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대 참사

2014년 4월 16일,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는 안산 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 250명과 일반 승객 200명을 태운 세월호가 인천항을 출발하여 제주도로 가는 중 진도 앞 바다에서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사고는 사태로 참사로 이어졌다. 탐승객 중 294명이 사망하고 10명이 실종하였다. 전 국민이 텔레비전을 통해 생중계되는 가운데 탑승객의 대부분은 차디찬 바다 속으로 가라앉았다. 그리고 130여일이 지났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아직도 4월 16일에서 시계가 멈추어 있다. 난 그날 아침 제주도로 떠났다. 예수살기 주관으로 강정 기도회를 진행하기 위해서이다. 제주 지역 예수살기 준회원들과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에 들어가서야 세월호 참사 소식을 접하였다. 전원 구조라는 말과 주변 상황이 좋아 사고가 났어도 구조될 것이라 여겼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사고는 미궁으로 빠져들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앞으로 4월 16일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질 것이란 말은 과장이 아니다. 그만큼 세월호 참사가 가져다 준 충격은 컸다. 온 국민을 패닉 상태로 몰아갔다.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국민들은 정부의 무능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의문은 커져만 갔다. 

안개가 많아 출항이 어려웠는데도 왜 출항을 강행했는지? 진도 앞 바다에서 거대한 배가 400도 급회전을 했는지? 특공대를 자랑하던 해경은 파고도 없이 잔잔한 바다에서 왜 단 한명도 구출하지 못하였는지? 선장과 선원들은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만 틀어 놓고 왜 자신들만 탈출했는지? 언론들은 왜 일제히 전원 구조라는 오보를 타전했는지? 청와대는 그 긴박한 시간에 무엇을 했는지? ......

세월호는 대한민국의 총체적 부정과 부패, 무능을 드러낸 사건이다. 더 이상 생명보다 물질을 우선하는 문명은 붕괴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위선과 부패가 만연한 문명은 멈추어야 한다는 경고다. 하지만 지금 세월호 참사는 누군가에 의해 지워지고 조작되고 있으며 은폐, 왜곡되고 있다. 

진실게임

자식과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은 넋이 나간 채 슬퍼하다가 제 정신을 차리고 나니 이 사건은 단순한 교통사고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많은 의문은 더 큰 의문으로 부풀려졌다. 삼척동자가 보아도 이건 단순 사고가 아니다. 그 때부터 유족들은 모여 세월호가 우연히 발생한 것이 아니고 오랫동안 누적되고 만연한 부정과 부패, 무능과 위선에서 빚어진 것이며 누군가에 의해 계획된 것임을 감지하게 되었다.

의문점을 해소하고 다시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당위가 생겼다. 자신의 가족들이 왜 죽어야 했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어 시작한 진상규명은 세월호 참사의 핵으로 부상하였다. 하지만 언론의 외면과 무관심, 정부의 방해와 조작, 정치권의 무능과 무책임으로 세월호 참사 진실규명은 진퇴양란에 직면해 있다. 전혀 다른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

정부 기구의 내밀한 조작은 도를 넘어 언론까지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신 유신체제가 도래한 것이라는 말들이 나왔다.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통해 유족들의 여한이 없는 특별법을 만들겠다고 하고 그 약속은 곧바로 실종되었다. 단식 40일이 넘어 생사의 갈림길에 있는 유족이 만나자고 하는데도 외면하고 유족들이 콘크리트바닥에 누워 몇 날을 지새우며 기다려도 외면하는 대통령은 도대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세월호 참사를 보고 있는 것일까? 국민을 그것도 유족들을 이렇게 대해도 되는 것일까? 이것은 세월호 참사보다 더 참담하다. 가면을 쓴 웃음의 실체가 억지로 짜낸 눈물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세월호 참사도 그럴 것이다.

