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앞으로  4회에 걸쳐 강성영 교수(한신대, 윤리학)의 <본회퍼와 한국교회>를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연재 합니다. ①디트리히 본회퍼(1906-1945)와 민중신학 ②본회퍼의 종교비판과 한국 교회의 신앙양태의 문제  ③본회퍼의 비종교적 해석과 한국 교회의 신앙갱신의 문제 ④새로운 시대의 가치와 영성

본회퍼 신학을 해석하는 데 있어서 진정한 과제는 그가 무엇을 말하였고 의도하였는가 하는 것뿐만 아니라, 해석자의 상황에 대해 그가 무엇을 말해 줄 수 있는가를 밝히는 것이다. 이것은 본회퍼를 오늘의 상황 속에 끌어들여 새롭게 읽자는 것을 뜻한다. 그가 그의 정황에서 무엇을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였는가 하는 것을 파악하는 것은 본회퍼 연구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될 수 없다. 본회퍼 연구는 언제나 본회퍼에 대해, 그와 더불어 사고 할 뿐 만 아니라 그를 뛰어 넘어야 하는 과제를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이제 간략하게 본회퍼의 종교비판을 준거로 하여 한국교회의 신앙양태를 분석하고 비판해 본다. 먼저 이 비판은 한국교회에 다수를 차지하는 교인들의 보수적인 신앙양태를 전제로 한다.

1939년 6월과 7월 두 번째 미국 방문으로부터 운명적인 귀환 후에 본회퍼는 “종교개혁 없는 신교”(Protestantismus ohne Reformation)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미국의 신학과 교회의 정신적인 상황을 혹독하게 비판하였다. 그는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기독교는 미국의 신학에서 여전히 근본적으로 종교이며 윤리이다. 그런 까닭에 예수 그리스도의 인격과 사역은 신학의 뒤편으로 밀려나고 결국 이해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1) 본회퍼는 뉴욕 리버사이드 교회의 지극히 실용주의적인 내용의 설교를 듣고 그러한 설교가 여전히 미국인의 마음에 드는 것을 보면 앵글로색슨 민족은 독일인 보다 더 종교적이고 덜 그리스도교적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여기서 ‘종교적’이라는 말은 ‘형이상학적’이라는 뜻과 함께 ‘개인주의적’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는 근본주의의 자기만족적 신앙양태와 여러 형태의 자유로움을 제도화한 결과 파생된 미국의 교파주의 그리고 초월을 상실한 수평주의적인 변혁적 사회복음주의운동, 모두가 그리스도의 인격과 복음을 현실 속에서 진지하게 대면하는 것이 아니며, 교회의 형태와 본질을 새롭게 인식하는 것과 점점 거리가 멀어지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보았던 것이다. 본회퍼가 오늘의 한국 교회를 방문하고 관찰한다면 무엇이라고 쓸는지 매우 궁금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성장의 끝’에서 우리 교회가 새로운 자기 개혁과 갱신의 도전을 시대적 요청으로 안고 있음은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다. 개신교가 한국에서 짧은 역사 속에서 다른 나라에 실로 비견될 수 없는 급격한 성장과 증가를 해 왔음은 세계 교회가 놀라며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괄목할 만한 성장의 그늘에 많은 문제가 노출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교회의 성장의 신화는 그 배후에 특정한 신앙양태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 논문에서 필자는 그것들을 본회퍼의 신학적 종교비판의 틀에서 네 가지 형태로 짚어보려고 한다: 1) 신앙의 내면화와 피안화, 2) 형이상학적 가설적인 하나님 표상, 3) 신앙과 생활의 괴리, 4) 주관적 경건의 비역사성과 구원이기주의(Heilsegoismus)

이와 같이 ‘종교적’이라고 이름 할 수 있는 개인의 내면적 신앙의 성향이 한국교회의 성장엔진이 되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것들은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한국의 종교적 정신적 영적 분위기를 지배해 온 샤머니즘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샤머니즘은 한국의 민중종교들의 저류에 흐르고 있는 영적 분위기를 가리키는데 이것은 외래종교들, 즉 불교, 유교, 도교와 결국 기독교의 이식기와 발전기에 커다란 영향을 끼쳐 왔다.  그래서 샤머니즘을 한국 종교의 ‘텃밭’(Ackerboden)이라고 보는 인식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샤머니즘을 이해하지 않고서 한국인의 종교적 심성과 종교를 안다는 것은, 감자를 흙 위에서 찾는 것과 다름이 없다. 이제 앞에 언급한 네 가지의 한국 교회의 보수적 신앙양태가 내포한 샤머니즘 요소를 종교비판의 내용과 연결 지어 본다.

