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이 글을 쓰게 된 건 마치 하늘에서 하나님의 은총이 내리듯 순전히 값없이 주어진 선물이었습니다. 윤모 목사님께서 세월호 관련 집회에서 “에큐메니안에 바란다!”라는 주제로 글을 부탁하신 겁니다. 그것도 3일 전에 말이죠... 띠로리~~

그래서 평소 좋아하는 예능프로그램과 에큐메니안의 상관관계(??) 에 대해 설명하는 것으로 맡은바 소임을 다해 보려합니다.

전 TV를 거의 시청하지 않는 사람 중에 한 사람입니다. 집에 TV가 없어서 그런 것은 절대 아닙니다. 그렇다고 TV 안보고 책을 보기에 그런 것도 아닙니다. 그저 아침에 출근하면 빠르면 8시, 늦으면 아침 일찍 퇴근하는 것이 그 이유일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봐야만 하는 TV 프로그램은 다운로드를 통해 시청하곤 하는데요.

오래된 무도빠(무한도전 열혈팬)이기에 <무한도전>은 빠짐없이 섭렵하고 있습니다. 두 번, 세 번 정도 다시보기를 하는데요, 그만큼 정시청 해줘야 깨알 같은 웃음과 천재 꽃미남 김태호 PD님의 숨겨져 있는 코드들을 찾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게 사람들은 <무한도전>에 열광하거나 싫어합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렇게 엇갈린 입장이 나오기도 쉽지는 않을 것인데요. 이는 예능 프로그램이 가진 치명적인 약점이 되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무엇이 <무한도전>이 약 7년의 시간을 버티게 한 힘이 될 수 있는 것일까? 예능 진행의 1인자 유재석 때문일까? 대한민국 평균이하 6명의 남자들이 펼치는 무모한 행동인가? 천재 PD 김태호의 능력인가? 어떤 프로그램도 따라올 수 없는 <무한도전>만의 색깔, 저는 그 이유를 조금 다른 곳에서 찾아보고자 합니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권경우씨(문화평론가)도 이야기 하였지만 “정치적 무의식의 생산”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무한도전>이 정치적 이슈를 몰고 다니기 시작한 것은 아마 2008년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촛불 집회’ 즈음이 아닌가 합니다.

상당히 정치적인 내용들을 프로그램에 등장시키기 시작하였는데요. 그래서 보수진영에서는 ‘좌빨’(좌파 빨갱이) 명찰을 달아 주기도 하였습니다. 추측하건데 그래서 언론과 정부의 MBC 죽이기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이대로 물러날 <무한도전>이 아닙니다. 그랬다면 지금의 마니아 층 구성은 어려웠을 것입니다.

<무한도전>은 현직 대통령을 희화화하는 것도 서슴치 않았습니다. 일반적인 예능 프로그램들은 시청률이 가장 중요한 요소일 것입니다. 즉, 대중성이 가장 핵심적인 가치인 것이지요. 하지만 <무한도전>은 이러한 룰에 따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그렇기에 열혈 팬들과 열혈 폐지 안티 팬들을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위와 같이 노골적으로 정치적 색깔이 들어간 기획이 있기도 하였지만 감추어져 있는 기획들도 존재합니다. 남산과 동대문 주변을 배경으로 한 ‘여드름 브레이크’ 특집에서는 재개발 과정에서 벌어지는 강제철거의 모습들을 곳곳에 배치하여 기획의도를 찾고 추리 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공개적으로 밝히는 방식이 아닌 시청자가 하나 하나 직접 찾아보며 그 의미를  알도록 한다는 것이 매우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마치 시청자와 대화하듯 말이지요.

▲ 여드름 브레이크 편

<무한도전>은 우리 삶의 정치적인 이야기들을(물론 세상에 정치적이지 않은 것은 없다. 우리가 즐겨 마시는 커피도 정치적 행위이다. 왜냐고? 궁금한가? 그렇다면 사이토 다카시의『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가진 힘』을 보라. 자세히 설명해 줄 것이다) 기획의 요소로 사용해왔습니다. 그래서 우리네 삶의 문제들을 끊임없이 제기해왔습니다. 이는 어떻게 보면 정치적인 것들을 프로그램의 중요한 요소로 삼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 자제가 실제로 그러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반증인 것입니다. 이것이 요즘 그렇게 말하는 진짜 “리얼 버라이어티”인 것입니다.

한 가지 매우 중요한 사실은 이러한 모든 이야기들은 출연자들의 입을 통해 전해지지 않는 다는 점이다. 유재석을 비롯한 다른 멤버들도 자신이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결과가 생길지 알지 못한다. 그저 자신의 위치에서 열심히 무모한 도전, 즉 개고생을 할 뿐이다.

