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을 지키던 김영오 씨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46일간 단식을 했지만, 여전히 정부와 정치권은 유가족의 물음에 응답하지 않고 있다. 답답한 유가족은 대통령의 답변을 기다리며, 청운동을 찾았지만 이마저도 외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세월호 특별법은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지만 광화문을 향한 시민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고 있다.

그 중에서 김영오 씨를 이어 40일 단식을 결심하고 광화문을 지키고 있는 목회자들이 있다. 바로 김홍술(애빈교회), 방인성(함께여는 교회) 목사이다. 이들은 각각 단식 25일, 23일(18일 기준) 째를 맞고 있다. 광화문 단식장을 지키는 두 목사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다음은 두 목사의 일문일답이다.

▲ 단식장에는 두 목회자의 단식을 격려, 지지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인터뷰 동안에도 여러 사람들이 찾아왔다. 목사님들은 '그저 감사할 따름'이라고 한다. ⓒ에큐메니안 고수봉

방인성 목사(이하 방)
체중이 12kg 정도 줄어들었다. 당이 떨어지긴 했지만 아직 건강은 괜찮다. 무엇보다 정신적으로 굉장히 평안하고 좋다. 스스로 놀랄 정도이다. 아마도 세월호 문제가 한국교회와 사회에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지지방문과 격려, 기도해주신 분들 때문인 것 같다. 약속했던 40일 금식기간을 채울 수 있을 것 같다. 게다가 김 목사와 함께 단식을 하면서 형과 아우, 동역자, 인생의 친구로 많이 친해졌다. 외롭게 금식할 줄 알았는데, 큰 힘이 되고 있다.

김홍술 목사(이하 김)
서로 하는 이야기가 ‘참 신기하다’이다. 금식을 15일 이상은 해본 적이 없는데, 신기할 정도로 잘 지내고 있다. 기운만 조금 없을 뿐 건강도 큰 무리가 없다. 우리가 하나님께서 우리를 지켜주시는 것이라 생각한다.

▲ 김홍술 목사. ⓒ에큐메니안 고수봉

김 세월호 정국을 보면서 지방 목회자 12명이 함께 서울로 올라왔다. 물론 장기단식을 할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쓰러져 가는 김영오 씨를 위해 무언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던 차에 방 목사님이 단식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래서 40일 단식이라는 긴 마라톤의 페이스 메이커가 되고자 했다. 보름이 지나면서 40일은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아 의식이 허락하는 때까지 단식을 이어갈 생각이다.

방 김영오 씨가 단식할 때부터 우리가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쓰러졌을 때, 그를 이어서 우리가 단식을 하고, 김영오 씨를 살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를 두고 활동가들과 회의를 했고, 나도 내 나이를 잊고 단식을 결심했다. 우려와 달리 잘하고 있다.

일부 사람들은 유가족의 세월호 특별법 요구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이에 대한 입장은 어떠한가?

방 세월호 사건은 맘몬과 국가권력에 의한 참극이다. 국가 권력이 개입되어 있다고 볼 때, 정치적 차원에서 풀어야할 문제는 맞다. 그러나 그 이전에 생명의 문제이다. 진보와 보수의 진영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가 맘몬에 의한 죽음이냐 아니면 생명이 존중되는 사회로 가느냐 하는 기로에 서 있다. 오히려 국가권력이 정치논쟁으로 끌어들여 유가족을 폄훼, 비방, 흑색선전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월호 특별법은 우리 모두의 삶의 문제이다. 이를 정치적이라고 한다면, 정치를 택하겠다. 유가족들도 생명이 존중받게 하는 것이 정치적이라면 그런 정치를 택하겠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김 부자 나라를 만들겠다던 이명박 정권의 미혹에 국민들이 모두 빠져 지냈다. 5년 동안 속았다는 것을 알았다. 이를 이어 부정선거로 당선된 정권은 진실을 왜곡하고, 소통이 되지 않도록 하는 악마의 사회, 돈과 권력이 판치는 소돔과 고모라보다 더한 사회를 만들었다. 국가 안보와 경제논리만 내세우지 인간의 존엄성이나 인권, 도덕, 진실, 인간의 참됨에 관심하지 않고 있다. 흑암의 권세, 거짓 악마에 의해 나라가 통째로 빼앗기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우리는 진실됨으로 싸워야 하지 않겠는가?

