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월) 오후 2시 기독교회관 2층 강당에서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상임의장 박승렬 목사, 총무 윤병민 목사, 이하 목정평) 30주년 기념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날 행사는 80년대 이후 목정평과 파트너십을 맺어오며 민주화운동에 헌신해온 각 종단의 성직자 단체들과 함께 했다. 

목정평 1984년, 실천불교전국승가회 1986년,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1974년, 원불교사회개벽교무단 1987년 각각 창립된 이 단체들은 종단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지만 군부독재시절 오직 민주화를 위해 거리에서 함께 했고 함께 고초를 당하기도 했다.

▲ 29일(월) 오후 2시 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30주년 기념 심포지엄이 열렸다.ⓒ에큐메니안

이날 심포지엄은 ‘한국교회 성직자 운동의 역할과 과제’를 주제로 각 단체들이 벌여온 성직자 운동의 평가와 전망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 김희헌 목사

첫 번째 개신교 목회자 운동에 대한 발제는 김희헌 목사(낙산교회)가 맡았다. 그는 “오늘날 에큐메니칼 운동의 위기는 정치적 활동 중심의 부재보다는 종교적 권위를 가진 중심의 부재”라고 진단했다. 그리고 그는 성직자운동이 정치적 커뮤니케이션을 목표로 할 때 즉, ‘정치를 위한 종교 서비스’가 다른 생명을 착취하는 방식으로 변질될 것을 우려했다.

따라서 성직자운동의 정체성과 권위는 시대와 종교적 커뮤니케이션(정치의 본질을 꿰뚫는)을 해내는 능력에서 나오며 지금 성직자운동이 필요한 것은 정치적 관계의 직접적인 조정능력이 아닌 내면의 목소리를 이끌어내어 동력화 하는 능력이라고 설명했다.

김 목사는 구체적으로 개신교 성직자운동의 층위를 ‘① 현안대처그룹, ② 지속적인 영적/물질적 보급부대, ③ 전국적 신뢰그룹’으로 구분해 그동안 현실적 긴급성으로 인해 ③→②→①로 움직여왔고 실제로는 ①→②→③으로 가길 소망해왔다고 평가하며 앞으로는 ③에 운동의 중점적 과제를 두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 퇴휴 스님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실천불교전국승가회(이하 승가회) 상임대표 퇴휴 스님은 한국역사 가운데 1700년간 종교를 독점해온 것이 불교였기에 많은 사상과 문화, 기독교를 포함한 종교에도 불교의 사유가 녹아있지만 조선시대 500년과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불교는 제도와 국가로부터 배제되어 왔다고 규정했다.

이러한 가운데 1980년 신군부의 사회정화사업으로 계엄군에 의해 사찰이 짓밟히고 수많은 승려들이 고문을 당하고 숨지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되고 그 이후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모여 1986년 정토구현전국승가회가 만들어지고 뜻을 같이하는 여러 단체들이 힘을 더해 1992년 실천불교전국승가회가 새롭게 조직되었다고 설명했다.

승가회는 이후 불교의 자주화(제도로부터, 내부적 적폐로부터)와 사회민주화를 위한 활동을 벌여왔고 1994년 일반, 청년승려들에 의해 종단개혁(조계종)이 일어나 제도적 민주화를 이뤄냈으나 준비되지 않은 개혁세력이 종단운영을 맡게 되면서 성과와 한계가 공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나승구 신부

세 번째 발제를 맡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하 사제단) 대표 나승구 신부는 먼저 ‘성직활동’(성직자운동)은 한국사회의 문제가 성직자가 성직자답게만 살 수 없게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그저 그답게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제단이 중심으로 삼는 화두를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과 사제단 25주년 당시 정리한 ‘사제단의 고백과 다짐’을 통해 소개했다. 1965년 열린 공의회가 표방한 기조 ‘아조르나멘또’(쇄신)에 입각해 사제들의 사명은 ‘거룩한 진보’를 위해 ‘청렴과 헌신’,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인 선택’ 이고 ‘민족의 화해’, ‘공동선의 실현’, ‘민중의 해방’ 등의 내용으로 정리된 사제단의 고백과 다짐을 소개했다.

