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는 자신의 정체성을 신에게서 찾았다.
자신이 아버지인 하느님으로부터 와서, 아버지 하느님께로 돌아갈  것이라고 선포한 것이
그의 공생애  동안 복음의 핵심이었다.
 
예수에게서 인간(인간의 총칭이 남성이었으므로) 의 정체성에 대한 영적인 닻을 내린다.
허나 여성으로서의 체험은, 나아가 여성적인 신성, 하느님의 모성에 대한 발견, 확인이 필요했다.
남성인 예수가 신을 아버지라 불렀듯
여성인 나는 신을 어머니라 부르면서
정체성을 향한 종횡무진의 방황을 접었다.
 
내 육신의 어머니에게서 태어나  어머니인 대지로 돌아가듯
내 영혼은 어머니하느님으로부터 와서 어머니하느님께로 돌아갈 것이라는, 나의 복음을 만나면서
모든 문제들이 풀렸다.
여성으로 살아 온, 개인사적 트라우마의 치유를 맛보았고
종교의 굴레에서 해방되었고
예술적 영감의 물꼬가 트였고
인생의 공허감이 날라갔다.
 
또한 하느님에게로부터 와서 하느님께로 돌아간다는 자기인식에서
자신이 곧 하느님이라고 예수가 말했듯,
어머니에게서 나서 어머니께로 돌아가는 나는
어머니, 곧 여신이다.
(어머니는 육적인 어머니뿐만 아니라, 영혼의 어머니, Mother  God이다)
 
생명이 있는 만물이  어머니로부터 나서 어머니께로 돌아간다.
생명의 담지자인 어머니,
생명을 낳은이가, 그 주검을 품을 뿐만 아니라,  또한  다시 생명을 잉태시킨다, 부활시킨다.
만물 안에 어머니, 여신이 깃들어 있다.
이 세상은 여신으로 충만하다.
 
내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지, 내가 누구인지 몰랐을 때
나는 어둠이었다, 먼지로 돌아갈 죽음을 살고 있을 뿐이었다.
나의 정체성을 찾았을 때
살아있다는 건, 이제 영적인 일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알았을 때
예수는 자신을 빛이라 했다. 영원한 생명이라 했다. 
영원한 어머니로부터 태어나 어머니의 영원, 그 황홀한 노을 속으로 저물어가는,
나 그리고 이 땅의 만물이 또한 빛이며
이미 영원을 살고 있는 것이다.

김용님  yong58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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