▲ 단식을 함께 하면서 더욱 가까워 졌다고 한다. 광화문 농성장 스텝들에게 '참 다정하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고 한다. ⓒ에큐메니안 고수봉

김 기독교인들은 ‘정치적’이란 말을 하나님의 말씀과 복음의 선교로 보지 않고 세속적인 활동으로 본다. 특히 권력의 이동에 대해 참견하거나 관계하는 것을 정치적이라고 표현하지만, 성서에서 보면 하나님의 선택으로 왕이 된 사울은 하나님의 사람에 의해 물러났다. 하나님의 정의와 공의는 교회나 신앙생활 안에서만 머물지 않는다. 사랑, 정의, 평화, 공의는 하나님의 일이며, 우리의 복음과 유리된 이야기가 아니다. 예언자적으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야 된다. 불의한 것에 저항하고 정의롭게 바꿔내야 한다. 그것이 하나님 나라의 일이며, 충성스런 백성으로 해야 하는 당연히 해야 하는 책무이다.

방 개신교 목회자이자 신학자인 프란시스 쉐이퍼는 “복음은 모든 영역에 적용되어야 한다”고 했다. 하나님 나라의 복음은 교회 안에서만 머무는 것이 아닌 경제, 정치, 교육, 문화 등 모든 부분에 적용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사회의 모습을 면밀히 살피고 하나님 나라 운동을 해야 한다. 게다가 ‘정교분리’는 국가권력이 종교를 탄압할 때, 또는 중세 당시 종교 권력이 국가권력을 탐하지 못하도록 하는 용어였다. 정치가 잘못됨으로 억울한 사람, 가난한 사람, 소외받는 사람이 생겨나는 것을 외면하라고 정교분리가 있는 것이 아니다.

▲ 방인성 목사. ⓒ에큐메니안 고수봉

방 단식장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주고 있다. 교황의 영향인지 신부인 줄 아는 사람들이 있기도 한데, 목사라고 하면 놀라기도 한다. 유족들도 우리에게 친근하게 말도 걸어주고, 고마움을 표현하기도 한다. 대형교회 목회자들의 세월호 막말로 인해 질타를 많이 받았는데,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킨 것 같다.

김 교회에 다니는 장로 부인의 이야기이다. 뉴스에서 보는 세월호는 기가 차는 이야기가 많은데, 교회 안에서는 한마디 언급도 없다는 것이다. 노란 리본이라도 달고 있으면 이상하게 보고, 신앙에 문제가 생긴 양 생각한다. 목사들이 단식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는 것이다. 자신은 교회 안에서만 있다 보니까 교회의 다양성도, 사회참여적인 것도 몰랐다고 한다. 비로소 세월호를 통해서 교회 밖으로 눈이 떠졌다는 것이다. 세월호가 우리 국민들의 눈을 뜨게 했지만, 개신교인들의 눈도 뜨게 했다. 아주 큰 역사라고 생각한다.

방 어떤 분은 페이스북에 기독교 신앙을 버렸었는데, 저희들의 단식을 보고 다시 한번 신앙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고 올렸다. 참 감사한 일이다.

김 그래서 세월호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바로 예수님이 세월호 희생자를 통해서 오신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예수님 맞이하듯이 봐야 한다. 304인의 희생은 예수님의 희생과 같다. 그런 관점에서 이 역사와 한국교회의 구원도 세월호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 40일이라는 긴 단식 동안 마라톤의 페이스 메이커처럼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고 한다. ⓒ에큐메니안 고수봉

김 평소에도 사회적 활동을 해왔지만 이번만은 각오가 다르다. 예수님께서 목숨을 버리면 산다고 하셨는데, 단식을 하다가 의식이 넘어가거나 잘못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건 중요한 것이 아니다. 하나의 제물이 되어 사람들에게 울림이 있다면 하나님께서 역사하지 않을까 한다. 간절한 마음을 갖게 됐다. 깨달음이라기보다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심정으로 단식에 임하고 있다.

방 묵상과 사람들의 만남 속에서 온유와 겸손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예수님은 그 마음 때문에 십자가의 길을 갔다. 그래서 온유와 겸손이라는 것은 불의와 싸울 때는 담대하고, 소외받고, 고통당하는 사람들이 있는 자리로 깊이 내려가는 그 심령이 온유와 겸손임을 깨닫는다. 두 번째는 한국교회가 맘몬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영성회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주님께서 말씀하셨듯이 사람이 떡이 아닌 진리와 정의로 산다. 23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았지만, 내면은 기쁨과 감사, 하나님의 은혜로 충만하다. 한국교회에 이런 마음이 정말 필요하다. 굶어도 행복하다. 얼마나 평안한지 모른다.
한 가지 두려운 것은 예수님도 40일 후에 사탄의 시험을 받으셨다. 금식이 끝나면 교만해 지거나 유혹과 시험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예수님이 하나님 말씀을 붙잡았듯이 겸손하고, 사람 앞에서 온유하고, 불의에 담대한 마음을 잃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한다.