첫째로 신앙의 내면화와 피안화(Verinnerichung und Verjenseitigung des Glaubens)의 문제이다. 본회퍼는 ‘종교’를 개인주의적 내면성의 기관으로 파악하였다. 왜냐하면 종교적 인간은 오직 자신의 영혼구원에만 관심을 가지고 차안으로부터 피안으로의 도피를 신앙의 중심내용으로 여김으로써 성서의 하나님과 무관하다는 것이다.2) 샤머니즘도 이승과 저승을 구별하고, 저승은 사람이 죽은 후에 영혼이 가게 되는 곳으로 현세(이승)의 모든 원과 한이 풀어지고 악행이 보응되는 곳으로 파악한다. 차안과 피안 그리고 현세와 내세, 이승과 저승의 이원론적인 세계관은 기독교의 신앙 속에서 천당(하늘에 있는 어떤 공간)에 대한 표상과 무관하지 않다. 여기서 “예수 천당”이라는 신앙의 표상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하늘의 피안인 내세로의 도피가 숙명주의에 빠지고 역사의식의 결핍을 초래하는 데에 있다는 것이다. 신앙생활이 현세에 누룩처럼 확장되는 하나님 나라의 선취와 그 의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체념과 도피로 변질될 때에 그 신앙은 죽은 신앙이다. 그러기에 “사람이 먼저 삶의 온전한 차안에서 신앙을 배워야만 한다”3)는 본회퍼의 말은 우리에게 큰 의미를 던지는 것이다. 
 

둘째로 하나님에 대한 형이상학적이고 가설적인 표상이다. 본회퍼는 종교를 형이상학이라고 못 박고 그것에서 연역되는 종교적 하나님을 작업가설(Arbeitshypothese)이라고 설명한다. 왜냐하면 종교는 인간이 하나님을 삶과 인식의 한계 너머에서 찾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종교적 하나님은 인간의 삶과 아무런 직접적 확실성과 관계가 없이 하나의 가정에 불과하게 된다. 이것은 샤머니즘 속에서 샤먼(무당)의 기능과 관련이 되어있다. 무당은 신들과 인간 사이의 중개자로서 인간의 인식과 삶의 한계상황에서 주어지는 선험적인 종교적 질문에 확실한 대답을 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문화신학자 유동식은 무당의 중개자 역할을 그리스도의 중재와의 유비 속에서 설명한다. “샤먼 곧 무당이 영계와 인간계의 사이의 중보자 역할을 하는 존재였다는 점에서 이것이 중보자로서의 그리스도의 이해에 적지 않은 공헌을 하였으리라고 상상되는 것이다.”4) 이러한 영향은 보수적 기독교인의 심층적 잠재의식 속에 예수 그리스도의 상(像)을 한 샤먼, 기적 행위자와 주술사로 둔갑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볼 수 있다. 하나님 이해의 오류는 규범적 가치에 영향을 미쳐서 퇴행적이고 이기적인 그릇된 행위를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종교비판은 성서의 하나님,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세상을 구속하신 하나님의 참된 구원행위를 고백하는 성서적 신앙으로 돌아가야 할 과제를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다.  
 

