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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펜들힐의 중앙에 있는 메타쉐카이어 나무로 누군가 Trinity Trees 라 불렀음 | ||
공동체 생활은 이러한 비슷한 뜻과 열망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살면서, 간디의 표현처럼 ‘진리의 실험’을 감행하는 것이라 여겼기 때문에, 공동체에 대한 동경이 있어 왔다.
펜들힐은 1930년도에 안팎의 여러 도전들에 대한 미국 퀘이커들의 창조적인 응전 속에서 설립되었다. 펜들힐 탄생에 기여했던 3 가지 주요한 관심 (Concern)이 있었다. 첫째는 성직자와 신학교가 없는 퀘이커 전통 속에서 평신도 지도력들을 키워내고자 하는 성인교육기관에 대한 열망이었다. 둘째는 새로운 통찰들- 심층 심리학, 과학, 사회운동, 종교교육 등에서 생기는 - 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퀘이커 전통과의 만남 속에서 새롭게 해석하고 적용해가는 - 사상의 실험소로서의 역할을 기대했다. 셋째로는 퀘이커 멤버가 아니지만, 대의에서 비슷한 사람들과 함께 더불어 살면서, 새로운 흐름들을 경험하고 창조해 가는 에큐메니칼 공동체로서의 경험을 꿈꾸었다.
이를 위해서, 펜들힐은 처음부터 선생과 학생들이 함께 살면서 배움의 모험을 함께 해 나갔고, 진리라는 보다 높은 부름에 대한 응답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서, 시험이나 학점, 학위 같은 것을 고려하지 않았다. 이를 위해 펜들힐은 창립과정에서 우드부록, 간디 아쉬람, 수도원 전통, 그리고 진보적 교육운동으로부터 많은 영감을 얻었다. 그러나 독창적인 모색을 끊임없이 해나갔다.
초대 학장인 헨리 호킨은 베네딕트 수도원 전통으로부터 공동의 배움 과정에서 몸과 마음, 그리고 영혼에 관련되는 일과 공부와 예배를 펜들힐 생활에 구현하려고 했다. 매일 요구되는 일들을 나누어 노동하고, 예배드리고, 그리고 개인적으로 공동체적으로 함께 공부하는 삶의 방식을 구조화함으로서 각각의 참가자들이 에너지와 이해와, 그리고 목적에 대한 의식을 재활성화 하는데 강력하게 상호작용했다.
펜들힐의 하루 일과는 이렇게 예배(가슴)와 공부(머리) 와 노동(손, 발)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도록 구조화되어 있다. 하루의 시작은 식당에서 공동식사가 7시-8시까지 있고, 8시 반부터 9시까지는 함께 모여 침묵기도회가 이루어진다. 그리고 9시 반경 부터는 다양한 수업들이 개설된다. 내가 참여했던 Resident Program에서 개설된 수업으로는, 퀘이커리즘, 평화운동, 영적 분별, 예술 수업 등 이 개설되었다. 이 모든 수업은 5-10명 정도가 참여하는 소규모 워크숍 형태로, 선생들이 간단한 주제에 대한 제시를 하고, 주로 학생들의 참여와 성찰을 통해 이루어지는 수업이었다. 오후에는 자연스럽게 휴식이 있고, 이러 저러한 소모임들이 이루어진다. 매 주 수요일 오전에는 공동체 노동의 시간이 있다.(우리나라의 전통적이 울력과도 같은 것) 모든 공동체 식구들이 함께 모여, 공동체에 필요한 이런 저런 노동을 한다. 인상적인 한 장면은 함께 숙박시설을 청소하다가, 휴식이 되자, 담당자였던 분(African American- 흑인미국인- 으로 젊을 땐 감옥에도 다녀오고 꽤 험난한 삶을 살았던 분)이 자기가 좋아하는 시집을 읽는 것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곁들여 소감을 나누어 주었다. 이렇게 노동도 시낭송이라든가 노래 부르기 등과 어울리면서, 자연스런 공동체 생활의 한 리듬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저녁에는 다양한 활동들이 준비되어 선택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다. 월요일에는 목공예실과 미술실이 열리고, 수요일에는 합창활동이 있으며, 화, 목요일에는 가끔씩 강연회나 영화상영 등 다양한 활동이 전개된다. 주말에는 연 중 2박 3일간의 주말 워크숍이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진행되어,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참여해서, 공부하고, 기도하고, 휴식을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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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학기 마무리인 Festival week 기간 중에 한 학생의 발표 모임 | ||
실제로 펜들힐의 이러한 노동과 기도, 공부가 긴밀하게 연결되는 공동체 생활에 접했을 때는 기대했던 여유 있고, 평온한 생활이라기보다는 상당히 힘겨운 적응시간을 가져야 했다. 일단 언어가 통하지 않아서 관계형성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리고 아침식사와 아침기도회, 이어지는 오전 강의, 오후에는 장학생으로서의 감당해야 할 노동, 그리고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가정교사로서의 역할을 해야 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면, 1시간 정도는 30-40명분의 설거지를 함께 감당해야 한다. 이 일을 마치자마자, 저녁 특별활동이 이어지고, 9시 15분에 있는 에필로그까지 감당하면, 그제서야 하루 일과가 마무리 되었다.
