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앞으로  5회에 걸쳐 강성영 교수(한신대, 윤리학)의 <디트리히 본회퍼의 삶과 신학>을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연재 합니다. ①유년시절과 자아확립 ②본회퍼, 신학에 입문하다 ③목회와 새로운 현실에 대한 질문 ④사역과 새로운 선택 ⑤저항과 본회퍼의 최후

1. 첫 번째 미국방문과 새로운 현실에 대한 질문

본회퍼는 1930년 일생의 친구 스위스인 쉬츠(E. Schütz)의 소개로 뉴욕 유니온신학교에 객원연구원으로 일 년간 연구하며, 참신한 학자로서 활발한 교류 활동을 하였다. 그는 그곳에서 여러 친구들을 만나 교제한다. 그때 그가 교제를 나눈 친구들은 유명한 신학자 폴 레만(Paul Lehmann), 흑인인 프랑크 피셔(Frank　Fisher), 오랜 친구인 스위스인 어윈 쉬츠(Erwin Schütz)와 프랑스의 평화주의자인 장 라쎄르(Jean Lasserre)등이 있다. 그는 특히 뉴욕의 할렘지역에서 방문한 한 흑인교회의 예배와 영가에서 깊은 인상을 받는다.

이것은 신학교 신입생 시절 방문했던 로마 바티칸의 베드로성당을 보고 받은 인상과 더불어 그의 ‘새로운 교회의 현실로의 여행’의 이정표가 되는 경험이었다. 또한 본회퍼는 당시 큰 영향력을 가진 사회개혁프로그램인 ‘사회복음운동(Social Gospel Movement)’ 을 직시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본회퍼는 미국에서 신학을 배운 것 보다(비록 한 학기 4개 강좌 수강) 교회의 현실(경험적인)을 보았다. (GS I, 99)

▲ 1930년, 뉴욕 유니온신학교에서(앞에서 세번째 줄 맨 좌측이 본회퍼)

본회퍼는 후일 체험담에서 이(!) ‘백인교회’-뉴욕의 커다란 감독교회에서는 더 이상 하나님의 말씀이 들리고 설교될 수 없는 곳이며 단지 그것은 이러저러한 목적을 위해 사회체제에 부응하는 것이라고 했다.(GS I, 99)

그러나 할렘의 흑인 침례교회(Negro Baptist Church in Harlem)에서 그는 흑인 소년들의 주일학교 그룹을 지도했고, 이러한 인격적 만남에서 그의 미국체류 중 가장 크고 즐거운 경험을 했다고 술회하면서, “나는 흑인교회에서 비로서 복음이 선포되는 것을 들었다”고 확언했다. (GS I. 96f)

우리는 여기서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미국에서의 새로운 경험적 교회(흑인교회)의 발견은 1924년 로마에서 본회퍼가 성 베드로성당에서 만난 가톨릭교회의 장중한 영광에 비해 어떻게 다른 것인가?

그 대답은 본회퍼가 바로 이 현실의 교회에서 교회의 본질과 사명을 새롭게 깨달았다는 것이다. 그는 뉴욕의 할렘에 있는 교회에서 교회의 세계 책임을 발견했다. 다시 말하면 교회의 진정한 척도(Maßstab)는 그 화려함과 크기나 교세가 아니라, 교회가 가난한 자에게 어떤 복음을 선포하고 무엇을 실천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17세 소년 시절부터 시작된 교회의 현실로의 여행을 통해 본회퍼는 현실의 거울에 비친 교회의 자기반성을 하고, 새로운 방위를 설정하는 것을 체득하게 된 것이다.

▲ 1932년, 베를린 대학에서 학생들과(앞줄 피리를 불고 있는 사람 뒤가 본회퍼)

1931년 미국에서 돌아 온 본회퍼는 베를린 공과대학의 교목(당시 베를린 대학의 사강사)과 지역교회의 보조설교가로 에큐메니칼 운동의 활동가로 견신례 교육 교사로 강의, 상담, 여행 등으로 분주하였다. 그 가운데서 그는 이미 교회의 사회적 책임을 깨닫고, 어떻게 교회가 영적으로 윤리적으로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가를 물었다.

그는 세속화되고 무신성에 위협당하는 세계에서 던져지는 도전에 대해 교회가 아무런 해답을 주지 못할 때, 그 교회는 더 이상 몰가치 할 뿐 만 아니라, 목사들이 강단에서 우물거리는 애매한 말에 담긴 계시의 불가시성은 사람들에게 끔찍한 고통을 줄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본회퍼는 기독교에 대한 깊은 사색의 끝에서 마하트마 간디(Mahatma Gandhi)의 나라, 인도로 여행을 계획한다. 그의 결심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새로운 현실에 대한 열망과 기대에 찬 순례였다. 여행을 계획하며 그가 가진 확실한 동기는 바로 “그리스도가 어디에 계신가, 적어도 그것을 우리의 개인적 삶 속에서 볼 수 있다면, 적어도 우리는 그것을 인도에서 보고자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동시대의 상황 속에서 실존적인 질문을 품고 있었다. 하나님 당신은 어디에 계십니까? 당신은 누구입니까?, 그리고 나는 누구인가? (“Gott, Wo bist Du? - Gott, Wer bist du?  - Gott, Wer bin ich?) 나의 삶은 산산이 조각나서 나락으로 떨어집니다. 하나님 나는 겁이 납니다. 당신의 선하심은 어디에 있습니까?”(1931, 추수감사예배 설교)