<무한도전>의 ‘연말정산 뒤끝 공제 특집’에서 강명석씨는(문화평론가) 한국 예능을 시기적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며, “무한도전 이전과 무한도전 이후”라고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무한도전> 이후 생겨난 프로그램들을 보자. <1박2일>이나 <패밀리가 떴다> 같은 프로그램들은 ‘야생’이니 ‘리얼’을 표방하며 정형화된 틀에서 대중성 획득은 이루었는지 몰라도, <무한도전>이 가진 진짜 ‘야생’, ‘리얼’을 획득하진 못했습니다. 뭐랄까 동물원의 ‘야생’이란 느낌인데요. 이런 부분에 대해 문화평론가 권경우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 프로그램에서 보여 주고자 하는 ‘리얼’은 현실과는 상관없는 망각의 장치이다. 자신이 처해 있는 현실로 밀고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현실을 잊게 만든다.”

그는 위와 같은 말을 하며, 예능 프로그램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20대 청년 세대의 경우, ‘88만원 세대’라는 단어가 표방하듯 미취업이나 백수, 실업, 비정규직, 직장 내 차별, 세대 간 경쟁, 세대 내 경쟁 등 다양한 현실이 있지만 그러한 문제들이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는 ‘리얼’ 바깥에 존재하는 것들이라 말합니다.

예를 들어 <1박2일>에서 보여주었던 ‘외국인 근로자 특집’은 우리 사회의 모순을 다루는 소재로서 그 자체로 감동을 잘 전했지만, 외국인 노동자들이 겪는 차별과 편견, 경제적이고도 비 인권적 행태들은 전하지 않았습니다. 특집의 이름에서도 밝히듯이 ‘노동자’를 ‘근로자’로 표현하는 것도 이러한 문제를 피해가는 방편이라 느껴지기도 하는 대목입니다.

혹자는 아무 생각 없이 즐길 수 있는 것이 예능 프로그램이 가진 역할이라 말 할 수 있겠지마, 문제는 예능 프로그램이 자신이 속한 현실 세계의 문제들을 회피할 수 있는 도구로 사용되고, 망각할 수 있는 역할을 감당한다는 것이 문제인 것입니다.

이야기의 시작에서 미리 밝혔듯이 <무한도전>만이 가진 독특한 색깔은 “정치적 무의식의 생산”일 것입니다. 지금의 대중문화는 대중 매체가 ‘존재를 배반하는 의식’을 형성시키고 주입시키는 시대로까지 발전하였습니다. 그렇기에 대중의 무의식은 매우 중요한 투쟁 현장이 되어 버렸습니다. 무의식은 생산되기도 하고 구성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개인적이기도 하지만 집단적으로 구성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특정 시대의 특징에 따른 집단성이야말로 무의식의 가장 중요한 재료가 되는데. 무의식이 한순간에 구성된 것이 아닌 것처럼, 그것의 변화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늘 이야기 하는 것이지만, 진보가 느리고 어려운 까닭이 이 때문이며, 진보가 불편한 까닭도 이 때문입니다. 사회구성원의 의식을 바꾸는 만큼 진보하는 것이기 때문에 느리고 어려운 것이며, 고집하는 의식을 바꾸기 위해 끊임없이 모색하고 노력해야 하기 때문에 불편한 것입니다.

제가 <무한도전>이라는 특정 프로그램에 대해 이야기를 하였지만, <무한도전>대신 <에큐메니안>을 대입하여 읽어보길 권합니다. 그렇게 읽었을 때, 에큐메니안을 위한 몇 가지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생길 것이라 생각합니다.

평소 에큐메니안을 즐겨보며 사랑하는 독자로서 몇 마디 부탁의 말을 전하려합니다.

하나, 언론이 가진 그 리얼함을 잃지 않았으면 합니다. 거침없는 필봉으로 야생의 리얼함을 전해주기를 바랍니다.

둘, 바라기는 이미 그렇게 잘 하고 있지만, 더디고 불편하더라도 진실을 찾는 길에서 지치지 않기를, 힘을 내기를 바랍니다.

셋, 그저 빠른 소식만을 전하는 것이 아닌, 기독교가 가진 매우 소중하고 중요한 가치들을 담아내는 기사들을 알려주길 바랍니다.

언제나 역사는 앞을 내다보고, 사소한 일에도 날카로운 이성과 세심한 감성으로 준비하는 자들의 몫이었습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간 지난 10년의 시간들이었지만, 그간 에큐메니안을 통해 우리가 보고 느끼고 경험한 것들은 결코 작지 않고, 어느 것 하나 허투루 할 수 없는 것들이었음을 고백합니다. 앞으로도 더욱 정진해 나갈 에큐메니안에 무한한 응원을 보냅니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오늘도 다함께 열손가락에 꽃을 피우자. 에큐메니안, 무한히 도전합시다. 무한~ 도전!!!

한세욱 총무(EYCK)  calme10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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