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성장, 탈성직, 탈성별의 가치를 내세우며, 한국교회의 대안을 이야기하고자 했던 ‘생명평화를 일구는 작은교회 박람회’가 내달 11일로 다가오면서 박람회 준비위는 지난 16일(화) 감신대에서는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 작은 교회론 심포지엄은 생명평화마당 공동대표 김정숙 교수(감신대)의 사회로 진행됐다.ⓒ에큐메니안 고수봉 기자

심포지엄은 세월호 이후의 변화된 사회에서 ‘작은교회’가 제시할 수 있는 교회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그것은 ‘작은교회’가 공동체를 꾸려가는 일상의 모습을 보여주는 일로 세 교회(동네작은교회, 새롬교회, 섬돌향린교회)가 소개됐다.

교회가 20명? 예수도 그랬다.

▲ 김종일 목사

먼저 동네작은교회 김종일 목사는 20명을 최대 교인으로 보고, 공동체를 지속적으로 분립해 나간 교회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외국에 있을 당시 만나는 학생들에게 교회를 물어보면 크고 유명한 교회가 아니면 동네 작은 교회를 다녔다고 말한다.”며 교회 이름을 짓게된 경위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생존률 2%’에 불과한 개척교회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개척자금 5억과 신도시라고 들었지만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잘 짜여진 시스템 안에서 돌아가는 교회는 기계적이라 생각했고, 유기적인 공동체를 지향하면서 20명으로 하는 공동체를 계획했다.

김 목사는 “(교회를) 기계처럼 돌아가는 조직으로 만들 것인가 정과 사랑, 소통이 있는 작은 공동체를 지향할 것인가? 예수의 가르침으로는 작은 공동체가 답이었다.”며 “초대교회는 큰 건물에서 모이는 교회보다는 가정이나 일터에서 모이는 작은, 유기적인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20명의 소그룹이 교회공동체가 되고, 한 명의 리더가 새로운 공동체로 분립시키는 과정은 그리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고 한다. 그는 “분립해 나가는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는 우리 내부에 있다”며 “우리들은 집단화, 거대화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에 분립하는 과정에서 떠나는 교인들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어려운 과정에서 첫 소그룹이 독립하기까지는 2년의 시간이 걸렸다. 처음에는 교회의 소그룹을 세우고, 차츰 예배를 분리시켜 나갔다. 예배가 완전히 독립적인 형태로 분리되면, 재정을 분리해 하나의 교회 공동체가 생겨난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지금까지 분립한 공동체가 5개, 모두 지역과 마을에서 탈북민, 해외선교, 교려인 후원, 판자촌 등 사회선교를 감당하고 있다.

끝으로 그는 “큰일을 하기 위해서는 큰 교회에 가야 한다고 하지만, 예수님도 스스로 십자가의 길을 갔다.”며 “생존하는 것이 어렵지만 생명력 있는 공동체가 되기 위해 몸부림칠 때, 하나님 나라가 더 분명하게 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마을을 살리는 작은교회의 생명망 짜기

▲ 이원돈 목사

다음으로 소개된 교회는 이원돈 목사가 활동하고 있는 새롬교회이다. 부천시 약대동에 위치한 새롬교회는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작은교회의 모습을 전했다.

새롬교회는 28년 동안 지역에서 일구어온 선교의 경험을 토대로 이웃과 타자, 소수자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드러나는 곳을 마을로 보고, 마을에서 복지, 교육, 문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인식을 기반으로 교회는 지역단체와 연대해 가족도서관, 협동조합, 마을극단, 영화제, 여름마을학교 등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 목사는 “목회는 교회에 모인 회중만이 아닌 마을 공동체 사람들을 교유로 보고 함께 목회해 가야한다.”며 “다양하고 역동적인 은사가 있어야 하는 교회가 숫자나 크기에서 해방될 때 마을과 그 생태계가 보인다.”고 전했다.

지역에서 복지, 교육, 문화 생태계를 만드는 과정에서 주목할 것은 청년들이 마을을 위해서 모이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젊은 사람들이 ‘꼽사리 영화제’를 제안했고, 이를 기반으로 방송국, 청년 아카데미, 마을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 등에서 청년들이 일하기 시작했다. 이런 청년들은 새로운 흐름을 다시 만들어 낸다고 한다.

