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그게 바로 신비체험이 아니었을까


▲ 기장생태공동체운동본부에서는 지난 8월 25일부터 2박 3일간 강원도 인제 '다물 피정의 집'에서 제2회 생태영성수련회를 진행했다.ⓒ생태공동체운동본부

혹시 그게 바로 신비체험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잠깐 하기도 했다.

강원도 인제의 산 속에 아늑하게 자리 잡은 다물 피정의 집에 도착해서 수녀님이 만들어 주신 감동 넘치는 점심밥을 먹고 난 뒤 바로 시작된 2박 3일간의 생태영성훈련.

그 두 번째 날의 침묵피정 시간에 내가 경험했던 짧지만 강렬했던 그 순간은 신비체험이라기보다는 ‘하나님을 만난 은혜의 시간’ 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침묵피정에 대한 안내를 시작으로 점심, 저녁식사시간을 포함해서 총 일곱 시간동안 진행된 그 과정은 참 특별하고 숙연한 느낌으로 지나갔다.

그런 느낌을 한 자락 깔고 있어서였을까.
실내에서의 침묵시간을 끝내고 밖으로 나왔을 때 만난 자연 또한 평소에 내가 좋아해서 자주 봐왔던 산, 흙, 나무들보다 훨씬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침묵 속에서 나 홀로 만난 자연은 어쩐지 더 친근했고 뭔가 내게 말을 걸어오는 것만 같았다.

그 ‘사건’은 침묵으로 예수기도를 드리며 오래 앉아 있었던 나무의자를 뒤로 하고, 산 쪽으로 걸어가다가 마주친 단풍나무 아래에서 일어났다.

여러 그루의 단풍나무가 어우러져서 무성한 잎을 단 나뭇가지들을 드리우고 있는 모습이 마치 커다란 우산이 펼쳐져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후드득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날 일기가 좀 고르지 못했던 터라 갑자기 쏟아진 비에 놀라진 않았지만 단풍나무가 만들어준 우산 아래에서 비를 피할 수 있다는 건 신기했다.

단풍나무아래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가지를 바라보고 쏟아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한참을 서 있는데 흔들리는 나뭇가지와 빗소리 속에서 들려오는 메시지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내 사랑하는 딸이라’

나를 위한 우산이 되어 준 나뭇가지들은 물결처럼 흔들리면서 마치 나를 어루만지며 위로해 주는 것 같았고 바람소리와 빗소리가 합해져서는 바로 위의 저 메시지를 전해주는 것 같았다.

비록 지금 내 모습이, 지금까지의 삶의 모양이, 예쁘지도 않고 흠집투성이 일지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사랑하고 계신다는 하나님의 메시지를 전해 주고 있었다.

눈물이 흘렀다.
흐르는 눈물 속에서 또렷해지는 기쁨 또한 주체키가 어려웠다.


▲ ⓒ생태공동체운동본부

다물 피정의 집에서 보낸 이박삼일동안 자주 들었던 맑은 종소리가 생각난다.
그 종소리 같았다.
내 앞의 생에 대해서 꼬박꼬박 졸기 일쑤였던 나를 깨우는 맑은 종소리와도 같았던 이번 생태영성훈련.
그 과정 중에 특히 자연을 통해 만난 하나님이 참 보배롭고 은혜롭다.

이제 기도 할 일이 남았다.
‘지구를 위한 할아버지의 기도’에도 나오는 ‘제대로인 세상’을 위해서
그리고 ‘제대로인 내 삶’을 위해서 간절히 기도할 일이다.

물론 몸으로 하는 기도도 함께.

허영숙(전북 생태공동체회원) empty-hu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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