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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믿음 그리고 물음>연세신학문고 3
김영호 대표(동연) | 승인 2014.08.21 16:54

연세신학문고 3 <묻지마 믿음 그리고 물음>

아주 열심히 믿는 분과 도저히 못 믿겠다는 분을 위해

   

▲ <묻지마 믿음 그리고 물음> ㅣ지은이: 정재현 ㅣ 쪽 수: 230쪽 ㅣ 정 가: 12,000원 ㅣISBN 978-89-6447-233-0 03200

이 책에서 던지는 물음은 단순하다. ‘묻지 않고 믿는 게 진정한 믿음일까?’ 종교인들이 선교의 방편으로 되풀이 말하는 ‘묻지마 믿음’, 즉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먼저 믿으면 저절로 진리가 눈에 들어온다는 논리에 대해 논리적 비약 없이 그 실체를 해부한다.

오래도록 물음이 금지된 곳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믿음’ 또는 ‘신앙’이라는 자리다. 믿음에 대해서 묻는 것은 곧 의심이요, 의심을 품으면 불신(不信)으로 이어진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보지 않고 믿는 자가 복되다”(요한 20:29)는 성서 말씀을 근거로 맹목적인 믿음이 참된 믿음인 줄 알았고, 사적 편견으로 가득 찬 독단, 교리에 대한 맹신, 제도와 교회 권위에 대한 복종 등을 신앙으로 착각하며 살았다.

‘묻지마 믿음’으로 살다보니, 우리는 어느새 무엇을 믿는지, 믿음이 무엇인지, 누가 믿는지, 왜 믿는지, 어떤 상황에서 어느 때에 믿게 되는지, 어떻게 믿어야 하는지를 성찰할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그래서 하느님이 앉아 계셔야 할 보좌의 자리에 ‘맹목적 자기 확신’을 모시는 신성모독을 행하면서도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몰랐던 것이다. 즉 내가 믿고 싶은 대로(信), 내 마음대로 하느님의 이미지(偶像)를 만들고 그것이 참 하느님인 양 주장하고 강조하고 강요했다.

이 책은 개신교로 대표되는 ‘묻지마 믿음’에 대해, 신성불가침의 영역으로 간주해왔던 그 밀폐의 공간을 철학이라는 순리의 열쇠로 활짝 열어젖힌다. 또한 종교에 관심을 두지 않는 무종교인들이 상실해버린 초월지향성에 대해서도 ‘무조건적 믿음’이라는 화두를 들어 삶의 종교성에 대해 환기한다.

‘묻지마 믿음’은 자기도취적 우상 숭배

어떤 심한 중독에 걸린 이는 그 중독의 치명성을 알면서도 이미 절어버린 몸과 마음으로는 중독에서 헤어 나올 수 없고, 아니 오히려 헤어 나오려는 것을 거부한다. 이 글은 그렇듯 ‘묻지마 믿음’으로 드러나는 병폐적 종교 현실에 대해 치밀한 분석과 예리한 비판을 가하고, 동시에 ‘믿음에 대해 물어야 하는 까닭’에 대해서는 믿음에 대한 비판적 자기성찰을 통해 종교의 존재 이유를 밝힘으로써 종교의 재활 내지는 궁극적으로는 참된 종교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고민하게 한다.

