반갑고 희망적 징조라 할 것이다. 우리 사회와 교회를 향해 토해내는 이들의 사자후(獅子吼), ‘작은 교회가 희망이다’ 에 주목해 줄 것을 부탁한다. 이 화두야 말로 사회의 복음화를 위해 교회의 복음화를 실현시키고자 하는 교종의 언설에 대한 개신교적 응답이다. 가톨릭보다 개신교가 가난한 자들을 위한 교회로 더욱 쉽게 달라 질 충분한 여력이 있다고 확신한다.
이정배 교수(감신대) ljbae@mt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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