그렇지만 이러한 일과가 점차로 익숙해지면서 몸과 마음, 그리고 영혼이 점차적으로 활발하게 깨어나고, 삶의 중심과 질서를 회복해 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기도와 노동과 배움의 시간들 속에서 새로운 통찰들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삶은 더욱 깊은 곳으로 나아가게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펜들힐 공동체 생활을 마무리하면서, 그 동안 마음속에 담겨져 있던 공동체에 대한 꿈이 새롭게 회복되었다. 고국에 돌아가면, 공동체 생활에 대한 준비를 구체적으로 해 나가면서 남은 인생을 펜들힐과 같은 기도와 연구와 노동이 함께 어우러지는 공동체를 만드는데 집중하리라는 야무진 꿈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공동체 모색의 일환으로 돌아오기 얼마 전에 필라델피아 시내에 있는 The Simple Way(http://www.thesimpleway.org/)는 신 수도원운동(New Monasticism)을 전개하고 있는 공동체를 찾아가 보았다. 이 공동체는 가난한 흑인들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에서 함께 더불어 살면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었다. 완전한 공동체 생활은 아니었고, 각 자 인근지역에서 생활하면서, 아침에 8시에 함께 모여 침묵기도회를 드리고 식사를 하고, 각자 일터로 나간다. 지역에 공동체 사무실이 있어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었고, 내가 간 날은 저녁에 자그마한 강연회를 공동체 게스트 하우스 같은 곳에서 진행하기도 했다. 이 공동체는 자체가 교회공동체를 구성하지는 않고, 지역선교활동을 하고, 주일에는 인근 지역교회에 출석해서, 봉사하고 있었다. 영국과 유럽, 그리고 미주지역에서는 이렇게 전통적인 수도원의 관상적 영성을 현대적 상황에서 재해석해서 받아들이며, 활발한 사회선교와 지역선교를 진행하는, 내적 여정과 외적 여정을 균형 있게 진행하는 공동체 운동들이 피어나고 있음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미국의 신 수도원 운동을 전개하는 그룹들은 자신들의 운동의 12가지 특징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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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he simple way 공동체의 사무실 모습 | ||
△제국의 낙후된 장소에 재정착한다. △공동체 구성원이나 궁핍한 사람들과 재물을 나눈다.
△낯선 사람들을 환대한다. △교회와 지역 공동체가 분리된 현상을 애통해 하며 정의와 화해를 실천한다.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를 겸손하게 따른다. △예수님과 옛 수도사들의 가르침을 따라 공동체의 규율을 만든다. △독신자들 등을 지원한다. △공동체 구성원들이 서로 가까이 산다. △하나님의 창조 원리에 따라 지구를 보존한다. △폭력과 갈등 해결을 위해 평화를 이루어간다. △관상적 삶을 훈련한다.
이미 우리 사회에서도 다양한 대안 공동체운동들이 벌어지고 있다. 특별히 한국교회에서도
이제 더욱 본격적으로 복음이 지닌 본래적인 공동체성을 회복하며, 이 시대의 상황에 창조적으로 응답하며, 새로운 미래의 씨앗이 될 다양한 대안 공동체에 대한 실험과 육성을 본격화할 때가 된 듯싶다. 이미 펜들힐을 다녀온 후 한국에서 펜들힐과 같은 평화공동체를 세우고자 하는 비전을 품게 된 정지석 목사님은 철원에서 국경선 학교를 개설하여, 그 실험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필자 또한 도시와 농촌의 대안 공동체가 서로 상호연결 되고 선순환 되어지는 꿈을 꾸며 인천에서 비폭력평화영성 교육센터(http://cafe.daum.net/ipsec) 활동을 시작으로, 조금씩 그 새롭고 설레는 길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진권 목사 ljkbara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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