저자는 오늘날의 “탈(脫)종교-반(反)종교-무(無)종교라는 일련의 현상은 왜 일어난 것일까요?”라는 물음을 던지며 이와 같은 답을 한다. “역설적일 것도 없이 당연하게도 그것은 종교 때문입니다. 종교가 인간에게, 사회에서 저질러온 짓거리에 대한 인간과 사회의 반응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자신을 넘어서는 그 무엇을 구하는 본성이 있다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종교들은 유한성 안에서 인간의 욕망을 부추기고, 기어이는 초월지향성마저도 욕망의 극대화로, 다시 말해 인간 욕망의 영원한 실현으로 오도하고 있다. 이는 ‘원초적 종교성’이라는 이름의 욕망이 종교 안에서 저지르는 자가당착적 범죄다. 그래서 회개가 필요하다. 그것도 회개를 부르짖는 종교의, 종교인들의 회개가 선행해야 한다. 뉘우쳐야 고칠 수 있다. 뉘우침이란 다른 말로 하면, 자기성찰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믿음에 대한 물음들의 고리는 믿음이라는 이름으로 또는 불경(不敬)에 대한 두려움으로 또는 인습적 자기정체성의 안정감 때문에 들추어보기 꺼려했던 우리가 지닌 믿음의 실태들을 낱낱이 밝혀주고, 미처 풀지 못한 생각의 갈래들까지 세밀하게 살핀다. 의사가 날카로운 메스로 환부를 도려내듯, 믿음이란 미명하에 곪아터진 종교의 독처(毒處)들을 조목조목 꼬집는다.

맹목적인 ‘묻지마 믿음’이 아닌 ‘무조건적 믿음’

저자는 면밀하게 이어지는 물음들을 통해서 여실한 자기 믿음의 행태를 발견하게 한다. 나아가 우리가 믿고 있는 믿음이 종교의 부추김에 편승한 우리의 욕망을 믿고 있었음을 드러낸다. 결국 종교와 우리는 욕망을 통해 서로를 부추기는 암묵적인 유착을 맺게 되었고, 그 속에서 우리는 인간 유한성에 대한 의식도, 초월에 대한 지향도 상실해버리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는 비단 특정 종교를 믿는 이들에게만 아니라, 오늘날 종교에 관심을 두지 않는 이들에게도 해당한다. ‘이대로 살다가 죽겠다’는 무종교인들 역시 ‘초월지향성’을 상실시킨 퇴락한 종교성에 의해 빚어진 모습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믿음에 대한 물음은 오늘날 종교인, 무종교인을 따로 두지 않는 인간 그 자체에 대한 물음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믿어야 하는가?’ 자기비움과 자기 십자가에 대한 저자의 지론에서 우리가 욕망에서 벗어나고, 욕망을 타자에 대한 책임으로 전환하는 길을 더듬을 수 있다. 저자가 제시하는, 맹목적인 ‘묻지마 믿음’이 맹목성을 떨쳐버릴 수 있는 길은 말없이 신앙의 길을 따르는 ‘무조건적 믿음’이다. 얼핏 보면 비슷해 보이는 이 ‘묻지마 믿음’과 ‘무조건적 믿음’은 큰 차이가 있다. ‘무조건적 믿음’은 바로 자기 삶으로 믿는 것이다. 삶을 살듯이 신앙의 길을 갈 때야, 참된 신앙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다. 결국 저자는 ‘묻지마 믿음’에 대해서는 집요한 물음으로, ‘무조건적인 믿음’에 대해서는 말없는 따름으로 살아가는 것이 종교라는 이름 없이도 오늘 우리가 실천해야 할 참 인간됨의 과제임을 되새긴다.

지은이 소개

정재현

연세대학교 철학과 문학사, 미국 에모리 대학교 신과대학원 MTS, 동 대학  문리대학원 종교학부 Ph.D.를 마쳤다. 이화여자대학교 강사, 성공회대학교 교수 역임하였고, 현재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 교수로 있다. 저서로는 『티끌만도 못한 주제에』, 『신학은 인간학이다』(한국학술진흥재단 지원 우수연구자 학술도서), 『자유가 너희를 진리하게 하리라』(문화관광부 선정 우수교양도서), 『망치로 신-학하기』(대한민국학술원 선정 우수학술도서) 등이 있고, 『언어철학연구』, 『기독교의 즐거움』, 『믿고 알고 알고 믿고』, 『대화를 넘어 서로 배움으로』, 『공공성의 윤리와 평화』 등을 공저했다. 역서로는 닐 오메로드의 『오늘의 신학과 신학자들』, 디오게네스 알렌의 『신학을 이해하기 위한 철학』, 마저리 수하키의 『신성과 다양성』 등이 있다.

김영호 대표(동연)  h-432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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