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연천에서는 탈북자단체가 날린 ‘대북전단(삐라)’ 풍선을 향해 북한군이 총탄을 발사했고, 이에 군이 대응 사격한 사건이 벌어졌다. 함동참모본부에 발표에 따르면 연천 지역에서 대북전단 풍선 날리기를 하던 중 오후4시경 10여발의 총성을 들었고, 발사된 총알은 연천군 중면사무소 근처에서 발견됐다. 군은 교전수칙에 따라 북한군 전방초소(GP)에 대응 사격을 벌인 것이다.

북한군이 군이나 민간단체를 직접 겨냥하지 않았고, 인명 및 재산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정전체제에 있는 한반도 상황에서는 매우 위험천만한 일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휴전선 접경지역에 있는 주민들의 불안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 15일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김포, 강화, 연천, 철원, 고양, 파주, 포천 등 휴전선 접경지역 시민들이 '대북전단 살포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에큐메니안 고수봉

이에 고양, 파주, 김포, 연천 등 접경지역 주민들이 탈북자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막아달라며, 15일 오후2시 정부종합청사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고양시 시민사회연대회의 김형근 집행위원장은 “고양시에만 백만 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대북전단 살포로) 시민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경제활동도 위축되고 있다.”며 “단체의 기금마련을 통해 자신들의 삶을 영위하기 위한 생계형 삐라 살포는 근절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부가 연초부터 주장한 ‘통일대박’은 전쟁이나 갈등을 통해서 이뤄질 수 없다.”며 탈북자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정부가 나서서 제지할 것을 촉구했다.

민주회복 파주시국회의 이재희 집행위원장도 “국정감사를 통해서 파주에서도 총격이 일어난 것으로 밝혀졌다.”며 “시민들은 이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지만 파주시청이나 행정부, 국방부는 탈북자 단체들의 위험천만한 행동에 대해 제지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나 파주시는 임진각, 오도산 통일전망대 등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곳이라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대북전단 살포는 시민, 관광객들에게 포탄을 쏘는 것과 같은 일”이라며 정부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했다.

▲ 기자회견문에서 이들은 "대북전단 살포를 주도한 박 모씨는 백악관에 초청돼 미 대통령과 기념촬영까지 했고, 미국의 한 재단으로부터 자금을 건네받기도 했다."며 삐라를 살포하는 단체들의 수사를 촉구했다. ⓒ에큐메니안 고수봉

한국진보연대 한충목 공동대표는 “정부에서는 민간단체의 활동에 대해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어 대북전단 살포를 막을 수 없고, 오로지 ‘현저한 위험’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고 한다.”며 “남북에서 총탄이 오고가는데 이보다 ‘현저한 위험’이 어디 있는가?”라고 정부가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 밖에도 이들은 회견문을 통해 “홀홀 단신으로 북을 탈출한 탈북자들이 북에 달러를 뿌릴만한 여유가 어디 있냐?”며 “정부 혹은 정부산하 단체의 후원자들이 제도적으로 존재할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통일부가 진심으로 남북관계를 회복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이들 단체의 자금출처를 밝혀내고, 국민 앞에 공개해야 한다.”며 통일부와 국방부가 나서서 이들에 대한 조사 및 처벌에 나설 것을 주장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NCCK 화해통일위원회,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평화통일위원회,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등이 공동으로 주최해 참가하고 있다. 특히 민통선평화교회 이적 목사는 접경지역 공대위 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이적 목사는 인터뷰에서 “2010년부터 전단살포 반대와 애기봉 등탑 철거를 요청해 왔다. 결국 풍선을 보고 총을 쐈다고는 하지만 전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10일 드러났다.”며 “이런 위험한 전단 살포가 정부의 묵인 하에 이루어진다는 것은 그 배경에 현 정부가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에 의하면, “민통선평화교회가 있는 김포시 경우만 보더라도 시민들 80% 이상이 대북전단 살포가 위험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이제는 지역 주민들이 비상 조직을 만들어 전단 살포를 막으려 한다.”고 전했다.

이 목사는 이에 대해, “대북전단 살포를 정부에서 방치할 경우 큰 충돌을 빚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 대응 또는 무신경이 시민과 탈북자단체의 충돌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12일 북한은 '고위급접촉 북측 대표단 대변인 담화'에서 탈북자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며, ‘엄중한 도발’에 ‘보다 강도 높은 섬멸적인 물리적 타격’을 경고한 바 있다.

결국 정부의 무관심과 탈북자 단체의 무례한 도발에 휴전선 접경지역 시민들은 불안과 갈등에 내몰린 상황이다.

고수봉 기자  gogo99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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