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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는 앞으로 5회에 걸쳐 강성영 교수(한신대, 윤리학)의 <디트리히 본회퍼의 삶과 신학>을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연재 합니다. ①유년시절과 자아확립 |
시작하는 말
내년은 본회퍼가 나치에 처형 된지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그리스도의 증인으로서 시대의 고통에 무감각하지 않고 타자를 위해 헌신하는 삶을 살았던 본회퍼를 통해 우리는 오늘 한국교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이 글은 그의 생애에 대한 간략한 스케치이다.
본회퍼에게 있어서 전기(伝記)와 신학(神學)은 통일성을 이루고 있다. 이 말은 그의 삶과 신학은 사고의 행위(Denkakt)와 삶의 행위(Lebensakt)가 불일치하거나 단속적으로 발전 된 것이 아니라 서로 연속적인 상관관계를 가지며 전개되었다. 다시 말하면 그의 신학은 현실의 경험에서 방향과 추진력을 얻었으며 그의 경험은 신학으로 인해 예비 되고 추체험되었다. 본회퍼에게 있어서 인식(사고)과 행동의 일치는 그의 신학이 결코 형이상학적 개념과 난해한 논리로 채워진 추상적인 언어의 유희가 아니라 현실(Wirklichkeit)과 실천(Praxis)의 순환고리를 잇는 실천적 해석학이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본회퍼가 그의 결코 길지 않은 단편적 삶에 남긴 신학적 노작들은 하나의 통전적인 목표를 지향하는데, 그것은 곧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일어난 하나님의 현실과 세상의 현실의 통일을 인식하고, 기독교를 신앙과 삶의 괴리를 극복하는 실천적 종교가 되도록 갱신하려는 것이다. 그는 자유주의 전통의 베를린 대학의 스승들(아돌프 폰 하르낙, 라인홀드 제베르그, 칼 홀)이 단지 기독교를 이해의 종교로 환치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했다. 본회퍼의 삶과 신학은 기독교를 현실의 종교로 인식하고 기독교인의 책임적인 삶은 현실에 적합한 사고와 행동으로 나타나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런 점에서 칼 프리드리히 폰 바이체커(Karl Friedrich von Weizäcker)는 본회퍼의 일생을 “현실로의 여행”(Eine Reise nach Wirklichkeit)으로 표현한다.
우리가 본회퍼의 신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전기적인 지식을 기초로 하고, 그의 생애 속에 일어났던 동시대의 사건들과 정치적인 문제들을 주목해야 한다.
1. 출생, 집안과 사회적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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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본회퍼의 부모. 어머니 파울라(Paula)와 아버지 칼 본회퍼(Karl Bonhoeffer) | ||
본회퍼는 전후 독일의 고통 속에서 자랐으나, 어머니의 종교적 영향아래서 정서적 안정을 누리고 특히 유복한 집안의 피아노를 잘 치는 소년이었다. 그의 맏형 칼 프리드리히(Karl Friedrich, 1899-1957)은 물리학자였고, 둘째 형 발터(Walter)는 1차 세계대전 중 전사하였다. 셋째 형 클라우스(Klaus, 1901-1945)는 법률가였으나 나치에 의해 처형되었다. 두 누이 우줄라(Ursula)와 크리스틴네(Christine)의 남편 역시 모두 교수들이었다. 그와 함께 체포되고 처형당한 그의 매부 한스 폰 도나니(Hans von Dohnanyi)는 유명한 법률가였고, 쌍둥이 동생 사비네(Sabine)의 남편 게르하르트 라이브홀츠(Gerhard Leibholtz)는 유태계 교수로 1938년 9월 본격적인 히틀러의 유대인 박해를 피해 런던으로 망명했고 전후 귀국하여 헌법재판소의 판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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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왼쪽) 유아기 본회퍼 ㅣ (가운데) 쌍둥이 여동생 사비네(오른쪽)와 함께 ㅣ (오른쪽) 1917년 본회퍼(11살) | ||
본회퍼의 경우는 정신적으로 인간 이성의 자유를 신봉한, 세계를 향해 개방적인 태도를 취한 부르주아세계의 정신적 유산을 물려받았으며, 한편 이것은 그가 감옥에서 쓴 희곡(Dramen aus Tegel)의 프롤레타리아트의 입을 빌려 묘사하고 있다: “Ihr habt ein Fundament, Ihr habt Boden unter den F̂̂üssen, Ihr habt einen Platz in der Welt..(너희는 기반을 기지고 있다. 너희는 땅을 딛고 있다. 너희는 세계 속에 너희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 말은 당시 세계에서 부르주아는 확고한 정신적 기반을 가지고 있다는 표현이다. 아버지의 교육은 바로 그러한 기반 위에 사려분별(냉정함), 권위, 자신감을 강조했다. 종교적으로는 모라비안 교도의 영향을 받은 어머니 파울라의 종교교육을 받았다 어머니의 교육의 목표는 아이들이 자신과 세계에 대해 책임을 질 줄 아는 사람으로 키우는 것이었다.
