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에게는 자본화, 상업화 되어 일방적으로 만들어지는 시장에 대응하여, 문화매체를 향유하고 나누고 공유하고 확산시킬 새로운 채널이 필요하다. 일방이 아닌 쌍방소통 방식은 인터넷의 장점이다. 감히 제안하고 싶다. 에큐메니안의 이 지면을 통해, 노래의 배경이나 삶의 자리 또는 나의 노래가 된 이유 등을 소개하고 나누고 또 서로 의견을 주고 받으며, 그것을 토대로 음악회를 열고 함께 나누는 자리를 만들며, 우리가 속한 이 사회의 문화를 건강하게 견인하자고... 적극적이고 과감하게 참여해 주셔서, 새로운 문화양식 공유의 지평을 열어갈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한다.

지난 호에서 잠깐 언급한 것처럼 대학 시절 그룹사운드 활동을 했는데, 학교 축제 기간이 되면 학교 식당에 모여 연습을 하곤 했다. 낮에는 수업 때문에 주로 저녁 시간에 모여서 연습을 했는데, 연습이 길어지다 보면 밤이 늦어지곤 했다. 그럴 때마다 학교와 기숙사로 걸려오는 전화, '도대체 신학대학에서 무슨 소리입니까...' 곤혹스러운 모습으로 전화 받은 이야기를 담당자로부터 듣던 기억이 되살아난다.

지금은 감리교에서 목회하고 있는, 그 당시 그룹사운드 한 기 후배였던 목사가 몇 년전 나와 통화하면서, '형님, 그러고 보니 우리가 교회를 이 지경 만들어 놓은 원조예요.' 한다. 우리가 어렸을 때는 교회에서 기타만 쳐도 큰 일 나는 줄 알고 한 소리 듣거나 혼이 났었으니, 교회에서 록 음악이나 그룹사운드 소리를 낸다는 건 큰 모험이었다. 젊은 기세를 내세워 교회 행사와 집회 또는 노동자들의 축제에 지원을 가기도 했었으니 말이다.

언뜻 보면 외형상으로는 요즈음 말하는 CCM 음악을 이미 그때부터 한 것 같으나, 그 당시는 한국사회에서 이 용어가 회자되지도 않았던 터라 흔히 그냥 편하게 말하는 복음성가(Gospel Song) 활동이었다고 말하는 게 편할 듯 하다.

아마도 거의 대부분 이제까지 별 깊은 생각없이 CCM이란 용어를 받아들였을 것이다. 이 단어가 어디에서 파생된 단어인지 모르는 사람들도 있다. 'CCM'은 'Contemporary Christian Music'의 앞 글자를 딴 약자이다. Contemporary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동시대의', '당시의', '동연대의', '현대의', '당대의', '최신의' 등등의 뜻을 가진 것으로 나타난다. 교회음악과 관련해 굳이 이 단어가 쓰인 데는 기존의 양식과 다르게 그 시대의 조류와 관계하는 의미에서, 또 그 시대와 교류하고 녹아들고 호흡한다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서 그랬을 것이다.

그러면 이 CCM을 어떻게 정의하고 이해해야 할까. 과연 요즈음 우리에게 들려오는 CCM이란 음악들이 이 시대와 제대로 교류하는 걸까... 이 용어에 대해 더 알아보려면 미국의 음악시장으로 먼저 눈을 돌려야 할 것 같다.

미국에서는 이미 1960~70년대 때부터 이 용어가 가리키는 음악 활동이 전개된 듯 하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이 용어는 학계가 분류하거나 혹은 사회적 동의를 얻어 정립된 용어는 아니라는 점에서 교단, 교파나 사람들에 따라 해석이나 분류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란 사회가 갖는 특수한 상황에 맞춰 이 용어는 히피와 관련되기도 하고, 사회적 이슈와 관련되기도 하고, 사회적 약자와 관계되기도 하면서 나타났다. 분명 CCM은 기독교 신앙과 관계를 갖고 있는 음악이다. 기독교 신앙이 동시대의 사회 안에서 메시지를 가지고 세상을 안고 부르는 기독교 음악이다. 그런 의미에서 기존의 분류와 구별해서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기존의 기독교음악 양식들이 교회라는 울타리 안에서 향유되고 공유되는 성격이 강했다고 한다면, 이 CCM은 그것과는 달리 그 울타리를 넘어보려고 하는 경향을 강하게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의미상으로는 말이다.

