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는 스스로 기독교 문화 양식을 그들이 만들어 놓은 벽 안에 가두어 놓아 버렸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자기들이 만들어 공유하는 문화 양식은 벽 안에 가두어 버리고, 실 생활에서는 사회 일반에서 만들어지는 상업 문화에 잠식되어 있다. 노래도 예외가 아니다. 수학적인 개념을 빌어 설명하면, 전체집합의 부분집합이 되어 버린 셈이다. 그로 인해 한국 교회는 스스로 쳐놓은 울타리로 인해 사회로부터 고립당하는 역풍을 맞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서구에서 기독교가 유입되는 과정에서 한국 사회에 잘 녹고 융화된 양식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서구 기독교의 형식을 그대로 도입해 적용한 결과이기도 하다.

그 결과로, 기독교 문화 활동을 하는 입장에서 보면, 한국 사회에서 노래는 크게 세 영역으로 나뉜다고 할 수 있다. 이 세 부분은 확실하게 구분되어 있다. 그 하나는 그야먈로 상업적 대중음악이고, 또 하나는 의식화현장에서 공유하는 음악이며, 다른 하나는 교회 음악이다. 이것을 노래로 바꾸어 이해하면 된다. 그 벽을 허물어보기 위해 노래 활동을 하던 나에게는 이 벽이 아주 난감한 벽이었다. 일반대중들에게 내 노래를 들려 주면, 교회 냄새가 난다고 하며 시큰둥하고, 교인들에게는 익숙해있는 용어가 들리지 않아 은혜가 덜 된다고 듣고, 의식화현장에서는 투쟁성이 없다고 듣는다.

열심히 민주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나면, 그 다음 이루어지는 친교는 상업화된 방식 안에서 이루어진다. 일상생활은 자본과 권력지배층이 만들어 놓은 프레임과 방식 안에 갖혀 있으면서 개혁과 새로움과 진보를 주장한다. 그래서 요즈음 한국사회에서 진행되는 촛불집회를 그래서 나는 운동방식의 대안으로 여긴다. 때로 무지막지하고 비양심적이고 비인간적인 집단들에 의해 무기력함을 느끼면서 더 과격하고 적극적인 행동 방식이 아쉬워지지 않는 건 아니지만, 그러나 더 길 게 그리고 문화로 연결되는 운동방식을 생각하면 지난하지만 그렇게 가야 한다고 본다. 다만 그것이 이벤트성으로 연결돼 그 의미와 동력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 교회에 나와 엄격한 형식의 예배와 프로그램을 접하고 나면, 교회를 나서면서부터는 전혀 다른 세상으로 연결된다. 위의 예도 그렇고 모든 것들이 이른 바 통전성이 없다. 일시적이고 부분적이다. 그 반대를 이야기하자면, 삶이나 생활 전체가 늘 수도원 생활이 되어야 하고 또 다른 관점에서는 투쟁성을 지닌 채 살아야 한다는 건데, 세상 사람들 모두가 수도사가 되고 열사나 투사가 될 수 있을까... 여기에, 사회 구성원들의 정서나 경향 또는 방향이나 관심이 중요하게 대두되는데, 내가 노래를 만들고 활동하는 지향점이 그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 나는 문화신학의 접근을 본다. 이는 앞 편에서 말했던 세속화신학과 문화신학이 만나는, 아니 만나야 하는 접점이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확산이라고 하는 아주 중요한 요소가 있다. 대중성을 만들어 내지 못하면 선거민주주의 체제에서는 그 한계로 인해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폴 틸리히(Paul Tillich)는 '신앙은 현대문화를 수용해야 할 필요가 있고, 현대문화도 신앙을 수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하지 않았나. 틸리히의 문화신학에 대한 김경재 교수의 글을 아래에 인용해 본다. 문장의 수려함과 무게가 간접적으로 인용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아 직접 옮긴다.

틸리히의 문화신학 지론에 의하면 모든 문화의 밑 바탕에는 그 시대 문화를 형성해가며 삶을 살아가는 구성원들의 ‘궁극적 관심’이 때로는 은폐된 형태로, 때로는 지극히 세속적 형태로, 때로는 마성적으로 왜곡되고 굴절된 형태로, 때로는 지극히 반종교적 형태로 나타나지만, 그러한 궁극적․준궁극적  관심들은 문화의 ‘실체’로서 그 사회의 삶의 질과 내용을 결정짓는다. 

