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지는 사람을 위해
길바닥에 머리를 숙이고 절을
길바닥에 절을 하고 순간
아이가 다시 살아오리라는 착각
껌 딱지 모래 사금파리 담배공초 휴지조각
쓸모없는 것들이 움직이며 살아난다

수많은 흔적이 찍힌 신발자국에 불이 튀었다
아이들의 죽음을 믿을 수 없어
단식하며 딸의 이름을 부르자
뼈는 가루로 흙이 되고 먼지가 되어
불티처럼 날아갔다

뜨거운 생명들이 살겠다고 문고리를 붙들고
배안에서 창을 통해 구조를 기다리며
살려달라고 하나님께 간절히 빌었다
그런데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고
잔잔한 바다를 통해 햇빛 한줌 목을
천천히 조였고 구조대는 오지 않았다
 

가난한 아이들의 빛나는 꿈은 사라졌고
프란치스코 교종의 목걸이 흔들리자
아버지의 아이가 걸어왔다
사탄의 앞잡이들 검은손을 내밀었다
어머니의 울부짖음 하늘에 들리고
바다는 잠잠한데 망할 것들이
살아 돌아오려는 아이들을 보고도
처참하게 수장시켜버렸다
붉은 십자가는 껌 딱지였다
 

김창규 목사  gyu33@hanmail.net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