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여민 17회 종교개혁제는 '세월호 그 이후, 생명과 돌봄 그리고 치유'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에큐메니안 고수봉

여성민중적 관점에서 교회 개혁을 제고하고자 시작한 기독여민회(이하 기여민, 회장 조보성) 열일곱 번째 ‘종교개혁제’가 29일(수) 오후3시 ‘세월호 그 이후, 생명과 돌봄 그리고 치유’라는 주제로 영등포 성문밖교회에서 진행됐다.

순서에 앞서 기여민는 세월호 유가족을 통해 세월호에 대한 증언을 듣고자 이창현 군의 어머니 최순화 집사를 초대했다.

최 집사는 “세월호 참사가 197일을 지내고 있지만 2백, 2천일이 지나도 세월호의 실체가 밝혀지지 않는다면 카운트는 계속되어야 한다.”며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함께 해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유가족에 대한 악의적인 비판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지금 유가족들은 경제 성장을 가로막는 세력, 아이들을 팔아 장사를 하는 부모로 매도되고 있다.”며 “그러나 검경 합동수사 결과, 세월호 재판 과정, 국정감사를 보더라도 진상규명의 의지는 없어 보인다.”고 답답해했다.

그러면서 최 집사는 “이제 기도의 자리로 돌아가고 싶다.”며 “이제 남편, 딸과 함께 창현이를 추억하며, 상처를 서로 보듬고 치료하고 싶다. 치유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여러분이 함께 해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 단원고 이창현 군의 어머니 최순화 집사가 종교개혁제에서 유가족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에큐메니안 고수봉

이어 본격적인 종교개혁제로 이어진 행사는 ‘세월호 토론회’, ‘몸으로 드리는 예배’로 나뉘어 진행됐다. 토론회는 종교개혁제준비위원 노경신 목사의 사회로 구미정 교수(숭실대 외래교수), 임보라 목사(섬돌향린), 이윤상 목사(기장 청운동파송선교사)가 초대됐다.

구미정 교수는 세월호 추모시집 ‘이제, 항로를 바꾸어야 한다’를 통해 문학 속에서 세월호에 대한 신학적 증언을 시도했다. 그는 시인들의 시를 발문하며, “이들은 언론에서 ‘침몰’이라고 묘사한 세월호 참사를 습격으로, 국가에 의한 명백한 살인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세월호에 대한 책임은 시인을 포함한 국가를 믿은 사람들, 자본 지상주의적 시스템에 있다고 고발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시인들의 표현에 대해 구 교수는 ‘수로보니게 여인의 일화’를 들어 설명했다. “수로보니게 여인을 예수는 ‘개’라고 지칭한다. 그녀가 기대고 살았던 삶의 지향, 말과 실천을 추동하는 내밀한 욕망이 영락없이 ‘개’스러웠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그녀가 스스로 ‘개’임을 자인했을 때, 성서는 딸의 치유가 여인의 태도에서 나왔다고 말한다.”고 세월호 참사에 대한 시인들의 고발에 신학적 응답을 전했다.

그러면서 “남편이 죽고, 그 휘하의 장군에게 강간당하고, 자기가 낳은 아들마저 모조리 죽은 기가 막힌 상황에서 리스바는 방치된 아들의 주검 앞에서 여섯 달을 버티며 다윗을 향해 울부짖었다.”며 “그녀의 이름이 뜻하는 ‘뜨거운 돌’은 우리 현대사에서 전태일 어머니 이소선 여사에게 던져졌고, 맹골수도에 자신을 묻고 팽목항을 서성이다 거리로 나선 단원고 어머니들에게 넘겨졌다.”고 전했다.

▲ 왼쪽부터 유가족 최순화 집사, 구미정 교수, 임보라 목사, 이윤상 목사. ⓒ에큐메니안 고수봉

이어 임보라 목사는 ‘교인감소’, ‘개신교 신뢰도 하락’ 등을 근거로 “공감상실의 상태의 개신교는 몰락으로의 수순을 밟고 있다.”며 “세월호 참사 이후, 개신교도 희생자 애도, 유가족 위로를 하고 있지만, 동시에 유가족 때리기, 희생자 폄훼도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임 목사는 고 홍근수 목사를 들어 “이 땅의 현실에서 교회의 과제가 구현되지 않는 이유는 ‘교회가 세상으로부터 받는 유혹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사회적 폭력, 지배 이데올로기가 의식에 가하는 폭력은 손을 맞잡기 시작할 때 희망의 치유를 경험할 수 있다.”고 전했다.

토론회 마지막 연사로 청운동농성장에서 유가족과 함께 지내고 있는 이윤상 목사는 “한 유가족이 ‘하나님이 어디에 있냐’며 몰아부친 적이 있다. 그러나 아무런 얘기를 할 수 없었다.”며 “세월호 참사를 통해 위기에 직면한 한국교회는 잘못된 관행을 회개하고 바로 잡을 때, 비로소 세월호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러한 한국교회의 회개를 ‘영적 생명력’으로 보았다. “유가족과 함께 있으니 흐릿한 동영상에서 아이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 신부가 되고 싶다던 성호 어머니 눈에서 아이를 보기도 한다.”며 “교회는 세월호 참사, 거리에서 시위하는 유가족을 너머에 있는 하나님을 발견할 수 있는 영적 생명력을 회복해야 한다.”고 소회했다.

▲ 몸으로 드리는 예배에서는 세월호를 추모하고, 잊지 않길 다짐하는 퍼포먼스로 채워졌다. ⓒ에큐메니안 고수봉

세월호 토론회를 마친 기여민 회원들은 세월호를 추모하며 ‘몸으로 드리는 예배’를 함께 드렸다. 추모의 시 ‘4월16일, 그 날 이후’가 낭독됐으며, 특송도 세월호를 추모하는 노래로 채워졌다.

설교를 맡은 김판임 교수(세종대 교양학부)는 “우리는 십자가에서 억울한 죽음을 당한 예수님을 매주 예배로, 절기마다 기억하고 잊지 않으려 하는 그리스도인들”이라며 “정부와 언론은 희 304명이나 죽어간 사건을 그만 이야기 하지만 이 어처구니없는 죽음을 끝까지 기억해야 한다.”고 전했다.

예배는 성찬을 나눈 뒤, 조화순 목사(감리교기독교여성지도력개발원)의 축도로 정리됐으며, 이후 함께 공동의 식사를 나눴다.

▲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는 다짐을 하며, 새끼 손가락에 노란리본을 받고 있다. ⓒ에큐메니안 고수봉

▲ 종교개혁제의 마지막 순서는 서로 성찬을 나눈 후, 격려하는 시간을 가졌다. ⓒ에큐메니안 고수봉

고수봉 기자  gogo99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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