CCM은 그 내용과 형식면에서 기존 기독교 음악의 정형화 된 틀을 넘어서 현대화된 문화 문명을 통해 나타내는 기독교 음악의 새로운 표현방식이라고 정의하면 어떨까. 아니, 이 표현은 어쩌면 당위론적인 접근일지 모른다. 위키백과에 올려진 정의를 보면 이 용어를 기독교 음악 산업과 연결시키는데, 현실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현상들을 보면 오히려 그 정의가 적절한 것인지 모른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CCM 그룹들의 활동 면면을 보아도 그들이 부르는 노래에서 CCM과 복음성가 그리고 그 외의 부류의 것을 분류해 낸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CCM이라는 구분은 다분히 인위적이며 편의적인 장르구분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때로는 노래가 때로는 그룹이 그렇게 분류되기도 한다.

이것이 교회의 대부분이 보수화되어 있는 한국 상황과 만나면 더 심각해진다. 도대체 CCM이라는 것과 기존의 기독교 음악과 다른 게 무엇인지, 그것을 어떻게 구분해야 하는 것인지 분간하기가 어려워진다. 여기에는 미국과 다른 다양한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어서 한국 상황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따로 이야기하기로 하자.

그렇다면 실질적으로 이 용어는 산업의 필요에 따라 분류되는 상업적 편의성에서 출발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지 않을까... 노래를 수용하는 일반인들 중에서 특정한 노래에 대해 장르를 분류해 가면서 향유하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아마도 거의 대부분 가장 우선적으로는, 거대 언론과 방송 같은 대중매체가 주도하는 방식에 따라 거기에 순응하며 향유하는 게 일반적 상황일 것이다. 이것이 현대사회에서 문화양식을 향유하게 되는 주된 프레임이다.

이쯤에서 존 바에즈(Joan Baez)가 부른 '우리 승리하리라(We shall over com)'를 보자.

 

We shall overcome,
 We shall overcome,
 We shall overcome, some day.

Oh, deep in my heart,
 I do believe. I know that.
We shall overcome, some day.

We shall be all right,
 We shall be all right,
 We shall be all right, some day.

We shall live in peace,
 We shall live in peace,
 We shall live in peace, some day.

We are not afraid,
 We are not afraid,
 We are not afraid, today

We shall overcome,
 We shall overcome,
 We shall overcome, some day.

다음 동영상은 피트 시거(Pete Seerer)가 부른 'We shall over come'이다.

 

We shall overcome,
 We shall overcome,
 We shall overcome, some day.

Oh, deep in my heart,
 I do believe. I know that.
We shall overcome, some day.

We'll walk hand in hand,
 We'll walk hand in hand,
 We'll walk hand in hand, some day.

We shall live in peace,
 We shall live in peace,
 We shall live in peace, some day.

The whole wide world around,
The whole wide world around,
The whole wide world around, some day.

We are not afraid,
 We are not afraid,
 We are not afraid, today

We shall overcome,
 We shall overcome,
 We shall overcome, some day.

이 외에 다음과 같은 가사가 불려진다.

We shall all be free,
 We shall all be free,
 We shall all be free, some day.

이 노래가 우리말로는 아래와 같이 번안돼 불렸다.

우리 승리하리라
우리 승리하리라
우리승리하리 그 날에
오~ 참 맘으로 나는 믿네
우리 승리하리라

두려움이 없네(위 가사에 바꿔서 넣고 반복한다)

손에 손을 잡고(위와 같음)

..................... 등등

위 노래는 어느 범주에 속할까... 포크(Folk)? 복음성가(Gospel song)? 아니면 CCM? 1950~60년대 미국에서 일었던 아프리카계 미국인 시민권운동(African-American Civil Rights Movement)의 추동 역할을 했던 이 노래를 위키페디아에 올려져 있는 글에서는 저항가요(Protest song)라고 서술하는데, 그 기원을 찰스 앨버트 틴들리(Charles Albert Tindley) 목사가 지은 '난 언젠가 승리하리(I'll Overcome Someday)'에서 찾고, 또 "I'll Overcome Someday"는 '예수의 뜻이라면(If My Jesus Wills)'이라는 복음성가에서 찾는다. 이 기원이 되는 노래들은 또 당시 노동운동과 포크 음악 그리고 복음성가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렇게 보면 이러한 노래들이 지금 이야기하는 이른 바 CCM의 원류 정도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시대적으로는 CCM보다 이른 시기였기는 하지만 말이다.