한 유족은 세월호 참사를 통해 두 가지를 깨달았다고 했다. 하나는 자신들이 그 어려운 상황에 있을 때 자신들의 손을 잡아주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다는 사실이다. 세상이 냉랭해도 이렇게 따뜻한 사람들이 많이 있어 희망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이 가짜이고 무엇이 진짜인지 알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놀라운 경험이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의 민낯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그리고 사회의 흉부를 가르는 예리한 칼날로 작동하고 있다. 누가 가짜이고 누가 진짜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인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은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유가족들은 이 초유의 사태 앞에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는 특별법을 구성하자고 요구하였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법체제를 흔들 수 있다는 이유로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변협은 아무 문제없다며 유족들이 원하는 요구사항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충고했다. 드디어 서명운동을 전개하여 400만명이 넘는 국민들이 동참하였고 순례와 삼보일배, 유민아빠의 목숨을 건 단식과 릴레이 단식, 종교인들의 기도 등 다양한 형태로 진화되고 있다. 이제 진실게임은 시작되었다. 누가 가짜인지, 누가 진짜인지 가려낼 것이다. 그 중심에 언론이 있다.

언론의 책무

세월호 참사에서 보여준 언론은 정말 끔찍했다. 정권을 비판하고 거짓을 드러내어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야 할 언론은 철저하게 정부를 옹호하고 지원하는 찌라시로 변하였다. '기자 쓰레기'의 준말인 '기레기'란 말이 나올 정도로 언론은 그 정도에서 벗어나 쓰레기 기사로 도배하였다. 언론의 생명은 진실을 알리는 것이다. 정론직필이라고 했다. 언론인 이영희 선생은 우리가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종교가 아니라 진실이라고 역설했다. 권력과 지배 계층의 부정과 비리를 폭로하고 진실을 밝히는 일은 미룰 수 없는 언론의 책무이다. 지금 세월호 참사 정국을 이렇게 꼬이도록 방치한 것도 알고 보면 살아 있는 언론이 없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종편 신설은 치명적이다. 척결해야 할 쓰레기 언론들을 양산하여 진실을 호도하고 거짓이 난무하도록 방치하였다. 하루 종일 종편만 듣다보면 그렇게 생각하게 된다고 한다. 

요즘 공중파가 붕괴되어 정권의 하수인이 되다보니 그나마 종편 중에 한 방송의 뉴스가 신임을 얻고 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정성 있는 보도가 국민들의 마음을 얻고 있는 것이다. 그 방송은 세월호 참사 이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참사 이후 소식을 전하고 있다. 아주 심도 있게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나마 다행이다. 하늘이 돕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1990년 후반 지역 운동을 할 때 신문을 만들어 발행인을 한 적이 있다. 물론 당시 난 지역의 유력 신문에 매주 칼럼을 써 댔다. 그 인연으로 신문의 중요성을 알게 되어 어떤 방식으로 우리의 생각과 희망을 퍼 날라줄 신문이 절실했다. 재력가의 도움으로 신문이 만들어졌고 정말 좋은 신문이었다. 하지만 언론인들의 곤조로 오래 가지 못하였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2014년 5월, 난 한 인터넷 신문의 발행인이 되었다. [세마갈노]가 그것이다. 세마갈노는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몇 분이 생태문제, 대안문명, 대안사회를 희망하며 3년간 운영해온 신문이다. 글님들과 글의 내용이 참신하고 진실하다. 아직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내용을 더욱 충실히 다듬어 내 놓으면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본다. 사실 나는 전문 언론인이 아니기에 에큐메니안에 대한 견해를 밝히는 것은 부적절하다. 다만 몇 가지를 부탁해보면 어떨까.

진정성 그리고 예언자

언론의 생명은 진정성이라고 본다. 에큐메니안이 진정성 있는 신문이면 좋겠다. 진정성은 깊이 공감하고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내는 힘이다. 언론만이 아니라 사회운동도 종교도 진정성이 생명이다. 사실에 입각한 진실보도로 나아가야 한다. 이것은 타협의 여지가 없다. 저널리즘의 중심적 기반이다. 우리 사회의 불행은 진실을 그 중심에 둔 언론을 갖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구약시대 진정성을 가지고 하늘의 소리, 시대의 명령, 양심의 소리를 전했던 분들이 예언자였다. 그 예언자들은 시대 시대마다 나타나 전혀 새로운 길을 제시하였다. 길들여져 있는 사람들에게 예언자는 걸림돌이 되었지만 길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새 길이 되었다. 예수가 역사의 무대로 나아와 ‘우리는 로마의 식민지 노예가 아니라 하나님의 자유인’이라고 선언했을 때 갈릴리 민중들은 하늘을 가진 듯 기뻤다. 그것이 얼마나 큰 희생을 담보하는지 알고 나서도 그들은 그것을 붙들고 기뻐하였다. 이것이 기독교의 시작이다. 얼마나 감동적인가.

