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앞으로  4회에 걸쳐 강성영 교수(한신대, 윤리학)의 <본회퍼와 한국교회>를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연재 합니다. ①디트리히 본회퍼(1906-1945)와 민중신학 ②본회퍼의 종교비판과 한국 교회의 신앙양태의 문제  ③본회퍼의 비종교적 해석과 한국 교회의 신앙갱신의 문제 ④새로운 시대의 가치와 영성

지금까지 본회퍼의 종교비판과 비종교적 해석학의 신학적 프로그램을 고찰하고 이것을 통해 한국교회의 문제점을 반성적으로 진단함으로써 우리는 이제 새로운 시대에 무엇이 한국교회에 요청되어지는 ‘가치’이며 ‘영성’인가를 모색하려고 한다.  지구화, 세계화의 거대한 소용돌이와 탈중심, 탈냉전 그리고 탈규제라는 사회․ 정치 ․ 문화의 급격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한국교회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였다. 변화의 파고와 격랑은 자칫 교회를 뒤 덮어 버릴 수 있다는 위기감도 확산되고 있다. 2000년 동안 세파에 맞서 싸워 온 교회의 교회됨의 본질과 의미는 희미하게 깜박이는 등불과 같은 지경이다. 교회의 본질적 정체성과 세속적 과제 사이에서 한국교회는 올바른 키를 잡아가야 할 것이다. 교회의 목회와 선교의 미래 역시 사회의 총체적인 위기담론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이 위기의식을 딛고 교회가 교회답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본래적인 그리스도교적 가치와 영성을 회복해야 한다. 인습적이고 율법주의적인 낡은 생활방식을 벗어버려야만 한다. 그래야만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교회가 비로소 생명력 있고 활력이 넘치는 ‘오늘의 구원’의 기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이 경제다”라는 경제결정론이 지배하는 현실에서 도덕적 가치가 어떻고, 새로운 영성이 어쩌고 하는 것은 정신적 낭비라고 외면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는 막다른 길을 향해 질주하는 문명의 한 복판에서 거꾸로 사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본다. 이 거꾸로 사는 이야기는 바로 인간이 욕망의 노예와 맘몬의 포로가 되는 것을 끊임없이 경고하였던 성서의 이야기이다. 인간은 과학기술문명이 인간에게 풍요와 복지를 가져다주고 인간의 욕망을 무한히 만족시켜줄 수 있다고 믿었었다. 그러나 현대의 과학기술문명이 낳은 진보와 발전에 대한 맹신 속에서 결국 인류는 자연과 더불어 공멸(共滅) 할 수도 있다는 생태계의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또한 후기자본주의와 후기산업사회의 발전 속에서 사회적 소외와 공동체적 가치의 상실과 ‘총체적으로 관리된 사회’ 속에서 개인의 자율성과 자유의 제한과 억압 그리고 개인 및 국가 간의 무제한적인 경쟁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교회는 분명 모든 시대에 문명을 감시하고 비판해야 할 예언자적 사명을 가지고 있다. 문명 비판적 관점은 이러한 소용돌이 속에서 거꾸로 세상을 보고, 무엇이 인간에게 소중한 본래적 가치이며 무엇이 권력과 물신에 대한 우상숭배로부터 초래된 본래적 비가치인가를 구별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모두가 겪고 있는 이 총체적 정신적 위기는 바로 본래적 가치인 “생명과 인간의 삶에 대한 긍정”을 상실한 데에 그 원인이 있다. 우리 한국 교회는 두 가지의 세계내적 책임을 가지고 있다.

첫째는 창조주 하나님께로부터 위탁받은 모든 자연생명들을 보호하고 돌보아야 하는 책임이며, 둘째는 왜곡된 사회적 관계를 치유하여 인간의 삶 속에 정의를 세우고 ‘타인에 대한 존중’을 삶 속에서 실현해야 할 책임이다. 이러한 책임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다른 피조물과 타인에 대해 무제약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고 믿었던 소위 ‘전능과 지배의 신화’를 깨뜨리고 인간의 존재론적 본질인 피조성과 공동피조성 및 동료인간성을 새롭게 인식해야 할 것이다. 또한 한국 교회는 구원 이기주의와 세속주의적 물질관, 물량주의적 성공주의와 대교회의 승리주의에서 벗어나 예수 그리스도의 겸허와 자기제한의 에토스를 가져야 할 것이다. 이것이 곧 새로운 윤리의 요청일 뿐만 아니라 신앙적, 영적으로 요청되어지는 영성의 과제라고 볼 수 있다. 

필자소개      강성영 교수 소속 : 한신대학교 신학과 전공 : 기독교 윤리학 학사 : 한신대학교 신학 석사 : 한신대학교 신학 박사 : Ruprecht-Karls-Universitat Heidelberg 기독교윤리학

강성영 교수(한신대 윤리학)  globus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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