2. 유년기와 자아확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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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형제들과 함께.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본회퍼 | ||
1916년 그륀네발트(Grünewald) 구역의 방엔하이머가(Str. Wangenheimer)로 이사하여, 1935년 까지 살았다. 이곳은 학자들이 거주하는 구역으로 그 이웃에 하르낙(Harnack), 트뢸치(Troeltsch) 등 대 학자들이 수요일 마다 본회퍼의 집에 모였다. 본회퍼는 이 집에 오는 아버지의 손님들을 통해 일찍이 독일의 지성적, 정신적 분위기를 접할 수 있었을 것이다.
첫 번째 광야여행
사춘기 소년 본회퍼의 자아 확립이 활발하게 되었을 때 그는 그가 자란 가족의 분위기와 상이한 결정을 내렸다. 14세 때 신학을 공부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가 어떻게 이런 결심을 하게 되었는지, 그에게 어떤 회심의 경험이 있었는지에 대해 알 수 없다. 다만 그가 히브리어 시간에 교실에서 교사의 장래 희망을 묻는 질문에 낮은 음성으로 “목사가 되겠다”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본회퍼는 15세가 된 1921년에 견신례 교육을 받았다. 그의 심중을 알게 된 가족들이 “네가 목사가 되기에 교회는 너무 시들어 버렸어!”라고 하며 재고할 것을 권유하였다. 그러나 본회퍼는 “그렇다면 내가 그것을 개혁시키겠다.”고 대답하며 확고한 결심을 밝혔다고 전해진다. 형제들은 그가 자연과학자가 되기를 바랐고, 부모는 그의 천재적인 음악적 재능(Piano)에 기대를 걸었다고 한다.
그가 왜 신학을 하고 목사가 되기를 결심했을까? 단순히 신학에 대한 지적호기심이 있어서 일까? 분명한 것은 그가 특별한 성령체험이나 교회에 열성적으로 참여하면서 그러한 동기를 갖게 된 것도 아니었다. 그러면 무엇이 본회퍼에게 신학의 길을 예비한 것일까? 1970년대에 이미 본회퍼의 전기를 소개한 박봉랑 교수는 이때 본회퍼가 “나그네의 길을 가다가 교회를 발견했다”고 보았다. 그의 확고한 선택은 직업선택으로 보기에는 너무 강한 신념을 지닌 것으로 결국 그의 개인적인 아이덴티티를 추구한 결과였다.
베트게(Eberhard Bethge)는 그가 쓴 본회퍼 전기에서 “그가 고독했기에 신학자가 되려고 했고, 신학자였기에 그는 고독했다”고 표현했다. 소명이란 마치 고독한 광야를 가로지르는 아브라함 같은 나그네의 실존이다. 본회퍼는 고독한 구도의 길을 떠나 고독 속에서 사유하고 투쟁하고 사랑하다 고독 속에서 죽었다. 그러나 그 가운데 한 번도 하나님의 현존을 잊은 적이 없었다.
필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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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 : 한신대학교 신학과
전공 : 기독교 윤리학
학사 : 한신대학교 신학
석사 : 한신대학교 신학
박사 : Ruprecht-Karls-Universitat Heidelberg 기독교윤리학
강성영 교수(한신대) globus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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