셋째는 신앙생활의 결정적인 오류인 신앙과 생활의 괴리이다. 본회퍼에 따르면 종교의 결정적인 성격은 현실을 거룩한 것과 세속적인 것, 두 개의 영역으로 양극화하는 것이다. 부분성(Partialität)은 종교적 인간의 삶의 이해 속에 불가피한 것이다. 본회퍼는 이것을 이미 1928년 바르셀로나(Barcelona)에서 행한 강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종교는 19, 20세기의 정신에서 사람이 기꺼이 몇 시간 들어가 머물고는 다시 그의 일자리로 돌아가고자 하는 이를테면 좋은 방과 같은 역할을 한다.”5) 그리스도교의 신앙은 한 두 시간 세속의 삶을 피하기 위해 찾는 것이 아니라 신앙과 삶의 통일성과 전체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일요일의 신앙과 일상의 삶의 분리는 기독교 신앙을 빈곤하게 하고, 결국 삶에 어떠한 의미도 갖지 않는 것으로 변질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마지막으로 주관적 경건의 비역사성과 구원 이기주의이다. 구원 이기주의는 한국교회의 현실에서 세 가지 형태로 나타나는데 그것은 개인주의적 기복신앙과 개 교회 중심주의 그리고 소위 교파주의이다. 이것으로부터 교회는 점점 세속화되고 교회의 분열이 가속화되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구원 이기주의는 그 개인주의적 차원에서 도착된 기복신앙을 초래했다. 그래서 ‘축복’은 단지 육체의 건강과 물질적 부유와 영혼의 잘됨으로 인식되고 개인은 이웃과 타자로부터 고립적인 자아로 머물고 만다. 물론 축복은 구원과 함께 그 자체로 성서적 신앙의 양도할 수 없는 근본 요소임이 분명하다. 이것은 클라우스 베스터만(Claus Westermann)의 공헌인데,6) 축복과 구원은 어느 경우도 분리될 수 없으며, 축복을 따로 떼어서 이교적인 개념으로 인식하는 오류를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본회퍼 역시 바로 “축복”이라는 성서적 개념의 심오한 차원을 발견하고 그의 약혼녀인 마리아 폰 베데마이어(Maria von Wedemeyer)에게 감옥에서 이렇게 썼다: “축복- 그것은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고 실제적인 것이 되는 하나님의 가까움입니다. 축복은 계속 전해져야 할 것입니다. 그것은 다른 사람에게 전해져야 합니다. (...) 이것을 우리는 서로를 위해 그리고 모든 사람을 위해 전하고자 합니다. (...) 한 인간이 다른 사람에게 축복이 되는 것 보다 더 큰 것은 없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7) 결국 본회퍼는 축복이란 생명과 마찬가지로 하나님의 가까움과 선물로 느끼고 서로를 위해 그리고 타자를 위해 나누어야 할 것으로 보는 것이다. 축복과 십자가, 행복과 고난은 신약과 구약성서 모두에서 결코 분리될 수 없는 하나라는 것이다. 우리는 한국교회의 신앙운동이 축복과 구원의 통일적 관계를 상실하고 치유와 축복이라는 일방통행 속에서 타자성의 가치와 나눔과 연대의 에토스를 상실했다는 자성을 할 수 있다. 이것이 오늘날 한국교회에 자성과 갱신을 요구하는 사회의 도전으로 나타나고 있지 않는가? 

 

1) Gesammelte Schriften Bd. I.(=GS I), 354  2) WEN 401. 3) WEN 415. 4) 유동식, 한국종교와 기독교(서울: 대한기독교서회 1983), 22. 유동식은 이것이 직접적 연관성을 나타낸다고 보는 것은 무리이지만, 샤머니즘이 한국의 대중으로 하여금 기독교의 이해를 쉽게 하는 데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하였다는 사실은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5) 1928년 바르셀로나 교회 강연 DBW 10, 302. 6) C. Westermann, Der Segen in der Bibel und im Handeln der Kirche, (1968) 2. Aufl. München 1992 7) Brief vom 22. 5. 1944, D. Bonhoeffer, Brautbriefe Zelle 92, 185f.

필자소개      강성영 교수 소속 : 한신대학교 신학과 전공 : 기독교 윤리학 학사 : 한신대학교 신학 석사 : 한신대학교 신학 박사 : Ruprecht-Karls-Universitat Heidelberg 기독교윤리학

강성영 교수(한신대 윤리학)  globus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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