만약 마르쿠제가 말하는바 대로 현대 산업사회, 후기산업사회, 혹은 정보화사회가 평면적이고도 일차원적 인간집단을 양산하는 사회라고 한다면, 그 이유는 근현대사회가 삶의 능률성, 실용성, 편의성, 합리성, 감각적 욕망충족성을 문화활동의 가치지향성으로 삼기 때문에 나타난 당연한 결과이다. 거기엔 삶의 숭고함, 자기초월 체험, 정신의 승화, 자유로운 희열, 만유동체의 우주적 일체감,  영성의 고양감 같은 것이 없거나 지극히 미약하다. 삶은 파편화되고, 소외감에 시달리며, 집단과 조직의 거역할 수 없는 힘의 메카니즘에 예속된 ‘하찮은 생물학적 존재’로서 시달린다.

틸리히의 '궁극적 관심'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두 명제를 알아야 하는데 그 하나는, '종교란 인간 정신적 삶의 한 특수한 기능이 아니라, 정신적 삶의 제반기능들 속의 깊이의 차원이다' (Religion is not a special function of man's spiritual life, but it is  the dimension of depth in all of its functions)이고 또 다른 하나는 '종교는 문화의 실체요, 문화는 종교의 형식이다'(Religion is the substance of culture, culture is the form of religion)이다. (김경재의 폴 틸리히의 문화신학: ‘궁극적 관심’을 중심으로 참조)

위 문단이 실린 글에서 보면, 폴 틸리히는 '종교란 궁극적 관심이요, 신앙이란 궁극적 관심에 붙잡힌 상태'라고 말한다. 그는 대화 가운데서 ‘궁극적 관심’이란 히브리인들이 모세종교의 쉠마라고 말하고 예수가  모든 율법과 예언자 가르침의 총괄적 요체라고 말하는 것 곧 “너희는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성품을 다하여 주 너희 하나님을 사랑하고, 또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는 히브리적 경건과 영성의 핵심요체에서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성품을 다하여” 사랑하는 그 마음의 태도, 전인적 인간존재의 의지지향성과 진지하고 성실한 마음상태를 표현하는 말이 ‘궁극적’이라는 단어가 지시하는 의미라고  했다.

한국 사회에서 보수는 문화 매체를 장악하여 그들의 권력을 유지하고 진보는 그에 대응하지 못하고 진영논리에 빠져 무기력해진다.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표출하는 모든 행위가 비정치적일 수 없듯이, 역시 음악도 그 정의에서 벗어날 수 없다. 설령 그 내용이 정치성을 담보하지 않고 있다 하더라도, 그 삶의 자리에서 그것이 어떠한 형태로 공유되느냐에 따라서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보수와 상업은 이것을 역이용해서 대중들로 하여금 현실문제에서 눈을 돌리게 한다. 권력은 또 이것을 이용하기 위해서 언론과 방송 등 대중매체를 장악하고 술수를 부린다. 이것은 교회의 행태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하면서 순수라는 허울 좋은 명목으로 현실문제에서 눈을 돌리게 한다. 그리고 그걸 위해 벽을 쌓게 한다. 구별시킨다는 뜻이다. 그것이 그들의 거룩이다. 자기만의 철옹성을 구축하고 호도하고 우상화 하여 자기 도취에 빠지게 한다. 그러면 그럴수록 교회는 이 사회에서 운동을 주도하는 동력을 잃어 버린다.

내가 서 있는 삶의 자리에서, 주어지는 많은 문제점들을 외면하지도 않으면서, 오히려 나도 함께 풀어야 하는 과제로 끌어 안고, 지향점을 공유하며 그 동력을 결코 소홀히 하거나 잊지 않게 하면서, 우리의 삶과 생활을 감싸 안고 유유히, 늘 함께 가는 그런 노래가 내가 내딛는 발걸음과 함께 흐르면 얼마나 좋을까... 그것이 다 만족스럽지는 못할지라도, 나 개인이 다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닐지라도 얼마나 관심을 갖고 한 줌 노력의 손을 내밀어봤을까...

진보를 표방하는 대중매체에서 문화를 다루는 방식을 봐도 새롭거나 기대할 만한 게 거의 없다. 오히려 이름도 없는 작은 언론매체에서 생계문제를 해결하지도 못하면서 소신껏 자리를 지키고 있는 문화를 제대로 보는 담당 기자를 어렵게 볼 뿐이다. 모두가 기존에 구축되어 있는 프레임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한 이유이다. 대중성이란 허울 좋은 미명 아래, 그 대중성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디에서 온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찰도 없이 상업화와 숫자가 주는 매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머물러 있다. 창의적 생산이 아니라 답습적 수용이다. 그러다 보면 진보는 언제나 소수일 수밖에 없다.