위 설명처럼 그렇게 거슬러 올라가면서 찾다 보면, 이 노래가 신약성서 갈라디아서 6장 9절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선을 행하는 일에 싫증내지 맙시다. 만일 우리가 지쳐 쓰러지지 않는다면, 때가 오면 추수할 것입니다."(갈라디아서 6장 9절, 국제성서주석 참조)

이 구절을 영어 성경 킹 제임스 버전(King James Vresion)에는 다음과 같이 되어 있다.
"And let us not be weary in well doing: for in due season we shall reap, if we faint not."
노래 하나 더 예를 들어보자. 우리나라에서 CCM가수들이 불러 유명해진 노래, '날 세우시네(You raise me up)'는 복음성가일까, 대중음악일까, 아니면 CCM일까... 이 노래는 빌보드 뉴에이지 부문 순위에 2년 지속적으로 오르기도 했던 2인조 그룹 시크릿 가든(Secret Garden)이 발표한 노래인데, 위키백과 소개에 따르면, 이 노래는 아일랜드 민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노래이며, 처음에 조용한 이야기(Silent Story)로 발표하려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한국에서는 '날 세우시네', '조용한 소리', '나의 영혼 연약하여 지치고' 등으로 번안되어 발표되었다. 이 노래의 가사를 보면, 한국에서 보통 CCM이라고 인식되어 있는 그런 내용은 나오지 않는다. 다만 내용상으로 연결시켜 짐작하는 건 가능한데, 일반적이라고 인식할 CCM과는 사뭇 다르다. 그냥 CCM 가수가 부르면 CCM이라고 치부할까... 그렇다면 CCM이 아닌 가수가 부른 CCM 같은 노래는 무엇으로 분류해야 할까... 이 그룹이 부른 노래 중에는 복음성가로 분류된 노래들도 있다.

CCM 현상은 어찌 보면 세속화신학의 움직임과 그 궤를 같이 하는 문화적 변화와 흐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교회가 이 세상에 있는 이유와 의미... 그것의 실천적 이행... 그 핵심에는 분명 예수의 뜻과 길이 있다. 그것이 담겨 있어야 CCM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설령 그것이 어떤 이름과 어떤 형식과 어떤 모양을 갖춘다 해도 그 중심은 언제나 지켜야할 것이 있는 것이다. 어떠한 분류나 형식에 앞서 중요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보수적 성향을 띠는 기독교인들 사이에서는 기존의 복음성가가 갖는 형식이나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그 틀을 중요시한다. 교회라는 틀과 형식을 고수하는 경향이 있다.

위에서 예로 들었던 노래들을 보면 결국 노래의 분류는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고 의미도 없다는 결론에 이르지 않을까... 다만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향유하고 공유하느냐의 문제가 중요하게 다가오게 된다. 여기에는 '교회란 무엇인가', '선교란 무엇인가', '복음이란 무엇인가' 하는 고민과 성찰이 진지하게 이루어저야 한다. 동시대에 신앙은 무엇일까... 또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이러한 진지한 물음들 위에서 우리가 신앙 안에서 어떤 노래를 이 시대, 이 사회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이론과 실천의 지혜를 얻어야 하지 않을까... 이것에 관해서도 다음 편에서 언급해 보고자 한다.

어찌됐건, 이제 우리는 한국이라는 상황에서 이러한 명제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에 대해 얘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다음 편에서는 'CCM과 한국상황'이라는 명제로 이야기를 전개할 것이다. 아래에 신약성서 마태복음 5장과 누가복음 6장에 나오는 예수의 선포라고 전해지는 말씀 어록을 소재로 만든 노래, '그 날에'를 올린다. 이 노래는 어느 범주에 분류하는 것이 좋을지 평가해 보시기 바란다.

필자 소개      윤광호 목사 한국신학대학 입학 한신대학 신학과 졸업 일본 도쿄신학대학원 특별연구생 독일 마인츠대학 입학 일본 기후와 독일 프라이부르크에서 오르간 연수 현재, 군산노회 성촌교회 목회 섬김. 성남시와 충남 당진에서 교회 개척도 해 봄. 일본 야마나시에 교회 개척 ‘노래하는 목사’로 활동 개인 음악 앨범, 음반으로도 발표 1집: 자연과 생명을 노래하는 한누리 2집: 힘겨운 날 3집: 참된 평화

윤광호 목사  mail@yuny1.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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