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다오(北道, 1949~)는 중국 최고의 저항시인이다. “영웅 없는 시대”에 “그저 인간이 되고 싶”었던 그는 “국가에서 해고당”해 망명시인이 되었다. 그는 한때 “광장을 열병하며 걸은 적이 있”었는데, “태양을 더 잘 찾”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 ‘태양’은 혼자서 빛났고, 빛은 공평하지 않았다. 그 빛들은 “무수한 세기처럼 뒤엉겼”다. 단지 “만세! 이 빌어먹을 한마디를 외쳤을 뿐”이었지만, 이상과 진실은 어둠 속에 깊이 묻혔다. 그래서 베이다오는 “역사와 싸울 수밖에 없었”(「이력」)고, 아웃사이더가 될 수밖에 없었다.

   비열은 비열한 자의 통행증이요
   고상은 고상한 자의 묘비명이다

  1949년 베이징에서 태어난 베이다오의 본명은 자오전카이(趙振開)이다. 1966년 문화대혁명 시기에  잠깐 홍위병운동에 참여했다가 1969년부터 11년간 건축공사장에 배치되어 노동자로 살았다. 「대답」은 베이다오의 문학적 선언이자, 정부를 향해 저항을 선언한 시로 문화대혁명의 역사가 잘 녹아 있다. 이 시는 1976년 4월 5일 천안문사건 당시 시위 과정에서 발표되었고, 1978년 12월 23일 그가 창간한 지하 잡지인 『오늘(今天)』에 실렸다. 또한 피의 일요일로 불리는 1989년 6월 4일 천안문 사건 당시에도 시위대에 의해 다시 낭독되었다. “비열한 자”들과 “고상한 자”들은 모두 사라졌지만, “도금된 하늘”에는 “죽은 자들의 거꾸로 휜 그림자”가 떠다닌다. 문화대혁명이라는 “빙하기는 지났는데”, “도처에는 얼음투성”이고, 배들은 “사해死海에서 앞을 다투”고 있다. 그래서 시인은 세상에 대고 말한다. “나는―믿지―않는다”라고, “하늘이 푸르다는 것을”, “천둥의 울림을”…….

  문화대혁명 이후에 중국 시단에 새로운 활력이 되었던 ‘몽롱파(朦朧波)’의 발생지이기도 한 『오늘(今天)』은 1980년 총 9호를 마지막으로 중국 정부로부터 폐간 당하기까지 ‘문학을 위한 문학’을 표방했다. 또한 혁명적 리얼리즘에 반기를 들고, 아방가르드적이며 전위적인 시들을 발표하며 그들만의 새로운 미학 원칙을 만들어 나갔다. 특히 문화대혁명 시기의 공적인 세계관을 표출한 시들과는 다르게 개인적인 감정을 예술미와 결합시키면서 현실을 고발했다는 점에서 중국 당대 문학의 새로운 전환점이 되었다. 베이다오는 자신의 필명처럼 북쪽 섬을 떠돌던 망명자였지만, 1990년부터 1993년까지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면서 세계적인 시인으로 거듭났다. 어둠은 그에게서 빛을 가져갔지만, 빛나는 시들을 내어주었다.

   인류의 교외지역
   깎아지른 절벽 사이 표어에 씌어 있다:
   미래는 너희들의 것

   불면이 오랜 암초
   물결과 공모한다
   안내하는 소리가 널리 퍼진다:
   여기는 적이 머물던 곳입니다

“미래는 너희들의 것”이라고 말하고 싶어도, 미래의 길모퉁이가 뭉텅 잘려나갔다. “물결과 공모”하며, 거짓을 “안내하는” 방송국들의 “소리가 널리 퍼”진다. 그 사이를 “소년이 절룩거리며 온다”, “길목을 지키는 네모난 달에게로”(「점령」) 뭉개진 입으로 오고 있다. 아직도 다 찾지 못한 실종된 소년들이 밤마다 절뚝거리며 우리의 꿈속을 배외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긴 장례식을 치르고 있다. 국가는 죽었다. 태양은 더 이상 우리의 편이 아니다. 진실은 침몰되었고, 우리의 미래는 익사 당했다.

4월 16일의 시계는 그대로 멈췄고, 진실은 나침반과 함께 수장되었다. 300명의 아이들, 300번의 생애들, 그리고 그 아래로 이어졌을 수천수만 번의 생애들이 한꺼번에 침몰되었다. 그 시간을 우리 모두의 진실, 5천만 아니, 전 인류 71억의 진실이라고 하자. 그 모든 것이 동시에 침몰된 것이다. 우리가 만일 이 참사에 대해 침묵한다면 우리는 공범자가 되는 것이다. 진실에 눈을 감을 때, 우리는 역사로부터 공범자라는 낙인이 찍힐 것이다.
              
 “인류로 하여금 다시 한번 생존의 정상을 선택케”해야 한다. 진실에 눈을 감는 한, 거짓을 청산하지 않는 한, “미래를 응시하는” 물고기의 눈동자를 파먹으며 악어는 눈물을 계속 보일 것이다. 그렇지만 먼 훗날 소년들을 위해 “별들은 증거를 댈” 것이다. 초는 재가 되고서야 눈물을 멈추지만, 우리의 촛불은 쉽게 눈물을 멈추지 못할 것이다. 밤들의 거짓 배경을 수정할 때까지, 일그러진 태양에게서 증거를 수집할 때까지, 꽃들도 “주먹을 불끈 쥐고” 우리와 함께 진실을 외칠 것이다. 별들은 우리를 마지막까지 변호할 것이다. 우리는 역사에 대답해야만 한다. 

이설야  lsy1968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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