어찌할 바 모르는 상황(시대적으로는 경제적 위기, 정치적 재앙)에서 1932년 5월 8 일 베를린의 삼위일체 교회에서 설교본문은 역대하 20장 12절에서 고백한다. “우리는 ... 어떻게 할 줄도 알지 못하옵고 오직 주 만 바라보나이다.(Wir wissen nicht, was wir tun sollen; sondern unsere Augen sehen nach Dir)”

 

정치상황 

1932. 4. 10. 제국 대통령 선거에서 히틀러는 힌덴베르그에게 밀려 낙선했으나 그 해 여름 총선에서는 140만 당원의 힘을 떨치며 37퍼센트의 득표를 함으로써 정치적으로 급부상하였다.  1932년은 Bonhoeffer에게는 위기의 해였다. 그 당시 본회퍼의 편지와 설교에 절망감이 표현되고 있다. 그런 정치적 소용돌이와 개인적 번민 속에서 본회퍼는 산상설교와 만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위기의 극복

다음은 본회퍼가 1936년 1월에 1932년의 경험을 회상하여 쓴 글이다.  “나는 처음 성서에 접했다. 말하기 괴로우나, 나는 이미 자주 설교했고, 교회의 많은 것을 보았으며 그것에 대해 말하고 썼다. - 그러나 나는 여전히 그리스도인이 아니었다. 그 보다는 나 자신이 군주였다. … 그것으로부터 성서가 특히 산상수훈이 나를 해방시켜 주었다.”

그러면 산상수훈의 정신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Was bedeutet die Umkehr zur Bergpredigt?)

먼저 본회퍼는 일관된 평화주의자로서 히틀러에 대해 정치적 저항에 나선다. 히틀러가 총통으로 집권하며 취임한 다음 날 한 라디오 방송(1933.2.1)에서 본회퍼는 ‘총통’(Führer)의 권위는 개인에게 있지 않고 직책에 있다는 점을 밝히고, 따라서 직책의 엄중함으로 인해 개인은 책임적 존재로 그의 자유를 제한 받는다고 함으로써 히틀러의 절대적인 권력의지를 경고하였다. 이 방송은 도중에 중단되었고, 이후 본회퍼는 나치의 감시를 받기 시작하였다.

본회퍼는 1933년(여름)까지 베를린 대학에서 강의(기독교윤리는 있는가?)하고, (1932년 여름)교회의 본질; 창조와 타락(1932 가을); 그리스도론/헤겔세미나(1936 여름) 등 여러 세미나를 진행하였다.

2. 런던목회

본회퍼는 1933년 10월 17일 돌연히 영국 런던으로 이민목회를 떠났다.(성 바울 교회와 사이든함 교회)

 

세 번째 광야여행

본회퍼는 교회가 ‘아리안 조항’(1933.4.7 제정된 아리안 입법: 유대인의 피를 받은 사람이나 유대인과 결혼한 사람은 일체 국가의 공직을 가질 수 없다)을 받아들이고 베를린 대학 신학부가 이 문제에 침묵으로 방조하자 실망하여 독일과 교수직을 떠났다.

이 후 본회퍼는 ‘독일적 그리스도인들’과 결정적으로 갈라섰고, 미지근한 교회투쟁(벧엘신앙고백서의 온건한 타협)과도 결별하였다. 그는 오로지 산상설교의 윤리적 명령에 따르고자 그리스도의 제자직을 가슴에 안고 고독한 광야로 떠난 것이다.

그의 런던 목회기간(1933.10.17-1935.5)은 훗날 고백교회의 투쟁을 위한 중요한 에큐메니컬 접촉을 가능케 했다. 그는 이 기간 중 영국 치체스터(Chichestles)의 벨 주교(Bischop Georg Bell)와 친분을 쌓았다. 1934년 덴마크의 한 섬 파뇌(Fanø)에서 열린 에큐메니칼협의회에서 ‘삶과 일(Life and Work)을 위한 세계 기독교 협의회’의 위원의 한 사람으로 선출되고 기조 강연도 했다. 이전 1931년 ‘교회 국제 친선세계 연맹’과 ‘삶과 일을 위한 세계 기독교 협의회’의 청년부 간사 세 사람 가운데 하나가 됨으로 시작한 에큐메니칼 활동의 경험은 본회퍼의 신학을 더욱 풍부하게 해주었다.

그러나 영국 목회기간 中 독일 그리스도인들과의 고백교회의 투쟁은 더욱 가열 차게 진행되었고 독일의 정치적 상황은 더욱 악화되어 갔다. 바르트는 본회퍼에 대한 회신에서 “… 나와 같이 돛을 올렸어야 할 거기에 왜 당신은 없었습니까? 나 혼자서는 도저히 배의 방향을 돌릴 수 없는 항해, 어때서 거기에 당신은 없었습니까? … 왜? 왜? … 한가지만은 잊지 마시오. 당신은 독일 사람이라는 겁니다. 당신의 교회가 불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 당신은 다음배로 돌아와야 합니다. 사정이 여의치 못하다면 그 다음 배로라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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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강성영 교수 소속 : 한신대학교 신학과 전공 : 기독교 윤리학 학사 : 한신대학교 신학 석사 : 한신대학교 신학 박사 : Ruprecht-Karls-Universitat Heidelberg 기독교윤리학

강성영 교수(한신대)  globus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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