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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말하는 세월호 참사의 치유와 기억, 용서유가족 참여해 증언, "세월호 다음 또 우리일 수 있어"
고수봉 기자 | 승인 2014.11.24 00:45

세월호 이후의 한국사회와 신앙을 여성의 관점에서 성찰하는 토론회가 지난 21일(금) 오후3시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세월호 아픔에 함께 하는 기독여성연대’(이하 기독여성연대) 주최로 열렸다.

   
▲ 21일(금) 세월호 기독여성연대 토론회에 유가족 박은희 전도사, 최순화 집사, 정혜숙 씨가 참석해 소감을 전하고 있다. ⓒ에큐메니안 고수봉
토론회에 앞서 기독여성연대는 한국여신학자협의회(이하 여신협) 이은주 사무총장의 세월호 사건의 치유와 정의를 위한 예배로 일정을 시작했다. 참가자들은 ‘희생자와 실종자, 유가족의 평화와 치유를 위한 기도’를 드렸으며, ‘세월호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정의실현의 기도’를 올렸다.

예배 후, 세월호 참사를 증언한 고 유예은 어머니 박은희 전도사는 “세월호 참사는 물질 앞에 생명이 무릎을 꿇은 사건으로 예수님이 하실 말씀과는 정반대의 일이었다.”며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서 인양을 포기하려는 정부의 말보다 더 가슴 아픈 것은 이러한 정부의 말에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거린다는 점”이라고 토로했다.

박 전도사는 세월호 특별법에 끈질기게 요구했던 이유도 함께 설명했다. 그는 “아이들의 죽음에는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못한 부모의 책임도 있을 수 있다. 모두가 위험한 사회이지만 더 위험한 계층이 있는 것”이라며, “(유가족들이) 버티고 싸우는 이유는 다음 피해자도 우리, 또는 우리와 지척에 있는 사람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교회에 대해서도 “예수님이 가신 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아마도 공감 능력이 매우 높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라며, “대부분의 교회가 제사장과 레위인이 되어서 아파하는 사람들을 외면하는 것을 느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세상과 끊임없이 공감하는 교회가 된다면 앞으로도 희망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이후 신학자들의 세월호 참사를 여성의 관점에서 풀어낸 신학적 발표가 이어졌다. 먼저 호남신학대학교 오현선 교수는 지난 8월 학생들과 20일간 팽목항에서 안산까지 250km를 걸은 ‘기독교 생명과 정의의 도보순례’의 경험과 소회를 전했다.

오 교수는 예배와 성찬, 교회론, 영성교육, 치유공간으로서의 순례 등 순례에 참여했던 학생들과의 경험 속에서 발견한 신학교육적 성찰을 나눴다. 특히 그는 “순례자들은 예배의 자리에서 사건과 순례, 그리고 개인이 걸으며 생각했던 다양한 성찰의 내용들을 해석하고 공감함으로써 세월호 사건과 순례자 자신이 합류하는 경험을 했다.”며 “희생자와 그 가족의 고난에 연대로서의 순례를 더 깊이 인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순례자들을 환대한 교회의 경험은 참여자들에게 교회란 무엇이며, 교회가 지역 속에서 존재하는 방식 등 교회가 교인만을 위한 장소가 아닌 길 떠난 자, 순례자, 재난을 당한 자, 갈 곳이 없는 자를 위한 교회여야 함을 생각하게 했다.”고 평가했다.

   
▲ 토론에 앞서 박은희 전도사(좌)는 세월호 참사에 대해 증언했으며, 오현선 교수(우)는 순례를 통한 성찰을 전했다. ⓒ에큐메니안 고수봉
이화여대 김혜령 박사는 폴 리쾨르(Paul Ricoeur)의 역사철학을 통해 세월호를 기억하는 것의 의미에 대해 서술했다.

그는 리쾨르를 인용해, “강력한 망각의 의지에 맞서 제대로 된 기억의 작업을 하는 일은 흔적들을 보전하고, 이미 사라져 버린 흔적들을 찾는 일”이라며, 이를 위해 “활동과 고통의 유물들을 모으고 보존하며, 교육적인 담론을 함께 만들 수 있는 장소들과 시설들, 기관(혹은 제도)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망각에 맞서 기억을 붙잡으려는 인간의 부단한 노력을 리쾨르는 ‘기억의 의무’라고 전했으며, 이 ‘기억의 의무’에서 강조하는 것 중 하나는 “애도의 작업이며, 진정한 애도는 우리로 하여금 소중한 이들의 상실뿐만 아니라 그 모든 것이 결코 올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기반 아래, 김 박사는 “보상, 진상규명, 책임자가 처벌된다고 해도 목숨을 잃은 영혼들을 되살릴 수 없으며, 부모들 역시 영원히 깊은 상실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명백한 사실을 인정해야 하는 것”이라며, “우리가 이러한 사실들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이만하면 됐다’, ‘그만 조용히 해라’, ‘국가 전체를 언제까지 초상집으로 만들 것이냐’는 등의 못된 말짓거리들이 얼마나 비인간적이며, 반인륜적인 폭력인지를 깊이 인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여신협 신학위원장 이은선 교수(세종대)는 아우슈비츠 유대인 수용소에 있던 에티 힐레줌(Etty Hillesum)의 일기에서 포착되는 ‘하나님 이해’에 대해 설명했다.

사람들에게 신은 군림하거나 주인으로 명령하고, 기적이나 서비스를 행하는 신을 말한다. 그러나 힐레줌은 또 다른 자아, 내면의 깊은 목소리로서 유대인 수용소라는 끔찍한 야만의 현장에 있으면서도 인간성을 잃지 않도록 하는 신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신의 이해’ 적용해 이 교수는 “세월호의 가족들도 자신 속의 하나님을 믿으며, 자신과 이웃, 우리 모두가 신의 한 조각으로 더 좋은 세상으로 넘어가는 길에 길동무임을 자각하면서 계속 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 김혜령 박사(좌)는 폴 리쾨르를 통해 '세월호 기억'에 대해 논했고, 이은선 교수(우)는 세월호가 기존의 체제를 벗어난 새로운 대안, 운동을 만들어가길 요청했다. ⓒ에큐메니안 고수봉
한편 토론회를 모두 지켜본 세월호 유가족 고 박성호 군의 어머니 정혜숙 씨는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에 가장 빈자로 오셔서 불의에 대항해 싸우시다가 죽으셨다.”며 “탐욕과 왜곡된 정치에 의해 죽은 우리 아이들의 목숨값도 예수님과 같다. 그리스도인으로서 함께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이창현 엄마 최순화 집사도 “오늘 토론회에서 치유와 회복, 용서까지 이야기하고 있지만 당장에 떨어진 불이 있어 그럴 수 없다.”며 실종자 수색중단과 세월호 인양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모든 것을 다 가진 정부가 우리 유가족을 너무 힘들게 하는 것 같다.”며 “당장의 상황과 문제 때문에 유가족은 스스로를 챙길 수 없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고수봉 기자  gogo99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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