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팽목항으로 출발하는 버스가 종로5가에서 출발한 것은 오전7시, 목회자를 비롯한 기독교인 30여명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 및 실종자 구조를 염원하는 기도회’를 갖기 위해 12일(금) 버스에 올랐다.

▲ 12일(금) 오후2시 진도 팽목항에서 개신교 30여명은 세월호 참사 기도회를 진행했다. ⓒ에큐메니안 고수봉

팽목항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10명의 실종자 가족들을 지원하고 있는 진도교회연합회 봉사 부스에 둘러본 후, 점점 더 적막해져 가는 팽목항 인근을 둘러보았다. 당초 계획으로는 실종자 가족들을 만나 현장의 상황과 이야기를 들을 예정이었지만 가족들은 거절했다고 한다. 사고 6개월째에 접어들면서 누군가를 만나기 힘든 상황이라고 한다.

기도회는 오후2시, 실종자들이 돌아오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리던 팽목항 등대 앞에서 진행됐다.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영혼을 기다리는 팽목항의 붉은 등대도 여전히 노란 리본을 달고 있었다.

예배에서 NCCK 세월호 참사 대책위원장 이승열 목사는 “정의의 개념은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피조물의 생명, 생태계, 우주적인 질서의 핵심적인 개념으로 모두가 지켜야할 하나님의 법”이라고 설교하면서, “정의에는 차별이 없으며, 가난하고, 힘없고, 가진 것이 없는 약자들을 사랑하는 하나님의 은총과 배려로 나타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세상에서는 힘을 가진 사람들이 정의를 마음대로 좌지우지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심판하시는 하나님께서 정의를 끝내 드러내실 것”이라고 위로했다.

▲ 말씀을 전한 이승열 목사는 "세월호에도 정의로운 재판이 있어야 한다"며 아모스서의 말씀을 전했다. ⓒ에큐메니안 고수봉

아모스서를 인용한 이 목사는 “성문에서 정의를 세우라는 말은 의로운 재판을 말한다. 우리는 정의로운 사회를 이룰 것인가, 악을 행하며 사는 사회로 전락할 것인가의 기로에 있다.”며 “끝까지 (세월호 희생자들과) 함께할 자신이 있는지 다시 한번 우리를 돌아보고 다짐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성만찬을 함께 나눈 후, 참가자들은 세월호 참사를 당한 희생자들과 유가족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함께 중보기도를 올렸다. 기도에는 NCCK 세월호 참사 대책위 서기 박병권 목사, 대한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 김대술 신부, 기장 정의평화선교부 배성진 간사가 나섰다.

김대술 신부는 “거짓과 바벨탑, 욕망의 사람들에 의해 자행된 엄청난 사건을 보면서도 살아야 하는 일에 몹시도 애쓰고 있는 우리를 용서해 달라”며 회개한 후, “겁에 질린 제자들의 아우성을 듣고 오신 주님께서 10명의 영혼을 하루 속히 우리 가슴에 안겨주시길” 기도했다.

▲ 진도 체육관에 들른 참가자들은 세월호 가족들을 만날 수 없었다. 체육관 주변에 마련된 개신교 봉사 천마에서 잠시 기도의 시간을 가지고 있다. ⓒ에큐메니안 고수봉

2부 증언의 시간에서는 진도신진교회 조원식 목사가 팽목항 현장의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16일 사고가 난 후, 지금까지 세월호 가족들을 지원하는 봉사를 담당하고 있다.

조 목사는 “진도 군청에서 세월호 사고를 들었고, 모두 구조해 교회연합회에서 도울 일이 없다는 말까지 들었다. 하지만 상황은 급변했다.”며, “사고 다음날 찾은 팽목항에는 가족들의 분노와 아픔, 눈물, 고함으로 가득했다.”고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그 이후 거의 매일 팽목항에서 봉사하며 가족들을 지켜본 그는 “처음 가족들은 구조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에 시신이 나오지 않는 것에 안도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시신이 나오는 것에 감사하게 됐다.”며 적막한 팽목항을 아직도 가득 채우고 있는 슬픔과 절망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장에 가족들과 6개월째 있으면서 느끼는 것은 세월호 가족들의 상황을 국민들이 너무 모르고 있다는 것”이라며, 언론과 소문에 의존해 세월호를 말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전했다.

기도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아직도 실종자를 기다리는 가족들의 거처인 진도체육관으로 이동해 잠시 기도의 시간을 가졌다. 이제 실종자 10명밖에 남지 않은 터라 봉사단체도 적을 수밖에 없지만 처음과 달리 잊혀 가는 세월호의 모습을 보는 것처럼 주변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참가자들은 체육관 주변을 둘러본 후, 버스에 올라 긴 서울길로 발길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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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개월째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을 위해 봉사를 하고 있는 조원식 목사가 참가자들에게 현장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에큐메니안 고수봉     ▲ 팽목항 기도회에 참석하기 위해 참가자들은 이른 아침부터 서울에서 출발했다. ⓒ에큐메니안 고수봉     ▲ 기도회에는 30여명의 개신교인들이 참가했고, 팽목항에 도착한 사람들은 조용히 인근을 둘러보았다. ⓒ에큐메니안 고수봉     ▲ 아직 10명의 실종자들이 있는 팽목항, 맑은 소리를 내며 풍경이 울리고, 그들이 돌아오길 기원해 본다. ⓒ에큐메니안 고수봉     ▲ 세월호 참사의 아픔이 치유되길 바라며, 다시 예수님의 사랑을 생각하는 성만찬을 함께 나누고 있다. ⓒ에큐메니안 고수봉     ▲ 참가자들은 각자 마음을 담은 엽서를 '하늘나라 우체통'에 넣었다. ⓒ에큐메니안 고수봉     ▲ 진도 체육관에는 아직도 10명의 영혼을 기다리는 슬픈 가족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에큐메니안 고수봉

 

고수봉 기자  gogo99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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