이 목사는 “교회의 핵심적인 기능은 생명망을 짜주는 것, 큰 교회는 풍부한 인적, 물적 기반으로 교회가 모든 것을 소화하려 하지만, 작은교회는 지역사회와 네트워크가 자연스럽다.”며 “교회가 자폐화 되지 않고 훨씬 역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새롬교회는 이제 새로운 영역에 눈을 돌리고 있다. 그것은 교회가 사회복지와 차별된 것을 ‘영적 돌봄망’으로 보고, 교회가 가지고 있는 목회적 돌봄의 방법을 지역사회와 연결해 가고 있다. 지역에 어려운 이웃을 목회자, 권사, 지역 일꾼들이 모여 ‘심방’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대형교회 모델을 이끌어 왔던 수정교회가 파산하고, 젊은 사람들을 비롯해 이제 중년층까지 교회에서 탈출하기 시작했다.”며 “탈성장 시대, 교회를 벗어나 떠도는 가나안 성도가 많아진 지금 다양한 은사가 역동적으로 작용하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사회참여 선교공동체 섬돌향린

▲ 임보라 목사

향린교회는 대표적인 사회참여적 교회로 꼽힌다. 그 이면에는 향린공동체를 세운 안병무 박사의 민중신학이 깊게 깔려 있다. 2013년 1월 7일, 나눔과 세움 예배를 통해서 분가한 섬돌향린교회 역시 사회 참여적이고 선교지향적인 교회를 꿈꾼다.

임보라 목사는 섬돌향린교회로 분가하는 과정에 대해 “향린공동체의 창립멤버였던 안병무 박사는 대교회주의를 계속 비판해 왔지만, 쉽지는 않았다.”며 “작아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고, 목회자 중심에서 벗어나 교인들 중심의 분가를 계획하다 보니 토론과 합의의 시간이 매우 길었다.”고 전했다.

섬돌향린의 분가는 2006년 분가선교연구위원회에서 시작해 햇수로만 8년의 시간이 걸렸다. 향린교회 안에서 분가에 대한 정의, 목표, 분가될 교회의 지향까지 다양한 토론들이 이어졌고, 분가를 희망하는 교인들이 매일 금식하며 기도학도 했다. 매달 1박2일로 모여 교회의 상과 내용, 지향의 우선순위 등을 정하는 조율과정을 오래 거친 것이다.

임 목사는 “교회 안에서 수평적인 소통이 가능해 지기 위해서는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교회 속에서 하나의 샘줄기를 틔울 수 있는 것이 여성신학이라고 생각했다.”며 섬돌향린이 시도하고 있는 원탁형 목회, 대화의 목회, 개방성을 지향하는 목회, 대안적 공간을 위한 목회 등을 소개했다.

그 중 하나로 섬돌향린교회는 민간 인권단체인 ‘인권중심 사람’과 함께 건물을 공유하고 있다. 이에 대해 그녀는 “인권중심 사람 ‘안에’ 섬돌향린이 있다는 것은 교회가 시민사회단체의 활동에 대한 지지와 연대를 표하는 상징성, 지역과 사회와 소통하고자 하는 몸짓이 담겨 있다.”고 전했다.

▲ ⓒ에큐메니안 고수봉 기자

세 교회의 이야기를 들은 심포지엄 청중들은 독특한 작은교회에 대한 질의와 응답, 작은교회론에 대한 의견들을 함께 나눴다.

한편, 2회를 맞는 ‘작은교회 박람회’는 세월호 이후 대안적 교회의 모델로 ‘생명평화교회’를 내세우며, 11일(토) 오전10시부터 5시까지 감신대에서 개최된다. 참가하는 교회들은 각 부스에서 교회의 특징과 이념, 활동 등을 소개하고, 성서연구, 영성수련, 예배, 지역운동, 건물없는 교회 등 다양한 주제에 맞게 토론을 벌인다.

고수봉 기자  gogo99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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