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한 대목 좋아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김춘수 ‘꽃’ 중에서
시인은 ‘달개비꽃’이란 시에서
“하늘 위에 하늘이 있다.” 고 표현한다.
2000년, 농촌에서 도시교회 학생들 대상으로 ‘생태영성학교’ 열었을 때,
함께 온 여선생님이 “이 꽃 이름 뭐예요?” ..... 나는 대답 하지 못했다.
부끄러웠다. 그 꽃 이름은 ‘달개비’다.
달개비도 모르면서 무엇을 가슴에 담아줄 것인가?
그 때부터 내 앞 한 평 땅에 자라는 들꽃과 나무 이름 불러주기 시작했다.
애기똥풀로 시작하여 이름 불러주기를 오랫동안 반복했다.
이 일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시인의 표현대로 이름 불러 주었을 때 그 꽃은 나에게 찾아왔다.
“하늘 위에 하늘이 있다.”
달개비 꽃은 위와 아래에 파랗게 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파란 꽃은 하늘로 보였고,
아래 꽃 하늘 위에 꽃 하늘 있다고 보았던 시인의 눈길이 곱다.
이 꽃 수반에 꽂고 ‘꽃을 피우는 대나무’라며 당나라 시인 두보는 감상했다고 한다.
꽃 모양이 닭 벼슬 닮아 ‘달개비’라 부르는 새색시 같이 고운 꽃이다.
닭장 밑에서도 잘 자란다고 해서 ‘닭의장풀’로 불린다.
보는 눈에 따라 달라지는 아름다운 꽃이다.

“울밑에선 봉선화야 내 모양이 처량하다”
노랫말에 나오는 봉선화는 봉숭아이다.
사실은 집에 기르는 봉숭아는 중국에서 들여와 원예종으로 기르고 있다.
우리 땅에서 나는 봉숭아는 물봉선이다.
산 물기 있는 곳에 어김없이 피어있는 물봉선은 가을꽃 보는 재미 더해준다.
물봉선은 자주색, 노란색, 하얀색으로 피어난다.
박각시 찾아와 긴 대롱 넣어 꿀 빨며 꽃 수분시키도록 만들어진 신기한 모습,
흔히 피는 자주색 꽃은 노란빛, 흰빛, 점무늬 통해 속살 보여주듯 곤충을 유혹한다.

사람 손길 닿는 곳에 달개비 핀다.
사람 손길 닿지 않는 산에 물봉선 핀다.
달개비는 이슬 맺힌 아침에 아름답고,
물봉선은 해질녁 빛에 아름답다.
들녘과 산에 피는 꽃들은 자리가 다르지만
왜 거기에 꽃 피우느냐고 묻지 않는다.
색 달라서 좋다. 피는 곳 달라 좋다. 찾아오는 곤충 달라도 좋다.
다른 생각과 말과 행동의 꽃을 인정하는 일부터 시작하자.

김성주 목사  sarama5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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