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는 한국사회에 커다란 충격과 교훈, 그리고 과제를 남겼다. 정치권에 대한 논의를 제외하더라도 적어도 국민들은 5백여만 명이라는 특별법 동의 서명으로 응답했고, 광화문 농성장을 찾는 발걸음으로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개신교는 세월호 참사가 한국교회에 던진 물음에 어떤 응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 2일(목) 감신대 세미나실에서 열린 '세월호가 한국교회에 묻다'라는 강연회에서 담담하게 170여일의 유가족 삶을 전한 박은희 전도사(우측)와 전인숙 어머니. ⓒ에큐메니안 고수봉

지난 2일(목) 오후3시 감리교신학대학교 웨슬리 1세미나실에서는 ‘세월호가 한국교회에 묻다’라는 주제로 강연회가 진행됐다. 세월호 유가족은 170여일을 겪어온 삶의 증언을 내놓았고, 신학생들과 목회자들은 이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고백했다.

연단에 오른 고 유예은 양의 엄마 박은희(안산 화정교회) 전도사는 그 동안 유가족으로서 살아온 세월을 담담하게 전했다.

그는 “안개가 짙어서 출항 여부를 기다리고 있다는 아이의 연락에 ‘그냥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런데 세월호에 탑승했고, 연락은 오지 않았다.”며 TV로 소식을 접한 후부터 “믿을 수 없는 일들이 시작됐다.”고 입을 뗐다.

사고 소식을 접하고 진도로 내려간 박 전도사는 ‘구조인력’을 보지 못했다고 전한다. 구조된 아이들은 생각보다 훨씬 적었고, 기다리다 못해 달려간 팽목항은 너무 한산했다. 몇 명의 해경과 119구조대가 있었을 뿐, 구조작업을 이루어지고 있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답답한 마음에 구조선을 빌려 나가본 1시간 거리의 사고해역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재판 과정에서 안 사실이지만 사고 해역에 떠 있던 구조헬기에도 해상 구조인력은 한명도 없었다.

▲ 박은희 전도사. ⓒ에큐메니안 고수봉

게다가 구조작업의 실상이 잘 보도되길 바라는 마음에 사고해역까지 함께 동승한 KBS 기자는 뭍에서 내리자 사라졌다. 그는 “그 다음부터 지옥과 같은 시간, 언론으로부터 고립이 시작됐다.”고 회상했고, 기자들의 취재를 거부한 이유를 설명했다.

박 전도사는 “사고해역 인근의 어선들이 구조를 위해 신호를 보냈지만, 세월호에서는 해경만 찾았다. 결국 구조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완전히 허비한 것”이라며, “세월호 참사를 일반적인 ‘교통사고’에 비교하는 것은 참 어이없는 소리”라고 토로했다. 민간 잠수사들에 의하면, 창문을 두드리며, 살려달라는 아이들을 보고 해경에 구조를 요구했지만 외면했다는 것이다.

절차와 체계부터 따지는 구조본부와 정부에 대한 불신 때문일까? 실종자 중 단 한명도 살아서 돌아오지 못하는 상황에 가족들은 5월 초, 대책위를 꾸리기 시작했다. 안건이 생기면 반별로 토론한 후, 전체회의에서 의견수렴 및 투표를 하는 체계를 갖추기 시작했다. 서로 상이한 의견들을 하나로 조율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한다.

특별법에 대해서도 그는 “여야가 특별법안을 만들어 제안했지만 야당은 진실을 밝히기엔 너무 약했고, 여당은 달랑 두 장의 종이에 보상안에 대한 이야기만 있었다.”며, “보상보다 진실을 밝히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 가족들은 세월호 조사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세월호 특별법을 만든 것”이라고 전한다. 그래서 대학특례, 보상, 의사자 등 모두 배제했다. 진실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박은희 전도사는 9월 30일 여야 특별법 합의안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토로했다. “170여일을 보내면서 부모들도 너무 지쳐있었고, 도와주시는 분들도 너무 힘들어 하는 것을 느꼈다.”며,  “그래서 특검의 독립성이라도 보장해 달라고 했더니, 박영선 원내대표는 30분도 안되어 독단적으로 합의하고 왔다.”고 토로했다.

▲ 감신대 신학교를 다닌 박은희 전도사는 후배들에게 '사회를 향한 구원'을 강조했고, 이를 위해 고민하며 공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에큐메니안 고수봉

이어 박 전도사는 “지뢰밭에서 지뢰를 밟았다. 발을 떼고, 혼자 죽을 수 있지만 의식 있는 사람이라면 ‘이 곳은 지뢰밭’이라고 외쳐야 한다. 유가족은 그런 심정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자신들이 영리해서 지뢰밭에서 지뢰를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나 힘이 있어서 지뢰를 밟아도 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비유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대다수는 그렇지 않기에 먼저 겪은 사람으로 가져야 하는 책무로 생각하고 있다.”며 “슬픔에만 머무르지 말고 더 지혜로워졌으면 한다. 유가족을 보면 한번 씩 응원해 주고, 함께 한다는 마음을 전해줬으면 한다. 그리고 각자의 자리에서 변화를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한국교회에 대해서도 “부모들이 세월호를 겪으면서 어느 것이 참이고, 거짓인지 알 것 같다고 한다. 처음 교회가 많은 상처를 주었을 때, 교회를 거짓이라고 할까 두려웠다.”며 “세월호는 하나님이 한국교회에 주신 기회가 아닐까 생각한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말처럼 참 이치를 깨달았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 당초 예상보다 많은 학생들이 세미나실을 찾았다. 세월호 영상을 보면서 울기도 하고,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냐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에큐메니안 고수봉

끝으로, 박은희 전도사는 “우리에게 배후가 누구냐고 묻는다. 배후는 죽은 우리 아이들”이라며 “매일 아침 예은이 교복을 만지고, 끌어안고 나온다.”고 전했다. 여기에 “최근에 생긴 배후도 있다. 바로 국민들”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강연회에는 주최한 예수살기 청년위원회의 예상보다 많은 학생들이 참가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부족한 좌석을 채우기 위해 통로와 세미나실 문 밖까지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170여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학생들은 세월호에 관심을 두고 있다. 어쩌면 변화의 시작은 연약한 사람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고수봉 기자  gogo99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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