정치에서 1인 1표제로 운용되는 민주선거제도가 개인개인의 합리적 판단을 전제로 하고 있다면, 자유시장경제체제는 개인개인의 합리적 소비와 경제활동이 전제되어 있다. 그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이 자질과 능력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의 적정선이 지켜지느냐에 따라 그 사회의 수준과 모양이 자리매김 된다. 현대에 와서는 정치적 측면보다 경제적 측면이 더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어서, 사실 개인개인의 소비행태가 그 사회의 정치적 측면까지도 움직이는 동향을 보인다. 실질적으로 물리적으로 다가오는 강제와 압박이 있지 않는 한, 경제가 정치보다 더 민감하게 사람들을 움직이는 힘이 된다. 그러나 과연 한국사회가 대중들의 합리적 판단과 결정으로 움직여진다고 할 수 있는가...

정치나 경제는 '하나 더하기 하나는 둘'인 것처럼 가시적으로 드러나 보이는 현상이다. 그에 비해 문화는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정치, 경제와 얽히고 섥혀 오히려 그러한 결정과 판단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정치, 경제가 알몸으로 우리에게 보인다고 한다면, 문화는 옷을 몇 겹 껴입은 상태로 우리에게 나타난다. 옷을 벗기고 또 벗겨 봐야 몸을 볼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문화양식은 무섭다. 창작자들의 의도와 상품 생산과정과 또 유통구조 그리고 소비구조 등 마지막으로 대중들 눈이나 귀에 나타나는 현상은 가려지고 가려진 상태의 상품이다.

'한국 사회에서 보수는 문화 매체를 장악하여 그들의 권력을 유지하고 진보는 그에 대응하지 못하고 진영논리에 빠져 무기력해진다.' 이 명제는 보수와 권력이 대중들의 삶과 생활을 지배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그래서 진보 측에서 아무리 외쳐대고 시위를 하고 위협을 해도 겁내하지 않는다. 적어도 그것을 파악한 지금의 권력은 그렇다. 전에 말했듯이 우리가 문화로 시작해서 문화로 정리해야 한다는 뜻이 여기에 있다. 문화로 인해 사람들이 어디로 향할 것인가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위에서 인용한 글에서 틸리히의 '궁극적 관심'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살아있으나 실제로는 죽은 것과 다름없는   무의미한 존재 곧 의미상실의  삶이 되느냐, 혹시 생물학적으로는 생존박탈 경우가 될는지 모르지만, 실존적으로는 참으로 사람답게 살고 영원히 사는 존재긍정, 존재실현, 존재향유의 삶이 되는냐 못되느냐의 문제이다. 예들면, 자기에게 상속될 천문학적 부와 명예를  몰수당하고 심지어 생명위협에도 아랑곳 하지않고  순수한 연인들 상호간의 진솔한 사랑의 열정 속에서, 그리고  독재정권의 사악한 위선에 맞선 4.19나 5.18 민주혁명 때, 청년열사의 ‘정의와 진실’을 요청하는 꺼버릴 수 없는 열정 속에서, 우리는 죽음보다 강한 ‘궁극적 관심’의 무한한 열정을 본다. 사랑하는 연인에게서 ‘사랑’이, 민주열사에게서 ‘정의’가 단순한 당위적 윤리덕목 으로서가 아니라 실존적으로 그들의 ‘궁극적 관심’이 되면서 거룩한 열정으로 불타올랐을 때, 그들은 알든 모르던 가장 ‘종교적’ 인 것이다. 그들은 몸은 죽었으나  ‘존재’를 잃지않고 ‘본래적 인간’으로서의  생명영글음에 도달했기에 비존재인 죽음이 그들을 건드리거나 지배하지 못한다. 그러나, 같은 시간 같은 시대 속에서 살지만 당시 정치적 상황을 알면서도 침묵한 지식인 언론인은 생물학적 의미에서 살았으나 실은 죽은자 ‘비존재’가 되었다.