나 신부는 빈민사목을 하는 자신에게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힘드냐?”고 질문하지 “얼마나 행복하냐?”라고 묻는 사람이 없다며 참된 행복이 무엇인지 다시금 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7,80년대에는 민주화와 인권, 90년대에는 통일을 외쳤지만 지금은 ‘사람’을 마음에 두어야 한다.”며 힘들고 지친 사람들과 함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함께 희망을 이야기하고 미래를 논하는 이웃종교들과 마음의 벗이 되어 살아가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 박대성 교무

마지막 발제를 맡은 원불교사회개벽교무단(이하 교무단) 사무국장 박대성 교무는 원불교의 창시자인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가 사회개혁의 일환으로 처음 한 일이 민간자본에 의한 협동조합을 만들었을 정도로 원불교의 사회참여는 종교적 신앙과 수행정신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무단은 87년 6월 항쟁 와중에 태동되었다. 박 교무는 항쟁당시 원불교 성지인 전북 익산에서 철야기도로 모인 교무들은 논의 끝에 사회운동을 수행할 전위조직의 필요성을 느껴 그해 9월에 교무단을 출범시켰다고 탄생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생명, 평화, 환경의 문제는 원불교의 사회 운동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며 그러한 기조아래 벌여온 그 동안의 반핵운동과 핵폐기장 반대운동(부안)과 생명과 환경운동(새만금, 사대강), 인권운동을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이러한 운동이 교무(성직자)중심의 운동에서 재가(평신도)운동으로 확산되어야 한다고 전망했다.

▲ 손미희 대표

이후 패널로 나선 전국여성연대 손미희 상임대표는 시민사회의 관점에서 성직자운동에 대한 바람을 말했다. 손 대표는 “몸의 중심은 아픈 곳이다. 어디가 아프면 그곳에 모든 신경이 집중되기 때문인데 사회의 중심도 도움과 관심이 필요한 곳이 되어야 한다.”며 이 사회에서 아프고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 하고 그들의 울타리가 되어 주는 것이 성직자들이 해야 할 역할이라고 말했다.

또한 손 대표는 수많은 사회현장에서 각 종교의 성직자들을 만나는데 앞으로 각 지역에서 지속적인 활동을 함께 할 더 많은 성직자들을 만날 수 있도록 연결망을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 이찬수 교수

이후 또 다른 패널로 심포지움에 참석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이찬수 HK연구교수는 관점을 달리해 ‘교황 방문으로 성직 읽기’라는 내용으로 거룩주의에 빠진 종교를 비판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교황의 방한에 환호했지만 그 이면에 놓인 부정적인 측면 즉, 특정 종교의 행사를 세금으로 치르고 국영방송에서 생중계를 하고 무엇보다 가톨릭의 영향력을 이용해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정부의 속셈에 의해 진행된 일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관점에서 ‘거룩주의’에 빠진 한국종교를 비판했다. 성직(聖職), 성지순례(聖地巡禮) 등 종교의 본디 가르침인 자비와 사랑, 겸손대신 거룩을 강조하는 ‘성(聖)’ 자에 매몰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그는 “성(聖)자로 도배된 각종 종교 언어들을 순화하는 겸손한 개혁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황(敎皇)’을 ‘교종(敎宗)’으로, ‘신부(神父)’를 ‘교부(敎父)’로 표현할 것을 제안하며 아울러 ‘스승님’에서 유래된 ‘스님’과 스승(師)의 의미가 담긴 ‘목사(牧師)’라는 성직이라는 말의 의미와 용법을 반성적으로 되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무엇인 거룩한 것인가에 대한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진정한 거룩이 갖춰진 성직자는 스스로 높이지 않아도 주변에서 그를 존경하는 것과 같은 이치에서 ‘거룩함’에 대한 문제의식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심포지움에 참석한 이들을 포함해 질의응답과 토론을 이어갔다. 이들은 종교가 갖는 진리를 향한 동경과 노력, 절대자와의 관계가 중요한 만큼 이웃과 사회를 향한 관심과 활동 또한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성직자들의 약자를 돌보고 불의에 대해 저항하는 행동은 계속 되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또한 종교 간의 갈등을 극복하고 조화로운 다양성을 만들기 위해 서로간의 이해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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