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의 비전문 취업제도인 고용허가제를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온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외국인근로자 전용보험에는 4가지 있다. 즉, 출국만기보험, 보증보험, 귀국비용보험, 상해보험이 그것이다.
 
출국만기보험은 이주노동자의 퇴직금을 확보하기 위해 고용주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며, 보증보험은 임금체불에 대비하여 역시 고용주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한다. 또한 상해보험은 업무상 재해 이외의 상해 또는 질병사고 등에 대비하여 이주노동자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며, 귀국비용보험은 이주노동자가 취업기간을 마치고 귀국할 때의 경비를 확보하기 위해 이주노동자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보험이다.
 
이 중에서 퇴직금에 해당하는 ‘출국만기보험’에 관한 법률이 이주노동자에게 형편없이 불리하게 개정되어 많은 문제점이 발생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7월 29일부터 시행된 ‘외국인근로자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외고법)’ 제13조(출국만기보험·신탁) 3항에 의하면 이주노동자의 퇴직금인 출국만기보험을 이주노동자가 “출국 후”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 동안은 외고법에 퇴직금 지급 시기가 명시되지 않아 근로기준법 제36조에 의해 통상 국내 근로자의 퇴직금 지급시기와 같이 이주노동자도 “퇴직 후”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수령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주노동자 퇴직금 지급시기에 관한 법이 시행되어, 이주노동자는 1년 이상 근로를 하여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생겨도 더 이상 국내에서 퇴직금을 지급받을 수 없게 된다.
 
고용노동부에 의하면 이주노동자가 ‘사업장을 변경’할 경우에도 이전 사용자와 신규 사용자는 해당 이주노동자를 피보험자로 하는 출국만기보험에 계속 퇴직금을 적립해 놓아야 하며, 이주노동자는 이렇게 모아진 퇴직금을 국내 취업을 마치고 “출국 후” 14일 이내에 지급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사업장 변경시 이전 사업장에서 받게 되는 퇴직금이 출국만기보험금보다 클 경우에는 그 차액만을 고용주로부터 지급받을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또한 고용노동부는 외국인근로자 중에 출국만기보험금을 수령한 후 출국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 불법체류가 발생할 수 있는데, 불법체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퇴직금을 출국 후에 지급하는 것으로 법을 개정했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의 설명에서도 드러나듯이 개정 법률안의 입법목적은 결국 이주노동자의 불법체류를 사전에 차단한다는 것이 주된 이유로 드러난 것이다. 그러나 퇴직금 지급을 출국이후로 했지만, 법무부 통계에 의하면 시행 전보다 미등록 체류자의 숫자는 오히려 늘어났다. 뿐만 아니라 이 법이 계속 시행된다면 이주노동자가 퇴직금을 제 때에 전액을 다 지급받는다는 것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사실상 삼성화재 등을 통해 지급받는 출국만기보험은 퇴직금 전액을 받는 것이 아니다. 출국만기보험 납부 금액이 통상 임금의 8.3%이기 때문에 평균임금으로 계산하는 퇴직금 지급 시점에 가서는 반드시 차액이 생기된다. 따라서 이주노동자들은 약 70~80% 가량의 금액을 보험회사부터 받고, 나머지 차액은 회사로부터 받아야 한다. 고용주가 지급해야 하는 차액은 국내에서 받을 수 있지만, 지급시기를 계속 미루다 이주노동자가 출국 한다면 한국에 있는 사업주에게 다시 청구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 상식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또한 모든 이주노동자들이 퇴직금을 수령한 후 출국하지 않을 것이라며 예비 불법체류자로 취급하여 퇴직금을 받을 기본적인 권리를 박탈하는 것은 내국인과의 차별은 물론 다른 이주민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나는 차별적인 조치이다. 정부는 이주노동자를 단순히 일하는 기계로만 볼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를 위해 노동하는 노동자로서 권리를 인정하고, 차별 없이 법을 적용해야 할 것이다. 결국 이 법은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들이 처한 상황을 더욱 열악하게 하는 것이며, 고용허가제가 이주노동자에게 퇴직금 지급에 있어서도 차별적인 제도임을 보여주게 되었다.

고용허가제도 아래서 이주노동자들은 회사를 옮길 권리도 제한되고 있는데, 이제는 취업기간이 끝나면 퇴직금도 제때에 받지 못하고 출국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고 만 것이다. 이 법은 ‘불법체류 예방’이라는 행정 편의를 위해 이주노동자의 퇴직금 지급 권리를 제한하고, 근로기준법과도 상충되는데, 오히려 차별적인 상황을 법으로 보장하는 셈이다. 따라서 이번 정기국회에서 이주노동자의 퇴직금 지급 시기를 “퇴직 후 14일 이내에 지급”하도록 재개정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이재산 목사(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소장)  jasonfil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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