적어도 적어도 우리가 신앙 안에서 향유하고 공유하는 노래는 이와 같이 궁극적 관심을 표현하고 나타내는 문화 양식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1980년대 초, 후배 중창팀이 내가 만든 노래 '온 세상에 웃음이'를 가지고 장신대에서 연 복음성가 경연대회에 참여해 수상한 바 있다. 기장보다는 규모가 훨씬 큰 교단인지라 그 때문에 이 노래가 전국 교회에 많이 알려지게 되었다. 그래서 이 노래는 기장보다 예장에서 더 애창되었는데, 몇 년 전 지금 거주하는 군산지역에서 '선한 이웃들과 함께 하는 작고 소박한 가을음악회'를 열었는데, 거기에 참석한 현직 교사 한 분이 공연이 끝난 후 만난 자리에서, 이 노래를 워낙 좋아했는데, 작가가 부르는 노래를 직접 듣게 될지는 몰랐다면서 무척 기뻐한다. 자기가 고등학생 때 이 노래를 알 게 되었는데 학교에서 공부를 마치고 귀가하면서 늦은 시간 밤하늘에 떠 있는 별들을 바라보며 이 노래를 늘상 부르고 다녔단다. 여기에 올리는 동영상은 그 당시 음악회에 오신 분이 찍어 준 것에 노래를 덧 입힌 것이다.

오늘의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위에 나열한 내용들과 이 노래의 내용을 가지고 나의 노래활동의 의미와 방향 그리고 의도에 대해서 나누고 싶다. 교회가 이 시대에 부를 노래, 그런 의도를 가지고 가장 최근에 만든 곡이 세월호와 관련한 '기다리래'이지만, 그 당시 이 노래도 같은 맥락에서 만들었던 노래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게 기존 복음성가와 다른 신선한 반응들을 받아 내기도 했던 곡이기도 하다. 교회의 틀 안에서만 공유되는 용어들을 벗어나 누구에게나 편하게 말할 수 있는 표현, 그러면서도 성서의 메시지를 오롯이 담아, 생활 속에서 누구나 향유할 수 있는 노래가 되게 하려고 했다. 처음 발표할 때는 제목이 '온 세상에 웃음이'였는데, 나중에 음반 작업을 하면서 '온누리에 웃음이'로 바꾼 탓에 낯선 제목이 되기도 했다.

온 세상에 웃음이, 온 세상에 사랑이, 온 누리에 평화가, 우리의 궁극적 관심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꿈을 담은 노래, 교회가 이 세상에 주는 희망의 노래가 되면 참 좋겠다. 참고로 '사랑은 주는 것'이라는 명제는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 'To love is Giving'(난 여기서 to 부정사와 동명사 용법에 주목한다)에서, '안다는 건 모두 이해하는 것'이라는 명제는 '카알라일'의 '안다고 하는 것은 모두 용서할 수 있다는 것이다.'(용서라는 표현이 자칫 기독교의 사랑에서 벗어나는,의와 회개가 전제되지 않는 무작위적인 의미가 될 것 같아 이해한다는 표현으로 바꾸었다 - 정확한 영어 문장을 기억하지 못함, 용서 바람)에서 따 온 것이라는 걸 밝혀 둔다.

별이 바람에 스치우는 오늘 밤도 새 아침 비춰오는 햇살에 의해 사랑으로 가득한 평화의 날로 차오르기를, 그렇게 하느님 나라를 꿈꿔 본다.

온 세상에 웃음이

어둔 길 헤매는 걸음이
힘에 겨워 허덕일 때에
따스한 손 눈 말 한 마디
우리에게 있을까

지쳐 쓰러져가는 사람
바로 내가 아니라 할까
따스한 온정과 사랑이
우리에게 있을까

사랑은 주는 것
안다는 건 모두 이해하는 것
우리 맘이 가난해지면
세상은 밝아질 것을

눈을 떠 이웃의 눈 보자
맘 열어 세상 안아보자
손을 펴 손에 손 맞잡자
온 세상에 웃음이
온 세상에 사랑이
온 세상에 평화가

필자 소개      윤광호 목사 한국신학대학 입학 한신대학 신학과 졸업 일본 도쿄신학대학원 특별연구생 독일 마인츠대학 입학 일본 기후와 독일 프라이부르크에서 오르간 연수 현재, 군산노회 성촌교회 목회 섬김. 성남시와 충남 당진에서 교회 개척도 해 봄. 일본 야마나시에 교회 개척 ‘노래하는 목사’로 활동 개인 음악 앨범, 음반으로도 발표 1집: 자연과 생명을 노래하는 한누리 2집: 힘겨운 날 3집: 참된 평화

윤광호 목사  mail@yuny1.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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