단식을 하면서 일베나 보수단체 사람들의 훼방을 목격했을 것 같다. 또한 대형교회는 세월호 이전부터 막말을 해왔다. 이에 대한 의견은 어떤가?

방 참 불쌍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박근혜 씨를 보면 부모를 잃고, 권력의 중심부에서 권력자들의 틈바구니에서 있으면서 사람을 바라보는 관점이 많이 부서졌다. 하루는 청와대를 보면서 안타까움에 울기도 했다. 일베나 보수단체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깊은 내면 속에 자신도 알지 못하는 탐욕이 있다. 모든 것을 자신의 이익과 결부시켜 바라보는 탐욕에 의해 사고와 양심을 마비시킨다. 단식장에서 먹는 퍼포먼스를 해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는다. 그것이 굉장히 무섭다. C. S. 루이스가 ‘유일하게 인간만이 하나님에 대항할 수 있다’고 했는데, 그 만큼 악해질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무엇이 진짜인지도 알고, 자기 내면의 욕심도 알고 있지만 왜곡시켜서 권력이나 부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교회와 정치 지도자들 중에 많다. 특히 교회 지도자들이 교인과 권력의 눈치를 보면서 사람들을 현혹한다. 이런 사람들은 천벌을 받을 사람들이다. 앞서 말한 사람들이나 잘못된 정보에 현혹된 사람들은 회개의 가능성이 있지만 이런 지도자들은 정말 위험하다.

김 우리 사회 전체가 양분되어 있다. 여전히 기득권 세력들은 잃을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자본에 얽매인 사람들이 더 많은 이익을 내고 싶어 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자유, 해방된 사람들은 나누려 한다. 함께 좋아지려 한다. 가난하고, 기득권도 아니면서 해방되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부자, 기득권이 되고 싶어 한다. (세월호와 같은) 아픔이 있으면 나에게 손해가 오는 것부터 생각한다. 그리곤 마음에 오는 부담을 양심의 가책으로 생각하지 않고, 귀찮은 것으로 생각한다. 양심이 불편한 것을 피하려고만 한다. 이것이 악마의 생각이다. 그렇다고 우리도 그들과 똑같이 할 수는 없다. 그런 유혹을 거절하고, 아직까지 놓임을 받지 못하고, 갇혀있는 사람들을 불행한 사람으로 보아야 한다.

▲ 단식을 시작한지 20여일이 한참 지났지만 두 목사님들은 '마음에 평안함이 넘친다'고 고백한다. ⓒ에큐메니안 고수봉

방 ‘교회는 희망’이라는 표제를 굳게 붙잡으려 한다. 기존의 대형교회나 물량주의, 맘몬에 굴복한 교회가 아닌 대안적 교회, 생명과 평화를 사랑하는 작은 교회를 꿈꾼다. 주님이 꿈꾸셨던 진정한 교회론을 만들어 내고, 이런 교회운동을 통해 우리 사회의 예언자적 역할을 하고자 한다. 그 일환으로 ‘작은교회 박람회’를 준비하고 있다. 또한 여기에 맘몬의 구조를 돌파할 수 있는 새로운 경제구조, 성경의 ‘희년경제’를 생각하고 있다. 희년경제는 통일된 한반도의 대안경제이다. 희년경제 체제 아래 한반도 평화통일의 공동체를 세운다면 동북아와 인류에 희망이 되지 않겠는가?

김 성 프란체스코에게서 ‘가난과 평화’라는 두 명제를 통해 신앙적인 눈을 뜨게 됐다. 평화운동을 하고 있으며, 부산에서 노숙자들과 공동체를 이루며 목회를 하고 있다. 단식을 하면서 추석 때, 그 형제들만 두고 와 가슴이 아팠다. 지극히 작은 자와 함께 하는 것이 세계평화, 남북통일 같은 대명제와 동일한 것으로 생각한다. 목회자로서 최선을 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의 문제가 생긴다. 이 두 가지 주제들이 조화로운 목회를 하고자 한다.

고수봉 기자  gogo99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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