왜 진정성이 중요하냐하면 이 시대를 좌지우지하는 것이 부패한 권력과 재벌이기 때문이다. 부패는 암처럼 자신도 자신이 붙어 있는 숙주도 망하게 함으로 전체를 죽음으로 몰아간다. 그러기에 부패를 척결하는 일은 이 시대 예언자의 사명이다. 그것이 언론이라고 본다. 그러니 에큐메니안은 이 시대의 예언자이다.

예언자는 하늘의 소리만 믿고 하늘의 소리만 듣고 하늘의 소리만 전한다. 타협하지 않는다. 하늘의 소리를 전하다가 죽어도 그 소리만 외친다. 외롭고 험난한 길이다. 하지만 죽어가는 영혼을 일깨워 새로운 시대의 예언자로 세우는 놀라운 길이다. 사회변혁의 주체로 세우는 혁명적인 일이다.

예언자는 하늘의 소리에 귀를 기우리지만 시대의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결국 민초들의 탄식과 울부짖음에서 하늘의 소리를 경청한다. 듣지 않고 어떻게 소리칠 수 있단 말인가. 이 시대 민중들 앞에 무릎을 꿇자. 그들의 탄식을 듣고 눈물을 보자. 한 번 발간하고 없어져도 시대의 예언자라는 결기로 신문을 만들면 어떨까. 아마도 에큐메니안은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든다.

요즘 난 페이스북에 자주 글을 올린다. 하루에 한 건은 꼭 올린다. 제법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함께 한다. 어느 모임에서, 어디 길을 가다가도 인사하며 다가오는 분들이 가끔 있다. 페이스북 친구라고 했다. 처음엔 어색하기도 하였지만 지금은 친근감이 발동한다. 이제 개인 언론으로 인해 전문 언론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대의 양심인 언론이 제 자리를 잡고 있을 때 세상은 희망을 노래할 수 있지 않을까? 사회변혁의 가장 큰 걸림돌이 수구보수적인 교회라 들었다. 이미 물량주의에 포로가 되어 있고 거짓 복음으로 점철되었다. 사회 부조리의 온상이며 적폐의 근원이기도 하다. 분단 프레임으로 조장된 좌빨, 종북주의 비방의 근원지도 교회라고 들었다.

세월호 참사 유족들에게 행패를부리는 사람들의 다수가 수구보수적 기독교인이라 들었다. 그들은 대부분 친일과 숭미주의자들이기도 하다. 이는 개혁의 대상이 아니고 척결의 대상인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교회 개혁에도 깊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이는 새로운 교회운동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앞으론 새로운 교회운동, 새로운 교단운동, 새로운 종단 운동이 생기게 될 것으로 보인다. 더 이상 지금의 교회 틀로는 새로운 에너지를 담을 수 없다. 이제 그 희망을 에큐메니안이 노래했으면 좋겠다.

영성과 대응, 그리고 대안

영성적 기반은 기독교의 중심이다. 기도와 예배를 통한 내면적 영성운동과 현실 참여를 통한 실천적 영성운동은 기독교 신앙의 중심이다. 아울러 현실 현안에 대한 기독교적 대응이 절실하다. 이에 대한 관심과 대응운동을 적시하고 새로운 대안교회, 대안사회를 구성하고 그 비전을 제시하는 일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 길에 에큐메니안이 있다. 밑에서 기독교를 세워가는 사회선교운동단체들의 주장과 행동을 직시하고 알리자.

너희가 소리치지 않으면 돌들이 일어나 소리칠 것이라는 주님의 말씀은 오늘도 유용하다. 에큐메니안이 소리치지 않으면 돌들이 일어나 소리칠 것이다. 지금 돌들이 일어나는 소리가 들린다. 평화      

양재성목사 (예수살기 총무, 가재울녹색교회 담임목사, 기독교환경운동연대 공동대표, 세마갈노 발행인)

양재성 목사  hfmc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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